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국서 만난 청년 디자이너 노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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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국서 만난 청년 디자이너 노동혁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8.05.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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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태국 '디자인M' 입사, “해외 취업 원한다면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 태국 디자인M 노동혁 디자이너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는 지난 4월 6일 열린 20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개막식에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1회원사 1모국청년 채용’ 캠페인의 개시를 선언했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청년 실업 대책의 주요 골자는 취업, 창업, 해외진출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라며 청년들의 해외 진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외동포신문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해외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하여, 해외 취업에 도전하여 성공한 분들의 사례를 찾아내어 그들이 그동안 어떤 마음 자세로 어떤 노력을 거쳐 지금의 직무를 담당하게 됐는지 경험을 공유하는 인터뷰 시리즈를 준비했다.
그 첫 주인공은 태국 브랜드 에이전시 ‘디자인M’(대표 최랑)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노동혁 씨다. 노동혁 씨가 태국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의 과정과 현재 하고 있는 업무, 미래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주말 왓아룬에서 여유로운 한 때 (사진 노동혁 디자이너)

Q.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노동혁(이하 노) : 안녕하세요. 디자인M 소속 디자이너 89년생 노동혁입니다.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2014년에 졸업하고 동해 디자인엠에 입사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3년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진행하는 코리아 디자인 멤버십 3기로 활동했고 2016년에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주관하는 글로벌YBM 태국과정 1기로 태국어를 1년간 공부하고 수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케이무브 블로그 멘토단 태국 전문 블로거로도 활동 중입니다.

Q. 한국을 떠나 태국 디자인M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알고 싶습니다.
노 : 대학 졸업 직전, 디자이너로 일하기로 했던 회사의 연락을 기다리던 도중에 태국 쭐라롱컨 왕립대학 석사로 있던 대학 선배의 권유로 태국에 놀러왔다가, 선배가 태국에서의 취업을 권유하여 혹시나 하여 제 포트폴리오를 태국 한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디자인M 최랑 대표를 만났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2002년 유럽으로 생애 첫 해외 여행을 했는데 그때부터 해외에서의 취업 혹은 사업에 대해 늘 동경해왔는데요. 그 종착지가 태국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확실히 동남아 시장은 기회가 많고, 앞으로 훌륭한 한국의 인재들이 취업으로나 사업으로 많이 진출하시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주말 한국인 친구들과 (사진 노동혁 디자이너)

Q. 태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원래 태국과 인연이 있었는지요?
노 :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태국왕자' 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 태국이 정확히 어디있는지 알게된 건 불과 몇 년 전으로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동남아는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군 시절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 됐고 전역 직후 베트남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 계신 한국 분들을 만나 뵌 후 제가 내린 결론은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 대비 성실도가 높은 국민성 덕분에 제조업으로 각광을 받는다는 것이었고, 잠시 방황하다가 태국에서 석사과정에 있던 학교 선배의 초대로 태국에 첫 방문하였습니다.

당시 느낀 바로는 제가 하고자 하는 뜻을 펼치기에 베트남보다는 이 곳이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태국의 TV 광고만 보더라도 수준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거기에 혹하기도 했고 서비스업, 특히 한식 프렌차이즈 업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식 프랜차이즈업 쪽으로 상당히 관심이 많았던 터라 구매력이 있고 수요가 충분하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태국이 제 뜻을 펼치기에 매우 적합했고 일단 태국에서 일하며 기회를 엿보자는 생각에서 지금의 회사를 만나고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 디자인M 직원들과 함께 피자파티 (사진 노동혁 디자이너)

Q. 다른 나라에서 적응하기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노 : 태국에 오기 전까지 16여 개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는 이국에 대해 흥미로웠으나 체류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이 그리웠습니다. 국가 대부분이 한국보다 물가가 비쌌기에 금전적으로 여유로울 수 없었고 일단 음식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과 태국은 한국과 물리적 거리도 멀지 않을 뿐더러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많았고, 특히 태국의 경우에는 대학 선배 덕택으로 빨리 적응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대학 졸업 시즌 1년 정도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심신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태국의 물가와 날씨, 온화한 태국인들의 성품에 매료되어서 적응은 쉬웠습니다. 처음에는 한국보다 오히려 더 살기가 나았습니다. 제가 살던 대구의 더위보다 태국이 더 견디기 쉽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태국도 결코 살기 만만치않은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적어도 적응할 때까지 만큼은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태국 탐마삿 왕립대에서 열린 대우 글로벌 YBM 태국과정 수료식에서 (사진 노동혁 디자이너)

Q. 특별히 해외 취업을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노 : 첫 번째는 영어입니다.
영어는 좀 막연하긴 한데, 2002년 중학생 당시 가족여행으로 유럽 4개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함께 여행을 하였던 한 어르신께서 영국에서 무역업을 하셨고, 그 분이 해외를 무대로 뛰고 싶다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영어는 무조건 하라고 하셔서 중고등학생 때도 수학과 과학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영어 만큼은 꾸준히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좋지 않아 토익 점수는 높지 않습니다. 대학생 때도 휴학을 하고 토익 학원을 다니다가 한 달 쯤 지나서, 이건 영어 공부가 아니다 싶어 때려 치우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동네 빵집에서 미국인 누나가 혼자 커피 마시며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서, ‘내가 한국어 가르쳐줄테니 나랑 그냥 놀자’라고 제안하였고 그후 6개월간 거의 매일 그 미국인 누나와 놀았습니다.

집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어머니가 초대하셔서 집에서 같이 식사도 하고, 영어권 친구들 파티에 초대되고 밤새 같이 술도 마시고 그러다보니 영어로 왠만한 의사표현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습니다. 오픽(공인인증 영어 말하기시험) 점수도 사실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영어권 국가에서 디자인 업무에 있어 언어적으로는 어려운 일은 없겠다 싶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영어 능력만큼 그러한 자신감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태국어와 태국 문화의 이해입니다.
제가 1년 정도 디자인M에서 일한 뒤 원래 목표였던 제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2015년 1월에 방콕 대학가에서 작은 한국식 치킨집을 오픈하였다가 쫄딱 망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에 제가 얻은 것은 약 천 만원의 빚과 태국어와 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그 깨달음으로 인해 김우중 사관학교로 알려진 대우 글로벌 YBM 태국과정 1기로 1년간 태국어 및 사업 관련 수업 등등 일반적으로 습득하기 쉽지 않은 지식과 경험을 짧은 시간 내에 스파르타식으로 습득했습니다.

지금도 그 경험이 너무나 잘한 선택이라 여겨집니다. 태국어 능력과 태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때에 비해서 태국인 클라이언트가 저를 대하는 모습이 확실히 다름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일단 태국어를 말하고 읽고 쓰는 모습만 보여줘도 태국인들이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뀝니다. 이건 태국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 디자인M 직원들과 함께 (사진 노동혁 디자이너)

Q. 해외 취업을 위한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노 :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특히 규모가 큰 회사의 일반 사무직 경우에는 언제든지 대체가 가능한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의 한국회사가 요구하는 신입사원의 업무는 자신의 무기 그러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능력을 요구하는 업무는 거의 없고, 대체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그 업무를 문제없이 성실하게 해내는 정도의 부품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태국에서는 대기업 현지채용이 아니고서야 그런 업무란 없어보입니다. 제조업 쪽은 특수한 상황이니 제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방콕의 사무직은 대기업 지사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영세한 경우가 많다보니 태국어를 기본으로 다른 재능을 겸비한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태국어를 기본적으로 하는 교민 2세 분들의 채용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 분들이 자신만의 또 다른 능력 혹은 무기가 있다면 승산이 있어 보입니다. 애초에 한국인 회사에 일한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넓게 본다면 갈 곳은 넘쳐난다고 봅니다. 다만 회사에서 요구하는 그만큼의 인재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부분이 많은 만큼 다른 부분도 매우 많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요즘 젊은 분들께서 워낙 문화적으로 개방적이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한다면 태국에서의 삶에 있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Q. 지금 하고 계신 일을 간략히 소개해 주십시오.
노 : 회사 업무의 70% 정도는 편집 디자인과 브랜딩, 웹 디자인입니다. 그 외 30%는 회사 안에서 태국 디자이너 관리를 하며 외부적으로는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습니다. 가끔 세일즈도 다닙니다.

한국의 디자인 에이젼시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의사소통을 한국어보다는 영어와 태국어로 하는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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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언트와 미팅 (사진 노동혁 디자이너)

Q. 태국인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의 특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지요?
노 :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제가 느끼기에 보통 영어를 잘 하는, 서구권 문화를 많이 받아들인 클라이언트일수록 기능적이고 이유가 있는 디자인을 선호하시고 그 이외의 태국 클라이언트들은 대체적으로 채도가 높고 색상이 다양하며 기능성보다는 심미성에 초점을 많이 맞추는 듯 합니다.

Q. 고향 생각이 날 때는 언제인지요?
노 : 제 자신이 아플 때, 가족 친구 친척 경조사가 있을 때. 한국에서 벚꽃이 피거나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고 있을 때, 명절이 돌아올 때 정도입니다. 사실 태국이 외국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고 생각되어서 향수병이 있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 주말 왓아룬에서 여유로운 한 때 (사진 노동혁 디자이너)

Q. 태국 땅을 처음 밟을 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을 설명해 주신다면?
노 : 일단 생활 습관이 바뀌다보니 몸무게가 15킬로 정도 불었고 태국어 가능여부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겼을때 같이 의논할 수 있는 태국 친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처음 왔을 당시에는 동양의 신비한 국가, 즐거움이 다양한 버라이어티한 나라라고 인식됐지만, 지금은 그냥 먹고 사는 늘 여름인 좀 더운 동네라고 인식됩니다.

Q. 현지에서 휴일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노 :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 동호회 활동, 수영 등을 했는데 태국은 일단 산도 없고 도로가 위험해서 등산과 자전거는 힘듭니다. 대신 수영 하기엔 완벽해서 콘도 (아파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방에서 게임을 하고 집안 일을 합니다. 친구들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하며 블로그에 글도 씁니다.

Q. 미래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노 : 원래는 요식업 프렌차이즈 창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2015년에 방콕에서 이미 한차례 망한 전례가 있어서 사실 겁이 납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당분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책으로 내보고 싶고, 또 태국 학생들이 쉽게 한국어를 익힐 수 있는 교육서적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만약 잘 된다면 그걸 계기로 태국 쭐라롱컨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민간외교를 할 것입니다만, 일단 지금 당장 주력하고 있는 일은 회사 일뿐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해외취업을 희망하는(특히 태국) 한국 청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노 :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 관광하는 태국과 일하는 태국은 엄연히 다르다. 태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 여럿 보았다. ▲ 취업을 하려거든 언어가 되었든 기술이 되었든 적어도 남들이 보았을 때, 월급은 줄 수 있을 정도의 능력(무기)을 만들자. ▲ 취업이 꼭 능사는 아니다. 취업이 안된다면 사업이라도 해보자 하고 나면 적어도 깨달음은 생길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리고 '촌놈의 방콕 라이프' (https://blog.naver.com/dhodho24) 블로그는  제가 운영하는 케이무브 태국 전문 블로그인데, 나름 유용한 정보도 많으니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Q.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노 : 예, 제게도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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