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캄보디아 씨엠립교민사회 와해위기,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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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캄보디아 씨엠립교민사회 와해위기, 해결책은?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7.09.19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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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통역안내원 200명 쿼터제에 반발, 우리정부에 양국협상요청하는 탄원서 제출 예정
▲ 캄보디아 씨엠립한인회는 교민여론을 수렴한 내용을 정리한 탄원서를 우리정부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관광도시 씨엠립 교민사회는 요즘 한마디로 ‘초상집’ 분위기다.

최근 씨엠립 주정부가 수정해 내놓은 ‘한국인통역안내원 쿼터제’ 때문이다. 당초 이 나라 관광당국은 한국어통역안내원으로 일할 수 있는 한국인가이드인원을 금년 하반기부터 200명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해 교민사회를 발각 뒤집히게 만든 일이 있다. (관련기사 : 2017년 9월 7일자 기사, 캄보디아 한국통역가이드, 생존권 위해 한국노총가입 ‘초읽기’)

그런데 이 나라 정부당국이 갑자기 이마저도 번복하고 사전 논의도 없이, 한국인 가이드들을 강도높게 압박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금년 200명 쿼터를 그나마도 내년부터 50명씩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결론은 향후 3~4년 내 한국인통역안내원을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이 같은 일방적 통보조치에 씨엠립 교민사회는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한국인가이드들의 생존권은 물론, 교민사회 전체를 송두리째 없애겠다는 결론과 다를 바 없다”며 분개해 하고 있다.

늘어간 현지인 한국어가이드들의 입김에 현지정부당국도...

그렇다면, 캄보디아 정부당국이 최소한의 사전논의나 협의도 없이 교민사회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이유는 과연 뭘까?

여기에는 최근 2백명 가까이 늘어난 자국 현지가이드들을 보호하려는 정부당국의 의도와 이들의 영향력 때문임을 단번에 알 수가 있다. 이 문제는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한국어가이드수가 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일하다가 돌아온 귀환근로자들이 가이드로 전업한 케이스가 적지 않은데다 정부무상원조기관인 코이카가 십 수년째 현지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시켜 결과적으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가이드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한 교민은 “현지인 한국어가이드들이 갑자기 늘기 시작하면서 자국정부를 향한 이들의 영향력과 입김이 세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며, 우려했던 일들이 점차 현실로 나타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민은 이 나라 관광당국이 쿼터문제에 대해 예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게 만든 또 다른 이유로 최근 한국관광객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꼽는 한편, 앞으로도 협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한국가이드가 없으면 한국여행객들이 앙코르와트를 찾지 않을 것”이란 종래의 거듭된 주장도 이제는 더 이상 이 나라 정부에 먹히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 나라관광당국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관광객들이다.“
 

▲ 매년 40만명이 넘는 한국관광객들이 찾던 앙코르와트는 최근 들어 30% 이상 관광객이 줄었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줄어드는 한국관광객수에 비례해 갈수록 좁아지는 교민사회의 입지


실제 그의 주장처럼, 이 나라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관광객수가 5~6년 전 43만 여명 정점을 찍은 후 작년 말 기준 무려 30% 이상 줄어든 반면, 중국인관광객수는 100만명 가까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현지 언론들은 금년 앙코르와트를 찾는 중국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당국 입장에선 이젠 한국관광객이 없어도 중국여행객만으로도 충분히 자국관광시장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여행객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유적 외에 볼거리가 없거나 서비스불만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결코 싸지 않은 저가항공요금도 주된 원인중 하나라고 한 여행업계 종사자는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근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경영개선을 이유로 정기운항을 중단한 뒤 저가항공사가 빈자리를 차고 들어왔지만, 독점운항으로 항공요금이 절대 싸지 않아 관광객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앙코르와트를 찾는 한국관광객수가 줄자, 관광업에 주로 종사해온 대다수 교민들과 식당, 기념품가게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한때 100여개가 넘던 한인식당중 절반 넘는 식당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폐업을 고려중인 식당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덩달아 한 때 잘 나가던 북한식당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식당 두 곳중 한곳이 이미 문을 닫았고, 평양랭면관 한곳만 영업중이다. 그나마 한국관광객들의 빈 자리를 중국단체관광객들이 간신히 채우고 있는 실정이란 후문이다.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 고민 큰 씨엠립 교민사회, 과연 대안은?

이렇듯 갈수록 줄어드는 한국관광객로 어려운데다 캄보디아정부가 ‘쿼터제’까지 들고 나와 교민사회를 압박하자, 더 이상 설자리를 잃은 교민들은 고국으로 철수를 고민하거나, 이웃나라인 베트남 다낭 등으로 떠나려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한때 교민수가 1,500여명을 넘던 관광도시 씨엠립은 불과 2~3년 사이 1/3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인회측은 밝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씨엠립을 떠나게 될지 예상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최근 이 같은 사태를 수습하고 대응책을 마련키 위해 한국인통역안내원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에는 한국인통역안내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조결성 발대식까지 가졌다.

박승규 주씨엠립분관장과 교민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국자 초청 3차 간담회도 지난 14일 시내 모처 호텔에서 열렸다. 씨엠립교민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회장 정복길) 역시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나라 정부입장이 워낙 강경하다보니, 현재로선 달리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한인회측은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으로 우리 외교부에 양국정부간 협상을 통한 중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란 소식이다.

정복길 한인회장은 “16일 전체 교민 공청회를 통해 얻은 교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우리 교민들이 서명한 정식 탄원서를 대사관을 거쳐 우리 외교부에 전달하고, 대사관도 직접 찾아가 민원을 정식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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