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쩔 수 없는 불·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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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어쩔 수 없는 불·탈법
  • 임용위
  • 승인 200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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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연시"는 경우가 다르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은 더욱 없다"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던 한인들간에 유행처럼 사용되곤 했던 이 말은 멕시코에서도 간혹은 통용된다. 멕시코에도 널려있는 법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활용(또는 악용)하느냐에 따라 이 말은 적당하게 적용이 되는 듯 하다.
"법은 정해져 있지만 그 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정부의 탓"으로 얼마간 이득(?)을 보고있는 한인들이 많다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제대로 다스려야할 공무원들이 부정부패를 앞서서 권장하는 일 역시 같은 부류로 치부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동포신문의 사설은 한인들의 숨겨진 이득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특수하고도 각별한 멕시코 이민사회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떤 수단을 강구하든 이 모난 사각지대의 틈바구니를 잘 헤쳐나가기만 해주기를 바랄 때가 솔직히 더 많다는 것도 밝혀두고 싶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확히 알 것"은 알아두고 넘어가야 한다. 다양한 업종의 현장에서 생업에 전념하고 있는 우리 한인들은 (불가피하게) 불법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저마다 안고서 생활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가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불·탈법을 해서라도 고통스러운 이민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그 고충을 더러는 이해하려 드는 동포들 많다. 그리 오래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들도 잘못 들어선 길을 빨리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얼마간 목표한 바를 달성한 한인들은 마음조리며 고통을 감내하는 일들을 종국에는 포기하고 만다.
다만 "탈법을 당연시"하거나 "불법인 줄을 모르고" 생업에 몰두하는 한인들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웃동포들이 이해하는 점은 멕시코 현지 환경의 "특수성"에서부터 살아남고자 하는 부단함을 높이 사는 것인지, "그래도 아무 문제없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복사판 불법 영상물이 중국에 이어 불명예스러운 세계2위의 기록(지난주 멕시코 현지신문 보도)을 멕시코가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 앞에서도 우리는 불법 테이프를 버젓이 빌려보고 있는 현실이다. 빌려주는 사람이나 빌려보는 사람이 모두 먹고살아야 하고 보고 즐겨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기에 이해도 하고 서로 도움도 주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내가 하는 불법을 남이 하는 것은 못 참는다"는 식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멕시코도 예외는 아니다. 좀 더 법이 잘 다스려지는 환경에서 맘 편하게 "내 사업이 정상궤도에서 질서 있게, 그리고 법이 정한대로 운용되기"를 바라는 심정은 누구나가 원하는 희망사항이다. 이러한 시류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한인이라면 내가 지금 푼돈을 버는 일이 "법에 저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항목이 될 듯해서 거론해 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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