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걸프국가들의 새로운 아랍 질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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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걸프국가들의 새로운 아랍 질서 (상)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 연구소장
  • 승인 2018.09.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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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걸프 국가 - 아랍 만 국가 협력회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가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한 단어가 ‘걸프 국가’이다. 일반적으로 걸프국가라고 하면 ‘아랍 걸프(아랍 만) 국가들의 협력회의(GCC)’ 회원국을 떠올린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6개국이 1981년에 세운 정치적 경제적 기구이다.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만(걸프)’에서 일컬어진 용어인데 짧게는 ‘걸프 협력 회의(마즐리스 알타아운 알칼리지)’라고 하고 모든 회원국이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GCC가 이란 이라크 전쟁 초기에 그리고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2년 뒤에 창설된 시기를 유의하면 단순히 이 기구가 경제협력회의만은 아니라는 것 금방 알 수 있다. 사실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 협력 회의를 ‘연합(잇티하드)’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오만이 적극 반대했다. 모든 회원국의 5,170만 인구(2017년 통계)가 연합이 되면 유럽연합처럼 화폐 통일, 공동방위군 창설, 통일된 외교 정책을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걸프 협력 회의의 회원국들은 공동 방위군을 1982년에 창설했고 1년 뒤 아랍에미리트에서 첫 합동훈련을 마쳤다. 회원국 간의 모든 분야에서 통합을 이루자는 것이 창립 취지인데 2017년 GCC 회원국 세 나라가 카타르와 경제, 외교, 교통(육상, 해상, 항공)에서 단교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걸프 국가의 위기이다. 2017년 7월 카타르 부총리 압둘라는 1981년에 창설된 걸프 협력회의는 이제 끝났다고 했다.

아랍 만, 페르시아 만 그리고 중동

이란은 아랍만을 페르시아 만으로 하자고 한다. 그런데 요즘 가끔 아랍 언론에 ‘중동’이란 말이 등장한다. 사실 중동이란 말은 학자마다 또는 특정 정치적 수사에 따라 그 명칭이 달랐다. 중동이란 용어에 대한 유래는 마한(Alfred Thayer Mahan)이 1902년 ‘국제 문제의 페르시아 만’(1902)이란 글에서 처음 사용했다.

2006년 6월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텔아비브에서 사용한 용어는 ‘새로운 중동(새 중동)’인데 ‘대 중동(Greater Middle East)’이란 말을 대신해 사용했다. ‘새로운 중동’이란 말은 워싱턴과 텔아비브가 전 중동을 재편하려고 사용한 용어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들의 지리적 전략적 필요와 목적에 따라 중동의 지도를 다시 그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용어는 미영과 이스라엘의 이익과 야심을 드러낸 것이고 중동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국가의 이익과는 합치되는 말이 아니다.

‘새로운 중동’이란 말은 1990년대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총리가 저술한 책에 등장했던 용어이다. 아랍 지역에서는 이 용어가 ‘이스라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미국무부가 사용했던 ‘대 중동’이란 말은 미국이 중동의 여러 지역, 아랍지역이든 아니든, 모든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냉전 시대가 끝났던 시기 즉, 미-소 양극의 시대가 끝났던 시기에 사용한 용어였다.

중동이란 용어, 문제 있다

‘중동’이란 말처럼 가장 애매한 말은 없다. 2000년대 초 요르단 대학교 학생들에게 ‘중동’이 포함하는 지역이 어디 어디까지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동의 지리적 영토가 아라비아 반도와 이집트까지인가? 아니면 아라비아 반도, 이집트, 터키, 이란까지인가? 아니면 아라비아 반도, 이집트, 터키, 이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포함하는가?

우리나라는 중동이란 말을 정부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1900년대에는 ‘아라비아’라는 말을 사용했고 ‘중동’이란 말은 없었다. 금년도 우리나라 외교부 직제를 보면 ‘아프리카 중동국’이라고 돼 있다. 아랍 국가의 한 예를 보면 카타르 외교부는 아랍 국(이다라 알슈운 알아라비야), 아시아 국, 아프리카 국, 유럽 국, 미국 국으로 나눠서 아랍과 아프리카를 독립된 국으로 구별했다.

반면에, 미 국무부는 아프리카 국(Bureau of African Affairs), 동아시아와 태평양 국, 유럽과 유라시아 국, 근동 국,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 서반구 국으로 나눴다. 근동국(Bureau of Near Eastern Affairs)에는 알제리, 바레인, 이집트,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리비아, 모로코, 오만, 팔레스타인 영토,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튀니지, 아랍에미리트, 예멘을 포함시켰는데 이들 국가들은 이스라엘만 빼고 모두 아랍 이슬람국가들이다. 이처럼 중동이란 말이 미국과 아랍 국가의 외교부 직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데 왜 우리나라는 이 애매한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을까?

중동 건설붐과 친아랍 정책

우리나라는 1963년 아중동 과가 구미 국 산하에 편성됐다. 1973년 12월 15일 친아랍 정책이란 정부 성명서가 발표됐고 오일쇼크로 중동 산유국이 중요시되던 1979년에 아프리카 국과 중동 국으로 분리됐다. 1973년은 중동 건설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의 건설수주가 본격화된 해였고, 1973년 12월 15일 한국 정부는 최규하 외교특사를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를 요구하는 반이스라엘 친아랍 성명서를 발표했다.

1975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폐쇄를 요청했고, 1978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다. 1979년 2월 14일에 공포된 외무부 직제 개정안을 보면 ‘아중동 국’을 ‘중동 국’과 ‘아프리카 국’으로 나누고 중동 국에는 중동 총괄과·중동 담당관·근동 담당관 및 마그레브 담당관을 두는 것으로 돼 있었다. 마그레브는 아랍어 마그립 대신에 영어명칭 마그레브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직제에서 왜 중동과 근동으로 나눴는지 모르겠다.

지리 전략적 특성과 효율적 정책

외교부 직제에 사용된 ‘아중동’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관련성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외교부 직제 편성에서 주요 지역을 먼저 편성하고 나서 나머지 지역들을 한데 묶은 것에 불과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근동과 중동, 아중동이란 말들은 지리 전략적(geo-strategic) 또는 지리 경제적(geo-economic) 근거를 둔 용어들은 아니다. 아마도 행정적 편의 또는 외교부 초창기에 미국과 일본의 직제를 참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각 지역별 사안에 대한 기동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하려면 지리 전략적 특성이 고려된 명칭이 필요하다.

일부 한국인들은 ‘중동 전문가’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사실 20여 개국이 넘는 ‘중동의 전문가’가 진짜 ‘전문가’인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우리 사회가 모호한 ‘중동’ 개념을 사용해 모호한 전문가 양성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수능 아랍어 시험 문항에 라마단달, 금식, 메카 순례 등 이슬람(종교) 용어를 묻는 문제를 ‘아랍어 학습’이라고 포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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