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코피노 모자(母子)의 한국 정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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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코피노 모자(母子)의 한국 정착 (1)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19.03.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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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필리핀에서 무역회사를 다니던 필리핀 국적의 평범한 여성 A는,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채팅을 하던 중 한국 남성 B를 만나게 되었다. 채팅으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친해진 둘은, 결국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B가 필리핀으로 여행을 가서 1주일 정도를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짧은 만남 이후에도 A와 B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지냈고, 필리핀에서의 만남이 있은 때로부터 약 6개월 후에는 A가 한국에 여행을 와서 B의 집에서 약 2개월 정도 머물면서 동거 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2개월을 머물고 돌아간 A는, 필리핀에서 심상치 않은 몸 상태를 느끼고 임신테스트를 하였고, 병원에서 임신이 되었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A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B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고, B도 그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지만, 임신 사실을 축하해주고 출산 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한 달에 20만 원씩 생활비로 보내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A와 B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A가 혼인신고를 요구하자, B는 해주겠다고 얘기하면서도 혼인신고를 해주지 않고 계속 미루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결국 A는 필리핀에서 둘 사이의 자녀 C를 출산하였고, C는 필리핀에서 출생신고가 되어 일단 필리핀 국적자로 필리핀에서 출생등록이 되었다. A와 B 사이에 혼인신고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혼외자(혼인 외의 자녀)인 C는 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는 없었다.

A는 C의 아버지가 한국인인 B였기 때문에, C도 한국에서 한국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또한 A의 이모도 몇 년 전 한국으로 건너가 살면서 한국에 귀화하여 한국 사람으로 살고 있었는데, 이모에게 한국이 굉장히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B를 만나러 2개월 정도 왔을 때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꼈기 때문에, A 본인도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

이에 A는 일단 B에게, C를 한국에서 B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B도 이에 동의하여, A는 필요한 서류들을 B에게 보내주었고, B는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작성한 출생신고서를 사진촬영하여 A에게 보내주었다. 그 출생신고서를 본 A는, 한국에서도 C의 출생신고절차가 모두 완료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B가 출생신고서를 작성하여 구청에 제출하자, 구청 직원은 A와 B 사이에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B는 C를 자녀로 출생신고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을 하였다. 대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1항에 따라, B가 C를 출생신고서를 제출하면 ‘인지신고’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인지신고’란 혼외자를 본인의 자녀로 인정하는 것으로서, 보통 혼인하지 않은 남녀 사이에 자녀가 출생할 경우, 모자(母子)관계는 일반적으로 출산으로 인해 증명이 되지만, 부자(父子)관계는 별도로 ‘인지신고’를 해야 인정되도록 하고 있다.

그와 같은 설명을 들은 B는, C의 출생신고절차를 중단하였다. 아마도 B는 C의 출생신고를 한국에서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적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구청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출생신고’는 불가능하고, ‘인지신고’는 할 수 있는데, ‘인지신고’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고 설명을 듣게 되어, 망설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에서 C의 출생신고가 되었다고 생각한 A는 B에게 혼인신고도 해줄 것을 계속해서 요청하였다. 그러나 B는 혼인신고를 끝까지 거부하였고, 이에 A는 B에게 C도 만나게 해주고, 혼인신고에 대해 B를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에, A와 C를 한국으로 초청해달라고 B에게 요청하였다.

B는 A의 초청 요청에 동의하였고, A와 C는 B의 초청으로 한국에 3개월 간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하였다. 일단 입국한 A는 B를 만나, B가 혼인신고를 해주어야만 A와 C가 한국에서 살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혼인신고를 하여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였지만, B는 이번에도 혼인신고를 거절하였다.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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