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동포사회의 이념적 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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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칼럼] 동포사회의 이념적 편차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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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봉 ksb0605@freechal.com

동포교육과 관련해 동포들을 만나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동포들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모국인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괴리는 통일문제, 대북관계 등과 같이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의견을 달리 할 수 있는 문제와 관련될 때 더욱 크게 나타난다.

지난 여름 필자가 일하고 있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서 전세계 한글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의 통일문제와 관련된 한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북한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퍼주기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토론은 자칫하면 거주국별 논쟁으로 번질 뻔했다.

동포사회에 이렇게 거주국별로 이념적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그것은 우리 사회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동포사회를 말하기 이전에 한국사회 구성원 자체가 이념적으로 양극화해 있다. 한국사회의 양극화 경향이 그대로 동포사회로 연장돼 나타날 뿐인 것이다.

다음으로 동포사회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 중, 러의 동포사회는 해방이전 이데올로기적 극한 대립이 출현하기 이전에 형성이 되었다. 반면에 유럽이나 미주동포사회는 냉전이 극에 달하는 시기인 50∼70년대에 그 기반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러시아, 일본, 중국의 동포사회는 그 주류가 이미 동포 1세가 아니라 2세, 3세로 넘어가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보다는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이념적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반면에 북미주지역의 동포사회는 아직도 이민 1세들이 중심이 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영향을 더 받으며 응결현상(frozen phenomena)이 더 강렬하게 나타난다. 응결현상이란 '이민자의 모국에 대한 인식수준이 모국을 떠날 때의 인식에 고착되는 경향'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그러면 이렇게 큰 동포사회의 이념적 편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우선 동포들 스스로가 다른 지역의 동포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더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정부와 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동포사회 상호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각별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쩌겠는가? 지구촌시대 한민족이라는 뿌리를 둔 커다란 나무의 가지로 함께 살아가려면 가능한 한 자주 만나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해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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