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파이팅! 대한동포>'한국식 미술교육'으로 곧고 올바른 정서를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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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파이팅! 대한동포>'한국식 미술교육'으로 곧고 올바른 정서를 가꾼다.
  • 임용위
  • 승인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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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미술학원 박찬미 원장
너 댓평의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눈망울 굴리는 고사리 같은 손길들이 예사롭지 않다. 공간미술학원의 풍경이다. 다섯 살 어린아이부터 18살 대학생까지 20여명의 원생들이 그림솜씨를 키우고 있는 공간미술학원을 기자가 찾아간 시각에는 유치부 학생들 다섯 명이 박찬미 원장(40)의 지도하에 도화지 여백에 수채화 물감을 꼼꼼히 칠해나가고 있었다.
박 원장이 미술학원을 멕시코에 열어 놓은 지도 어언 7개월. 처음 의도대로 '한국식 미술교육'을 동포 아이들에게 가르쳐보겠다는 생각은 원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괄목할만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아빠(남편 오동현씨) 사업 때문에 멕시코 정착을 시작했던 초기 당시만 해도 미술학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박찬미 원장은 "아들을 현지학교에 보내고 학교생활을 지켜보고 있자니 특별히 미술교육이 한국보다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몇몇 외국인 계열의 초중고 학교말고는, 현지 사립이나 공립학교 할 것 없이 미술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 걸 보고 놀랐다."고 한다. 우선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온 외아들 치관(중1)이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내친김에 한인자녀들을 '한국식 미술교육'으로 한번 가르쳐 보자고 했던 게 자연스레 '공간미술학원'이 탄생된 배경이 되었다.
멕시코 이민생활에서 아동, 학생들의 미술교육여건에는 자연 낙후되어 올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에서 탈피돼, 모처럼 '물 만난 고기'처럼 신바람을 내고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미술학원의 원생들. "그림에 열중하는 모습들이 너무 진지하고, 또 너무나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학원을 운영하기로 한 결정에 아주 만족한다"는 박 원장은 소문을 듣고 온 현지인 학부모들이 멕시코 아이들의 미술교육을 간간이 요청해오고 있지만, 현재의 시설로는 충당이 안될 것 같아 거절하고 돌려보내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사물이나 대상을 보이는 시각 그대로 그리는 남미식 미술교육과는 달리, 내가 추구하는 의미, 내가 갖고있는 생각과 마음과 주관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한국식 미술교육은 가히 세계적인 미술교육 수준으로 정평이 나있다"는 박 원장은 "멕시코가 문화예술면에서 그 국제적인 위상이 높을지는 몰라도,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국보다는 한참 처진다"면서 "벽화 분야에서 뛰어난 것말고는 미술의 전 분야에서만큼은 한국이 멕시코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단계에 올라있다"고 설명한다. 미술교육을 등한시하지 않았던 한국 학부모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림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감정을 표현하고, 그림에서 표출되는 정서를 곧고 바르게 지키고자 하는 '그림철학'이 바로 지금의 발전된 '한국의 회화문화'를 가져오게 된 주원인이라고 박찬미 원장은 말한다.
한국과 달리 그림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동, 학생들이었기에 처음 붓을 잡아보는 원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나이에 비해 그림실력이 금방 소질로 나타나는 학생들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많다."며 "조금만 가르쳐도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은 바로 재주 많고 솜씨 좋은 한국인의 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반문하기도.
낙후된 미술교육의 국가답게 그림도구가 한국보다 곱절이상 비싼 게 흠이기는 하지만, 근래에는 한국을 다녀오는 이웃에게 부탁해 그림도구가 잘 공수돼 오고 있는 형편이라 몇 가지 기본적인 도구말고는 원생들이 값싸고 질 좋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화구를 거의 선호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박 원장은 말한다.
같은 공간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변수정씨와 함께 "학원으로서의 규모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고, 원생들이 여유 있게 여가도 활용할 수 있는 미술과 음악의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라면서, '언제쯤 그 계획이 실현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뭐, 그리 오래 걸리겠어요?"하면서 자신에 찬 표정을 지어 보인다.
세종대 응용미술과를 전공하고 10년 넘게 사설 미술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멕시코에서 '한국식 아카데미' 설립을 꿈꾸고 있는 박찬미 원장에게 자연스럽고도 혁신적인 그녀만의 미술교육에 대한 구도와 설계를 기대해 본다.
임용위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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