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럽 한인동포의 민주화운동의 성찰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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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유럽 한인동포의 민주화운동의 성찰과 평가
  • 김해순
  • 승인 200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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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 재유럽 한인동포의 민주화운동
김해순 (재독 사회정치학 박사)

재유럽 한인동포의 민주화운동의 시작은 1972년 10월 유신정책이 발표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자 이 사건에 온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통일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통일에 대한 밝은 기대는 유신헌법의 발표와 통일주최국민회의 대의원선거 등으로 이어지면서 1973년 김대중 씨의 납치사건과 동경사건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정치적 흐름을 직시하면서 국외 동포들도 조국의 장래를 우려하게 되었고 유신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1973년 11월말과 12월초에 독일에서는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 8명이 비밀리에 만났다고 김성수(재독 학자) 박사는 회고한다. 그들은 대부분이 학생이었으며 광부도 몇 사람 참여했다고 한다. 이 모임이 초석이 되어 ‘민주건설협의회’가 독일에서 1974년 3월에 탄생되었다.

김성수 박사에 의하면 유럽동포의 반유신운동과 반독재운동의 시작은 그 당시 스웨덴에서 유학하던 김영두 씨였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을 전반적으로 볼 때 재독동포의 민주화운동은 독일에서 가장 활발했고 그 규모로 보아 가장 컸으며 가장 오래된 단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에 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었고 그들의 대다수가 광부와 간호사로서 오래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조건 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독일의 정치적 흐름과 독일내의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1968년 시작된 학생운동 이후 독일에서는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제3세계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독일운동단체나 기관은 제3세계의 운동뿐만 아니라 독일 내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에게 물질적인 면과 노하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자금지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조직의 방법과 홍보자료나 책자(서적이나 잡지)를 발행하는데 기여한 점 등이 바로 그 것이다. 또한 독일인들이 제3세계운동에 직접 동참하거나 연대하였고 우리 동포운동에도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 참여하였다. 그 한 예가 “Korea Komitee"(한국위원회)였고 그 임원의 상당한 수는 독일 사람이었다. 이런 현상들이 재독동포운동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재독동포 민주화운동과 단체에는 유럽 여러 나라에 살고 있는 한인동포들이 참여했다. 유럽 다른 나라의 한민족 동포의 민주화모임은 미세했거나 거의 부재했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유럽 민주화운동은 독일을 위주로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독동포의 민주화운동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의 민주화운동과 연장선상에 있었다. 이 운동과 아울러 노동운동과 여성운동 그리고 통일운동도 독일에서 자리매김 되었다. 사실상 이 운동과 단체들은 상호간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민주화운동을 이끄는 세력이기도 하였다. 재유럽동포의 민주화운동은 시기적으로 70년대에 시작하여 80년대에 활발했던 것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운동에는 이 단체들 이외도 해외기독자운동과 단체도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이 통일운동을 위해 독일에서 창설되었고, 유럽을 기점으로 남북과 해외의 통일단체를 잇는 데도 그 목적이 있었다. 범민련에 많은 단체와 개인이 가입되었고, 그들의 활동은 소강기로 접어들었다. 범민련을 위주로 진행되었던 통일운동은 한반도의 통일운동에도 한 획을 긋는 역사를 기록하였다고 보아도 좋을 성싶다. 현재 통일운동은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지만 지속되고 있다.

재유럽동포의 민주화운동은 여러 면에서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많은 기능을 담당해 왔다. 이 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여파에 대한 반응으로써 민주화운동을 유럽의 운동과 부분적으로나마 연결시켰고 유럽에서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교두보로써 그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김대중 납치사건이 알려지면서 독일운동단체와 연대를 꾀했고 주요한 국제기관(국제사면위원회)과도 긴밀한 연락을 갖으면서 민주 인사를 구출하는 데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세계적인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도 해외에서 부분적이지만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운동은 동포들에게는 정보교환과 만남의 광장이었다. 이 운동을 통해서 유럽에 살고 있는 동포 역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였고 단체의식과 정치의식, 크게는 민족의식을 향상시켰다. 정치조직과 운동은 정치적 권리와 이해를 반영하는 정치적 수단이라는 점을 일깨우며 발전되어 왔다. 노동자와 여성 그리고 지성인들은 현장에서 나름대로 각자의 단체를 구성하여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으며 아울러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에도 해외에서 나름대로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점들을 유럽에서 민주화운동을 활발히 한 단체를 위주로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은 재유럽동포의 반유신운동과 반독재운동에 대한 글을 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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