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배우자
상태바
중국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배우자
  • 뉴질랜드타임즈
  • 승인 2004.09.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부심·당당함·단결력 수용해 교민사회의 기틀 마련… “이것이 소수민족으로 둥지 틀 수 있는 계기”

중국인이라고 하면 몇 가지 떠오르는 고정관념(Stereotype)이 있다.
길거리를 가다가 머리 옆이나 뒤에 까치집을 하나 이상씩 짓고 있는 아시안은 중국인이다.이는 청결에 신경쓰지 않는 중국인이라는 메시지를 우리 머리 속에 입력시켜 놓는다.
또 아시안만 만나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일단 중국말로 마구 떠들어 대면서 말을 거는 이들이 중국인이다. 이런 두 가지 이유는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
그러나 얘기를 꺼내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다.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들이다.
나는 일단 그들의 당당함이 부럽다. 중국인들도 내부적으로 청결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기 나라에서라면 이런 문화가 당연한 것으로 인정될거다.
하지만 외국 이민자로서 이런 문화와 자세를 꿋꿋이 지켜내는 것을 보면 청결, 불결의 문제를 떠나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부럽다. 그들의 청결하지 못한 문화가 부럽다는 것은 아니다. 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들은 그런 문화조차도 전통에 대한 긍지로 여기는 듯 하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당당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갈수록 높아진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외적인, 예를 들면 스포츠 게임, 같은 것으로부터 말고, 나 자신의 정체성 자체로부터, 그냥 자기 자신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당당함을 가졌으면 한다.
또 방법이 좀 그렇긴 하지만, 우리도 중국인들처럼 어디에 물건 사러 가서 영어가 안되면 심지어 키위 직원한테도 한국말로 막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정히 안되면 Korean, Korean 정도만 말해도 된다. 정신병자로 오인받을 일은 전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약 이런 한국 사람들이 많아 지면 그 매장에서는 한국인 직원을 한 명이라도 채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교민 자녀나 또는 교민이 한 명이라도 채용되지 않겠는가.
우리 한국 교민들이 좀더 대접받으며 살 수 있는 방법, 우리 자녀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이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점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정초나 연말은 물론이고 어디에 용한 점쟁이가 있다고 하면 열일 제쳐두고 그 용한 점쟁이를 만나야만 직성이 풀리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하루는 어느 연로한 점쟁이를 찾아 갔다. 그 영감님은 점 보러 다니는 것을 열성으로 하는 어머니에게 “귀신도 찾는 사람에게만 붙는다”는 충고를 하셨단다.
그 영감님이 귀신 운운하신 것은 세상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즉, 귀신도 찾는 사람에게만 붙는다는데 하물며 사람은 말할 것이 없다. 그러니 앞으로 한국인 직원이 없는 매장에 가서는 버릇처럼 “Do you have any Korean staff?”하고 물어 볼 일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그렇게 한다. 그래서 웬만한 규모의 매장에는 중국인 직원들이 꼭 있다. 교민 1세대들이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직업상 여러 민족이 모이는 학술대회, 소모임, 회의 등에 나갈 일이 자주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모임에 나가는 것이 점점 꺼려 진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의 ‘인해전술’의 실체를 갈 때 마다 느끼기 때문이다. 50명 정도가 모이면 그 중에 40명은 중국인이다. 직종도 다양하다. 순수한 자원 봉사자부터 대학교수, 의사, 정부기관 공무원, 연구원, 일반인, 이들 모두가 본토인, 대만인, 홍콩인, 말레이지아 중국인, 인도네시아 중국인, 가릴 것 없이 Chinese라는 깃발아래 하나로 모인다.
그 숫자와 힘에 눌리는 기분이 들지만 솔직히 부럽다. 그들은 그렇게 뭉친다. 그들은 단체의 힘을 잘 안다. 일반인이 요구하면 교수나 연구원이 학술적으로 이 요구를 공식화하고 국회의원, 공무원 등이 Funding에 적극 협조해서 단체를 만든다. 그래서 중국인을 채용하고 더 나아가 이 단체들이 중국인을 위해 활동하며 정부에는 압력기관으로 힘을 쓴다. 그들로부터 배울 것 투성이다.
우리도 이번에 시의원 한 명 당선 시켰으면 좋겠다. 노스쇼어 지역에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가 한국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시의원 한 명 당선 못시키면 좀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그 후보를 만나 본적도 없다. 또 분야가 달라서인지 최근 몇 년 동안의 여러 모임에서 그 후보자가 참석한 것을 본적도 없다. 하지만 어쨌든 당선은 시켜놓고 봐야  한다. 나중에 교민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당선시켜 놓고 봐야 한다.
무슨 이득을 보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설사 작은 이득이 있다 하더라도 한인사회만의 이득을 위해서 이러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유는 우리가 소수 민족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때로는 전체주의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다수결 원칙의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소수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막아 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이 사회의 소수로서 둥지를 틀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인들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자. 4세대가 넘는 이민역사를 거치면서 이제는 자기들 덩치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인들로부터 우리 같은 초보 이민자들이 배워야 할 것은 널려 있다.
심리치료사/ 이승욱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