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의 러시아국적회복문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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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의 러시아국적회복문제에 대해
  • 신상문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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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경숙 의원은 반기문 외통부 장관에게 고려인의 러시아 국적회복 문제에 대해 정부의 방침을 물었다. 반 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외교적 해결방안을 찾겠노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언론은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지 않았다. 기민정책으로 낙인찍힌 한국의 동포정책보다 더 끔직한 것은 이러한 무관심이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기민정책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최근 러시아 4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동북아평화연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로스토프가 13.9%, 연해주가 21.6%, 모스크바가 22.4%, 볼고그라드가 41%의 고려인이 무시민권자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구소련 해체 이후에 러시아로 재이주한 고려인만을 놓고 보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려인 국적문제는 왜 발생하였는가.
올해는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초기 이주는 기근을 피해 떠난 생계이주가 대부분을 차지하다가 일제 강점기에 폭발적으로 이주인구가 증가하였다. 한참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신한촌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즈음, 당시 스탈린 정권은 고려인이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1937년 2000명의 고려인 지식인을 처형하고 전원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시켰다. 당시 고려인의 숫자는 20만명에 조금 못미치고 있었다.

고려인은 중앙아시아에서 잘 적응하였으나, 구소련은 해체되었고 고려인들이 머물던 곳은 더 이상 러시아 영토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연해주의 고려인은 다른 나라로 강제이주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앙아시아 독립국가들은 배타적인 민족정책으로 더 이상 고려인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갔다. 많은 고려인은 러시아 땅으로 재이주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는 1993년 ‘고려인 명예회복법’을 만들어 1937년의 불법성을 시인하고 러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일체 차별하지 않으며, 국적회복을 시켜주겠노라고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적을 회복하지 못한 고려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몇 연해주 고려인들은 푸친 대통령에게 국적회복을 탄원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내용은 러시아 공화국으로 귀환하는 자신들에게 국적 회복 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국적회복 절차는 거의 무일푼으로 돌아오는 고려인에게는 접근하기 힘들며, 특히 2002년부터는 그 절차가 더욱 엄격하게 강화되어서 심지어 거주 등록 후 6~7년 동안 거주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등 엄연한 차별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러시아 고려인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적회복문제와 경제적인 문제이다. 경제적인 문제는 여러해를 두고 노력해야 풀 수 있는 문제라면 국적회복 문제는 당장이라도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러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의 입장에서나 러시아의 입장에서나 고려인의 러시아 국적회복 문제는 아무런 이해 충돌도 없다. 우리에게 고려인은 동포이지만 러시아에게는 인구문제에 도움이 되는 자국의 인구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 급한 것은 우리다. 동북아 시대를 맞이하고 대륙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러시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고려인은 되돌아온 21세기의 선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9월 말에 노무현 대통령의 방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인이주 140주년이라는 아주 특별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방문외교이기 때문에 고려인들에게 모국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외교채널을 신속하게 가동하여 러시아 당국과 전향적인 사고와 협력을 통해 고려인의 국적회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응당 러시아 국민이었으므로 자신의 나라로 찾아가는 국민들에게 어떠한 복잡한 절차나 장벽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동북아평화연대 신상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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