[법률칼럼] 동포 조손(祖孫)가정의 귀화 문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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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동포 조손(祖孫)가정의 귀화 문제 (2)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19.06.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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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보험인데, A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건강보험료가 면제되지만, B는 중국 국적이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매달 11만 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한 달 생활비는 생계급여 등 국가에서 지원받는 몇 십 만원에 불과한 A에게, 11만 원의 건강보험료는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이다.

현재 11살인 B는 한국에서 몇 년째 교육을 받으며 완전히 한국인으로서 성장하고 있고, 3살 때 중국에서 겪었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중국에의 소속감은 거의 없는 반면, 한국에의 소속감이 훨씬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A는 손자인 B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하여 완전한 한국인으로 성장하게 해주고, 건강보험료도 면제받기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B는 A의 손자 자격으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할 방법이 없었다. 국적법 상 B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은 ‘귀화허가’를 받는 방법인데, ‘귀화허가’에는 ‘일반귀화’와 ‘간이귀화’, 그리고 ‘특별귀화’가 있다. 그런데 일반귀화와 간이귀화는 미성년자는 신청이 불가능하고, 특별귀화는 부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B는 할머니인 A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부모는 중국 국적이므로, 부모 중 일방이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만 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 모두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 방법은 불가능하였고, A는 최후의 수단으로 B를 본인의 자녀로 입양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면 A가 법적으로는 ‘B의 대한민국 국민인 부모’가 되므로, B는 특별귀화를 신청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머니가 갑자기 어머니가 되는 상황은, 인륜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도 2010. 12. 24 선고 2010스151 판결에서, 외조부모(甲)가 본인들의 딸(乙)이 낳은 외손녀(丙)를 입양하려고 한 사건에 대해, “① 乙이 생존하여 甲, 丙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 甲이 丙을 입양하면, 甲은 丙의 외조부모임에도 부모가 되고, 乙과 丙은 자매지간이 되어버리는 등 가족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고, ② 이 사건 청구는 그 주된 동기가 손녀 丙의 복리가 아니라 딸 乙의 재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인 점, ③ 현재 상태에서 외조부모 甲이 외손녀 丙을 양육하는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친양자 입양을 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甲의 丙에 대한 입양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더라도, A와 B의 경우에는 A가 B를 양육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A가 B를 입양하려는 것이 B의 양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며, B의 부모가 같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A가 B를 입양하는 입양신청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족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는 대법원의 지적을 고려하면, 그와 같은 인륜에 반하는 상황을 국가가 미연에 방지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따라서 현재 부모가 한국 국민인 경우에만 허용되어 있는 귀화제도를, 부모의 생사를 알 수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조부모가 한국 국민인 경우까지도 허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2010년 여성가족부의 ‘조손가정 실태조사’ 결과에서 보았듯, 조손가정 손자녀가 친부 및 친모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생사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A, B의 사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손가정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기초생활수급자의 범위나 건강보험료 면제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A와 B의 삶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해 국민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큰 사회 문제가 된 점을 고려하면, 한국 국민인 조부모가 양육하며, 사실상 한국인으로서 성장해나가는 동포인 미성년 손자녀는 여러 측면에서 한국 사회에의 적응력이 대단히 뛰어날 것임은 명백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라도 대한민국 국적 취득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동포 조손가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을 것이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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