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혁명, 미래학자들의 예측 현실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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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혁명, 미래학자들의 예측 현실화 (하)
  • 엄인호 (전 캐나다연방국제무역위원회 수석경제학자)
  • 승인 2019.05.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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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인호 경제학자

(상편에 이어서)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던 대기업들 자체가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2025년경부터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는 혁신을 내세운 스타트업의 도전에 밀려 막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에서 얻어지는 생산단가의 비교우위로 소기업들의 진입을 견제하던 대기업들이 경쟁력이 높은 스타트업의 도전으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근로자 34%는 프리랜서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시스코 (Cisco)의 창업자는 예측한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3D프린터 1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제품생산이 가능해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원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 창업할 수 있게 됐다. 거대 자본을 들여 공장을 설립하지 않아도 창업이 가능한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향후 50년을 이끌 최고의 발명으로 3D프린터를 주목하고 있다. 3D프린터로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창의력이 높은 아이들이 새 시대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학자들의 예측대로 인간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력을 고용하던 대기업이 쇠퇴한다면, 전문가를 양성하던 대학의 필요성과 졸업장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경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을 예측한 바 있다. 전통적인 대학 형태는 10여 년, 길게는 30년 뒤 몇 개의 상징적인 곳만 남고 지상에서 소멸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본다. 기존 대학은 마이크로 칼리지(Micro college)의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그때마다 필요한 기술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산업화 시대의 성공공식 이었던 ‘명문대학->전문직->대기업’이라는 ‘링크’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대학은 이제 직장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최근 무크(MOOC온라인 공개강좌)의 출현으로 경쟁력이 약한 대학은 퇴출당하고 있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수업 무크(MOOC)에서는 MIT, 하버드, 스탠퍼드 대학 등 전 세계 190여 대학과 구글 엔지니어의 강의를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명문대 수업을 온라인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듣고 수료증을 받는 ‘무크(MOOC)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미 구글, 애플 같은 기업은 사람을 채용할 때 대학간판 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통신업체 에이티엔티(AT&T)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무크 수료증을 받은 학생을 뽑기 시작한 것은 무크의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명문대학의 졸업장보다 무크의 수료증을 더 인정해주는 미국의 인터넷 회사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예,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기존지식만을 소화한 대학졸업장은 가치가 없다는 것을 테크 기업들은 이미 터득한 바 있다.

무크(온라인 공개강좌)뿐만 아니라,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할 혁신대학이 미국과 프랑스에서 거의 동시에 출현했다. 미국의 ‘미네르바스쿨’(2014년 설립)과 프랑스의 ‘에콜42’(2013년 설립)은 혁신적인 교육 모델이다. ‘미네르바스쿨’에는 물리적 캠퍼스가 없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고 교수와 학생 사이의 직접 토론으로 진행된다. 학생 강의실도, 연구실도, 도서관도 없다. 대신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전 세계 도시 속으로 흩어진다. 매일매일 세상과 부딪치면서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 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은 직업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에콜42’(미래의 학교로 칭송)는 교수가 한 명도 없고, 교재도 없으며, 분기별 시험도 치르지 않는다. 학비도 전혀 받지 않는다. ‘에콜42’의 유일한 지도자는 ‘학교장’이다. 교장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업적 기술적 문제점 해결을 목표로 학생들에게 과제를 던져준다. 학생들은 개별 혹은 팀 프로젝트로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 이론수업은 없지만, 오직 과제 해결을 위해 평균 12~15시간씩 몰두하기도 한다. ‘실무형’ 컴퓨터 천재 양성이 목표인 것이다. 설립 1년 만에 무려 11개 스타트업을 배출한 ‘에콜42’는 매년 1,000명 가량의 소프트웨어인재를 산업현장에 보낸다고 한다. ‘미네르바스쿨’과 ‘에콜42’의 졸업생들은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업에 취업한다.

‘미네르바’뿐 아니라 조지아택, 펜실바니아 대학 등 다른 미국대학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00% 온라인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20%이상 못하게 하는 규제에 묶여 100% 온라인 과정은 못하고 있다.

기술혁명으로 인해 세계는 다각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빼앗길 대부분의 전문직종, 다가오는 대기업의 쇠퇴, 대학의 종말(무크의 도전과 혁신대학의 출현으로 퇴출이 불가피한 전통적인 대학) 등으로 기성세대가 굳게 믿고 있는 성공 공식인 ‘명문대학->전문직->대기업->승진’이라는 ‘링크’도 무너지고 있다. 학벌이 취업과 ‘성공의 열쇠’였던 시절은 저물고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일자리를 경쟁해야 하는 4차 산업 시대의 ‘성공의 열쇠’는 과연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하면 백전백패! 인공지능이 적응하지 못하는 감성적인 분야를 선택해서 교육받고 취업하는 것이 ‘성공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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