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연주하는 팔꿈치 피아니스트, 캄보디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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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연주하는 팔꿈치 피아니스트, 캄보디아 공연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8.09.0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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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때 한 쪽 팔 잃은 최혜연 씨, 캄보디아 교민들에게 아름다운 선율 선물

▲ 캄보디아에서 열린 자신의 힐링콘서트 포스터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피아니스트 최혜연 씨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지난 9월 1일(현지시각) 캄보디아에서 한 쪽 팔을 잃은 시련을 극복한 피아니스트 최혜연 씨(23)의 콘서트가 열렸다. 

 수도 프놈펜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진 최 양은 한쪽 팔을 잃은 장애를 극복하고 음악적 재능에 열정까지 더해 기적을 일구어낸 여성 피아니스트다. 

‘힐링 콘서트’로 이름 붙여진 이번 연주회는 세 살 때 오른쪽 팔을 잃는 큰 사고를 당했던 최 양이 그 아픔을 딛고 빚어낸 음악적 재능을 캄보디아 동포들 앞에서 선보이는 자리였다.

1시간 남짓 이어진 공연동안 그녀의 왼쪽 손가락과 오른쪽 팔꿈치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건반 위를 현란하게 왕복했다. 그녀가 직접 작곡한 곡들은 아름다운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노래를 들은 관객들은 박수갈채로 그녀에게 화답했다.

경상북도 영덕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최 양은, 불의의 사고로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 유년시절,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좌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최 양을 오늘로 이끌었다.

▲ 지난 9월 1일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의 힐링콘서트 연주 장면 (사진 정인솔)

공연에 앞서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 양은 해맑고 순수한 웃음을 단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 어두운 구석이란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 어릴 적에 당한 일이라 솔직히 살아오면서 별다른 불편함은 별로 없었어요.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없고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으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구들이 놀려서 힘들었던 것 정도입니다(웃음)”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비슷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을 법한데도 최 양의 표정은 밝고 활기찼다. 낙천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부모님 말고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면 누가 있냐는 질문에 한 살 터울 친 언니를 먼저 떠올렸다.

“피아노를 공부하는 언니를 따라 고교시절을 대전에서 함께 생활을 했어요. 그때 언니가 저를 제일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전예고를 거쳐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 현재 4학년에 재학중인 최 양은 지난 2011년 장애인 음악콩쿠르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영국왕립음악원을 방문, 같은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매카시와 만나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 최 양은 공연을 마친 뒤, 하반신 장애를 갖고 있는 캄보디아소녀에게 직접 친필 싸인을 해주고,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뒤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기도 했다. (사진 정인솔)

또한 그녀는 ‘스타킹’ 등 국내 지상파방송과 뉴스에도 출연해 같은 아픔을 겪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개인 콘서트만 7번이나 열었다는 최 양의 꿈은 훌륭한 피아니스트 겸 음악공연기획자로 성공하는 것이다. 인터뷰 도중 최 양은 바쁜 일정 탓에 3박 4일 짧은 공연일정만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최 양의 연주를 지켜본 캄보디아 동포들은 이미 여러 장의 독집을 낼만큼 재능 있는 전문음악인으로 자리 매기고 있는 그녀가 앞으로도 아름다운 연주로 시련을 겪는 이들에게 계속 희망을 전해주기를 이구동성으로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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