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한 정당의 창립 82주년 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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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한 정당의 창립 82주년 을 보고
  • 김상진
  • 승인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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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 경륜과 지혜가 그리운 시대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본 플랭카드에 써있는 "당 창립 82주년을 축하 합니다. - CHP -" 를 보고 참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1차 세계대전후 오스만터키 제국은 막을 내리고, 1923년 새로운 헌법으로 출발한 터키공화국.
터키의 독립과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하여 "건국의 아버지"란 의미인 "ATATURK(아타투르크)" 칭호를 국민의 이름으로 하사받아 자신의 성으로 사용하는 MUSTAFA KEMAL 장군에 의해 설립한 터키 최초의 정당이자 여당이었던 유서깊은 정당이 바로 이 CHP (공화인민당) 인 것이다.

터키 최초의 정당이며, 터키 공화국 건국과 함께 시작된 공화민주당...
그동안 많은 정치적인 어려움도 겪었으며,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지 오래되었고 정당의 지도자 들도 그사이 무수히 바뀌는 과정 속에서도 끝까지 그 이름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82년의 세월을 견뎌 온 것이다.

우리 한국의 정당역사와 비교해 볼 수 있을까?

지도자 한사람에 의해 우후 죽숙 격으로 생겼다가, 이념과 노선에 따라, 때로는 당리 당략에 따라 이합집산 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은 그 무엇보다도 정당의 이름을 보면 알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사람의 정당 지도자가 바뀔때 마다, 정권이 바뀌고 또 새로운 뭔가를 시도할 때 마다 우리는 정당의 이름을 바꿔서 사용해 왔다.
사람들은 바뀌지 않았으니 이름만 바꿨다고 해서 새로운 정당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이름과 이념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정당을 우리는 몇년마다 한번씩, 심하면 한해에도 한두번씩 보아왔다.

그러다보니, 정당의 이름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민주""자유""국민""공화" 등의 일반적인 명칭들을 앞뒤로 조합해 보고 좌우로 나열해 보면서 그게 그것같은 정당 명칭을 지어 왔으며, 정 할수 없다보니 새롭다는 "신"자를 앞에 넣어 보기도 했다. (꼭 소비재 상품 짓듯이..)

이젠 정당의 이름짓는 방식조차 새로운 스타일로 많이 자유로워 진 것 같다.
그래서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정당의 이름을 만들려는 노력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열린 우리당" 의 이름은 그중 압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창당 당시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당명의 상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해할수 있다.
민주당과의 분당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상처 그리고 많은 오해를 받고 억지로 분당을 강행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니 꼭 필자가 갖고있는 편견이라는 오해는 받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새로운 정당의 문호를 개방해야 하겠으니 "열린" 을 강조 한 것이 절실 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우리"라는 단어를 당명에 사용 할 생각을 했는지는 지금도 내겐 의문으로 남아있다.

상대방 정당을 남의 당 이라고 부르고 우리 정당을 우리 당이라고 보통 대화에서 사용하는 보통의 단어인 "우리"라는 단어는 특정 정당의 정치적, 정략적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한나라당 의원이 우리당 의원들을 성토하는 대화가 이렇게 된다는 것이...
"우리 한나라 당은 우리당의 의견에 반대를 한다!" 내용을 얼핏 들으면 오해의 한나라당이 분열되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가?

한나라 당에서는 이를 줄여서 "열우당" 이라고 호칭 하려고 하니, 어감이 열등한 분위기를 준다는 이유에서인지 줄인 당명도 "우리당"을 고집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닌 사람이 남의 정당을 "우리당"이라고 불러야 하는 우스운 모습을 언제까지 보여 줄 것인지...

예전에 이런 우스운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친구가 자기 이름을 "형님"이라고 지은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선배들도 이 친구를 부를때 항상 "형님" 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인데...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남의 이름을 갖고 너무 탓하는 것도 실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 이런 상황과 곤란함을 애써 연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문제요, 양식 문제가 아닌가.

내 생각에는 "열린 우리당"의 당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바뀔것 같다.
뭐, 정권이 바뀐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정치권의 이합집산 또는 이해관계에 의해서 그리 오래지 않아 새로운 이름의 정당으로 변신 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때쯤 되면 이렇게 부르기 곤란한 "우리당"의 이름은 또 역사의 한편으로 없어지고 또 새로운 이름의 정당이 탄생할 것이다.

터키의 CHP (공화인민당)의 창당82주년 축하 플랭카드를 보면서, 그동안의 그 많은 어려움과 난관 그리고 그 많은 지도자들의 바뀜과 이합집산 속에서도 82년간 같은 이름으로 같은 이념으로 지켜온 그들의 인내력과 굳굳한 긍지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 한국에도 이렇게 길이길이 오래도록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나 줬으면 좋겠다.
무조건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항상 새로운 것 만이 좋은 대안일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것은 지키고 가꾸고 키워 나가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도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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