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손이 많이 딸리지만 고국의 신비한 침술봉사에 보람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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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손이 많이 딸리지만 고국의 신비한 침술봉사에 보람 느껴요."
  • 임용위
  • 승인 200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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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침 봉사로 현지사회의 '밝은 등불'이 된 리디아, 마리아 수녀
수지침으로 '자선'과 '애국'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두 수녀님은 하나님의 자녀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이웃집 누나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수더분하고 격의 없는 성격이 아마도 현지인들에게 큰 호감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그것이 곧 '한국인 수녀들'에 대한 신뢰로 쌓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모 영보수녀원(한국 과천 본원)의 유일한 분원인 멕시코 영보수녀원은 11년 세월을 오하스떼뻭에서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사랑과 기쁨의 자선을 실천해왔다. 늘 그렇듯이 고아원 내지는 양로원을 운영하며 해외봉사를 펼치는 것이 이들 종교단체들의 성격인데 수지침 하나로 자선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이유는 딱 한가지, 그것 하나로도 너무 손이 딸린다는 것.
매일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 수지침 봉사는 밤늦은 시간까지 70~80명의 병약한 현지인 환자들을 돌보느라 숨돌릴 겨를이 없다. 월, 목요일은 쉰다고 하나 토, 일요일에는 많을 때는 하루 150명의 현지인들이 몰아닥친다. 김 리디아 수녀와 지 마리아 수녀를 비롯한 다섯 명의 수녀가 수지침으로 현지인들과 교류를 맺어온 성보 영모수녀원 멕시코 분원은 이번에 꾸에르나바까에 한곳의 분원을 더 설립했다. 한국 수녀들의 무료침술 봉사가 멕시코 전역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지역에서 밀려드는 현지인들의 편의를 위한 방편으로 분원을 추가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리디아, 마리아 두 수녀님이 구에르나바까 분원에서 수지침 봉사를 맡기로 했다.
"시티뿐만 아니라 과달라하라, 아까뿔꼬, 치아파스 등 멕시코 전국에서 고루 오시는 분들은 환자이기 전에 천사와도 같은 사람들이다."고 말하는 지 마리아 수녀는 "처음에 혼자 오시던 분이 다음에는 가족, 친지, 이웃들을 모시고 오시면서 3년 사이에 수지침에 의지해 몸을 맡기는 환자들이 수십 배로 불어났다."며 한국 수지침의 효력이 크게 신뢰받아 생긴 현상이기도 하지만 수녀라는 신분을 존중하고 믿는 이 나라 풍토에서 더 기인된 것이라고 지 마리아 수녀는 말한다.
불우한 현지인들을 상대로 교육과 양육, 선교에 손길을 펼쳐오던 3년 전, 성모 영보수녀원의 총 원장수녀직을 퇴직하고 멕시코에 부임해 온 노 살레시아 수녀의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수지침 봉사가, 지금의 멕시코 영보수녀원의 유일하고도 대표적인 봉사업무로 자리잡을 만치 수지침 하나에만 메달리기에도 벅찬 하루 일상이 되었다는 김 리디아 수녀는 "가정치료 의학으로서의 수지침이 급체, 중풍, 풍치 등에 더없이 좋은 효과를 발휘해 그 신비하고 오묘한 민간요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현지인들 또한 만만치가 않다."고 말한다.
가르쳐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한 수지침술가들을 부분별하게 양산할 우려가 있어 좀 더 관찰하고 있다는 김 리이아 수녀는 "순수한 봉사를 목적으로 자선을 실천할 뜻이 확인이 되는 현지인들에 한해 수지침을 전수시키고자 하는 계획은 있다."고 밝힌다. 김 리디아 수녀의 수지침 기법은 한인문화원에서 배울 수가 있다. 작년 한인문화원 강좌에서도 특히 많은 한인들이 참여해 인기과목으로 자리잡은 수지침 강좌는 매주 목요일 11시에 문화원 강당에서 한인동포들을 기다린다.
"멕시코에 정착해 사시는 한인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사는 소식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희망이 되는 소식"이라고 말하는 리디아 수녀는 "저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으로서 침을 놓는 가운데 한국사람들에 대한 왜곡된 얘기를 현지인들로부터 들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힘들고 지친 동포 여러분들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생활을 꾸준히 해 나가기를 빌고, 무신론자들 또한 꾸준하게 인내하고 서로간의 동포들을 돌보고 사랑하는 가운데 반드시 희망은 결실로 다가온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동포들을 위하는 마음도 아울러 전한다.
중국인들의 일체감과 단체의식을 평소에 늘 부러워했다는 김 리디아 수녀는 "수지침을 통해 현지인들을 돌보고 동양의학으로서의 한국의 침술 위상도 높이는 지금의 일을 잘 전개하면서, 똘똘 뭉쳐가는 우리 동포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또한 힘닿는 데로 동참하고 싶은 것이 현재의 희망"이라는 소박한 꿈을 토로한다.
"자발적인 봉사정신 하나만큼은 리디아 수녀님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김 리디아 수녀의 옆에서 부추기는 지 마리아 수녀와 함께 '멕시코의 밝은 등불'로 현지 교단에서도 평판이 자자한 성모 영보수녀원의 멕시코 분원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과 기쁨의 자선단체로 우뚝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기를 기자는 가슴깊이 소망해 본다.
임용위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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