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보르도 신옥전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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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랑스 보르도 신옥전 한인회장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8.02.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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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테이스팅 배우러 처음 찾은 보르도, 2012년부터 7년째 '한불 친선대잔치' 개최

▲ 올해 한불 친선대잔치에서 함께 먹을 만두를 만들고 있는 신옥전 보르도한인회장 (사진 신옥전)

이름만 들으면 ‘와인’이 바로 떠오르는 도시 보르도는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이 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다.
 
▲ 신옥전 보르도한인회장

영국을 마주 보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며 인구는 도시 근교까지 합쳐서 120만 명 정도다. 철길이 고속철화 되면서 지난 해 7월부터 파리까지 떼제베로 종전보다 1시간 10분 빠른 2시간 5분 만에 닿을 수 있어서 주말을 낀 2박 3일 계획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주요 산업은 역시 와인 산업이다. 총 노동인구의 약 15%가 포도 재배 혹은 그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엔 와인을 테마로 한 관광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있다. 그 외엔 항공산업과 임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

보르도의 한인사회 규모는 장기유학생을 포함해 교민이 약 50명 정도이고 단기 유학생도 50명 정도다. 단기 유학생의 경우는 6개월 남짓 체류하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힘들다.

이들 100여 명 정도의 한인들을 하나로 묶는 보르도한인회는 현재 신옥전 회장이 이끌고 있다. 2012년 1월부터 햇수로 7년째다. 신옥전 회장에게 보르도 한인사회 그리고 신 회장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와인테이스팅 전문가로 샤또 무똥로칠드에서 열린 전문가 행사에 참여했을 때 (사진 신옥전)

Q. 안녕하세요. 먼저 보르도한인회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지난 1995년 만들어져 보르도 시에 등록된 ‘한인 유학생 교류회’가 한인회의 시초입니다. 제가 4대 회장이고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금까지 7년 째 회장 직을 맡고 있습니다.

Q. 보르도한인회는 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교민들 간에 의사소통 통로가 돼 상호 교류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 한인회들도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지만 특히 보르도 지역에서는 그 역할이 꼭 필요합니다.

한인들의 생활 기반이 미약하기 때문인데요. 한인 사업체를 꼽아보면 레스토랑 3개에 태권도장 하나 정도 있고요. 월급쟁이 두 세명, 교환교수 두세 명 정도가 있습니다.

취업 비자를 받기가 어려워서 한인들이 취업을 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한인회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챙기고 도움주고 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지요.
 
▲ 올해 한불 친선대잔치에 함께한 보르도 현지인들 (사진 이우창)

Q. 한인회에서 추진 중인 사업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규모가 작다보니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크게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한-불 다문화 가정이 많은 점을 염두에 두고 2세들의 한국 정체성에 대한 교육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게 지금 저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Q. 신옥전 회장님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또 보르도에 정착하시게 된 계기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내년이면 일흔이 됩니다. 한국을 떠난 지는 40년이 훌쩍 넘었네요. 일본에 22년 동안 살았고 현재 프랑스에서 23년 동안 살고 있습니다. 보르도를 찾은 것은 2000년 말입니다. 국립 보르도대학 양조학부에서 개설한 성인과정 테이스팅학 강의를 듣기 위해 오게 됐습니다. 2년 동안 공부해서 DUAD란 테이스팅 전문 자격증을 2002년에 땄습니다. 이렇다 살아오다보니 한국어, 영어에 일본어, 프랑스어까지 4개 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습니다.
 
▲ 1995년 일본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서 한일친선 봉사에 대해 감사장을 받고 사야마시장과 함께 기념촬영 (사진 신옥전)

Q. 40년 넘게 한국을 떠나 생활하고 계신데요. 이민 생활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원래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독립된 생활을 좋아해서 선머슴아라고 자주 불렸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민 생활을 하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주위에 사는 젊은 한인 또는 한불 가정의 엄마들과 교류하며 잘 지내는 게 제일 보람 있습니다.

Q. 얼마 전 있었던 ‘한불 친선대잔치’ 실황을 보니 한인회원들의 참여가 참 적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르도에 머무는 한인 네 명 중 세 명이 한인회원이고 그 중 90% 이상이 한인회비를 내고 있습니다. 이만큼 참가도가 높은 한인회는 저희 말고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한인회장으로서 너무 고마운 일이고 이 분들과 함께 하는 게 너무 좋습니다.

▲ 올해 한불 친선대잔치에서 한복을 입고 함께 어우러진 아이들 (사진 이우창)

Q. ‘한불 친선대잔치’에서 예년과 달리 음식을 회장님과 회원님들이 직접 만드셨다고 들었는데요?
남으면 우리 주위 식구들 나눠 줄 생각하고 배추 김치 8포기에 불고기 8kg, 만두를 265개나 제가 직접 만드느라 제가 몸살이 났습니다. 또 한 가정에서 제육볶음 17kg, 잡채 4kg를 만들었고 떡볶이는 우리집으로 유학생을 불러 10.5kg를 유학생한테 만들게 했습니다. 행사당일 새벽엔 집으로 7명이 와서 김밥을 말았습니다.

Q. 설을 맞아 열린 한인회 주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한인 공동체끼리 설맞이 행사를 진행하는데 ‘한불 친선대잔치’라는 이름으로 현지인들과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2012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한인 가족뿐 아니고 친구들까지 불러서 한불친선 대잔치를 하자고, 떡국도 끓여서 먹이자고 120명 규모로 시작했는데 점점 규모가 커졌습니다. 2, 3년 전부터는 어쩔 수 없이 일주일 전에 신청을 마감합니다. 그래도 매번 150명은 넘고 당일 신청을 거절한 사람도 찾아옵니다. 올해 행사에도 어른 142명, 어린이 27명, 유아 3명 이렇게 17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습니다.

▲ 올해 한불 친선대잔치에서 음식을 나누는 모습 (사진 이우창)

10대 후반 20대 초반 프랑스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대단합니다. 그 관심은 북한과의 긴장관계 때문이기도 하고 얼마 전 폐막한 평창동계올림픽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아마 모두 오라고 공지하면 더 많은 인원이 찾아올 거예요. 하지만 더 적자를 볼 수가 없으니 주위에 있는 이들만 부릅니다. (웃음) 어차피 그래도 적자긴 하지만요.

저희가 준비한 음식 중에 젊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떡볶이입니다. 또 그들 사이에 한류열풍도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싸이를 시작으로 케이팝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지요. 덕분에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습니다.
 
▲ 올해 한불 친선대잔치에서 인사말하는 신옥전 회장 (사진 이우창)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이번 ‘한불 친선대잔치’를 교민들과 유학생들의 협력덕분에 잘 치를 수 있게 된 데 대해 우선 감사드립니다.

하나의 염원이 있다면 프랑스 사람들이 남북관계에만 주목하지 말고, 또 한류에만 열광하지 말고 한국의 현재의 사회상, 많은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사회생활에 대해서도 좀 진지한 관심을 갖고 봐 주었으면 하는데요. 물론 그것은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갖고 우리 한국인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 2016년 보르도에서 열린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당시 교민가정들이 준비한 사물놀이 공연을 소개하는 있는 신옥전회장 (사진 신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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