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백과사전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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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백과사전 왜 필요한가?
  • 한경구
  • 승인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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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시작하자고 주장할 때에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고 또 모두가 하는 일의 경우에도 그러할까? 오히려 반대를 하는 이유, 여태까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야 마땅할 것이다.

한민족 공동체 백과사전의 편찬이 바로 그러한 일이리라. 새삼 제안 이유를 설명한다기보다는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이 최근의 일이기에 약간의 소개는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해외에 교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모두 이와 관련된 백과사전을 편찬하였다. 유태인이나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가까운 중국만 하더라도 1993년에 방대한 분량의 세계 화교화인(華僑華人) 사전을 편찬하고는 그 즉시 새로운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1998년에 화교화인백과전서 12권을 또 다시 출판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국민국가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계 미국인들도 그러한 작업을 했고 심지어 연변의 조선족과 러시아의 고려인들도 자신들에 대한 총체적 정보가 담긴 백과사전을 편찬한 바 있다.

최근 재외동포재단과 재외한인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공개적으로 처음 논의된 한민족공동체 백과사전 편찬은 이러한 의미에서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백과사전의 편찬은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여러 커다란 기능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무엇보다도 한민족 공동체 백과사전의 편찬은 한민족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는 동시에 이를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독립과 그 이후의 발전 과정에서 재외동포들이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

그 어려운 이민 생활 가운데에서도 재외동포들은 모국의 독립운동에, 경제발전에, 지역발전에, 외교활동에, 또한 올림픽 등 거국적 행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였다. 모국으로의 엄청난 송금과 헌금 없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과연 있을 수 있었겠는가? 최소한 이에 대한 우리의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또한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는 후세를 교육시키는 의미에서라도 재외동포에 대한 사전은 발간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백과사전 편찬은 현재 재외동포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정보를 정리하는 동시에 그 현상과 수준을 드러내 보여 줄 것이다. 사전 편찬은 기존의 모든 자료와 연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연구문헌 해제 작업은 물론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지역의 역사와 주요사건, 항목 등을 정리하고 색인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특히 국내외 재외동포 주요 인물과 연구자, 정책 관련자,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네트워크 수립은 한민족공동체 형성에 기여함은 물론 재외동포에 대한 연구와 정책수립의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며 재외동포에 대한 연구와 정보수집을 크게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사전편찬 작업 과정에서 수집하고 정리하는 방대한 자료는 재외동포재단 재외동포 도서관을 설립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며 그 주요 내용은 인터넷과 CD 등을 통해 세계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한민족공동체 백과사전은 재외동포의 현황과 당면한 문제들을 폭넓은 시야와 역사적 깊이를 가지고 이해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세계 각지의 민족 관계와 갈등, 역사적 배경 속에서 한민족공동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날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경구(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재외한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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