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지킬것이 고구려사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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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칼럼] 지킬것이 고구려사 뿐인가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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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침탈 시도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도하든 간에,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한다.

역사란 단지 죽은사실의 집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적인 맥락을 지니듯, 역사 지키기 역시고구려사 전공자들의 임무로 국한될 일이 아니라 우리 민족과민족문화에 대한 사랑과 계승을 위한 사회 전체의 현재 진행형의 노력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침탈에 대한 대응으로 간도의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여 맞불을 놓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고구려사 지키기와 옛간도 지방 및 그 땅에서 살아가는 중국동포의 귀속 문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 두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 현실적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뿌리를 지키고자 하면서, 현재 그 땅에서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을 포용하지 않고, 이들이 지켜가는민족문화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명백한 자가당착이리라.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중국이 자국내 소수민족의 본래적인민족정체성을 지우고 새롭게 국가정체성을 확립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희한한‘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의 하위요소로 자리매김된‘조선족’이라는 해괴망칙한용어를 고국에서는 아무 반성도 없이, 게다가 민족 내 차별적인 어감까지 보태서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연변자치주의 지명을 가령, ‘옌볜' , ‘옌지’, ‘룽짱식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지명의 현지발음 표기 원칙을 존중해주는 세련된 국제적인 안목인 듯이 보이지만, 연변자치주는 해외 유일의 우리 민족 자치주로서 우리말이 제1공용어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처사이다.


한국국적을 획득하여 귀화한중국동포가 연변 이외의 지역 출신일 경우는 이름을 한글 및 우리 한자식 표기를 할 수 없도록한 앞뒤가 꽉 막힌 국내법에 따라 중국식 발음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는 믿어지지 않는 일까지있다. 가령‘박영자(朴英子)’가아니라‘피아오잉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우리 민족이 획득한 우리 민족문화의 보존과 계승의 권리를 고국에서 자랑스러워하고 뒷받침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무시하고 있는 판국이다. 자신의 동포를 불법체류자란 이름으로 고집스레 추방하고, 동포가 지켜가는 민족문화의 가치도 인식하지 못하는 고국인들의‘고구려사 지키기’결의가 자칫 중국인들에게 허장성세로 읽히지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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