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가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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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가수처럼
  • 김동열
  • 승인 200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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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현직 한인회장 직함을 사용하여 "2004 세계 한인회장 대회"에 참가한 일부 전직 한인회장들의 명단이 신문에 보도 되면서 관심있는 한인들은 당사자의 입장을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구의 실수인지 확연치 않지만 대다수 한인들은 이번 작품(?)을 실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본국 정부 또는 기관에서 해외 동포들을 초청 할 경우 가장 힘든 것은 제한된 초청 인원이다.
대부분 한국 주최측이 책정한 인원에 턱 없이 부족하게 생각하는 미주지역 동포들의 불만 때문에 추가 인원과 경비 부담이 초청행사 내용보다 더 골치 아프다는 하소연이다.
미주 지도자급 인사들이 갖고 있는 모국 초청 행사 참석은 체면이고 위신도 다 잊어버릴 만큼 특혜로 생각한다.
왜 그럴까.
각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에게 가장 매력적인 특권 의식의 상징으로 받아 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
보통 사람과 다른 대접을 받는 다는 것.
보통 사람과 다르게 인식 된다는 것.
보통 사람과 다른 사람들을 상대 한다는 것.
그런 저런 것 때문에 지도자급 인사들이 봉사의 初心을 잃어 버리고 동포사회 웃음거리가 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유혹 당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盜用이다.
그 이유는 남이 모르면 슬쩍 넘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포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은 항상 한인 사회에 첫 발을 디딜 때의 따뜻하고 순수했던 마음을 잃치 않토록 스스로를 가혹하게 다스려야 한다.
항상 동포들이 멀리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않된다.
그들이 한때 우리의 리더였고 아직도 관심의 대상이기에.
지미 카터 전직 대통령이 아마도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는 늘 모습을 보였다.
지난 총선 당선자 중 열린 우리당의 한 의원이 학력을 도용해서 의원직을 잃을 위험에 빠져 있다.
얼마나 힘든 당선이었는데.
그까짓 학력에 한 줄 다르게 썼다고 이토록 야박한지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인간적인 동정에 앞서 학력 도용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그 도용 때문에 자신이 그릇된 투표를 했다는 실수가 마음에 걸리기에.
이젠 당선자를 찍어준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는 뒷 이야기다.
이번에 발생한 한인회장 직함 조작건은 당사자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당사자의 말을 우선 믿는 것이 순서일 것으로 생각 한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에 다소라도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다.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관여된 미주 총연이란 괴단체가 왜 동포 사회에 필요한지 명쾌한 이유를 이번 기회에 한번 집고 넘어 가야 된다.
집행력도 구속력도 없는 단체가 동포 사회에서 무슨 어른 노릇만 하겠다는지. 원참.
대다수 한인들은 이 단체가 전직 한인회장들의 사랑방으로 생각한다.
무대에 미련을 아직까지 못버린 흘러간 가수처럼.
이미 늦었지만 총연회장은 이번 사건에 최소한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총연을 살리려면 스스로의 추태를 스스로 털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남긴 한가지 지울 수 없는 오점은 한인회장의 명예에 씻어내기 힘든 흠집을 남겼다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미래 어느 누가 한인회장이 되어도 이번 사건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해방 되기는 힘들 것이다.
싫어도 좋아도 한인회장은 우리의 얼굴이었고 모습이기에 그 만큼 아쉽고 실망이 크다.

샌프란시스코 선데이교차로 김동열 0708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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