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오뚜기와 오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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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오뚜기와 오뚝이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7.07.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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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어떤 맞춤법은 틀리는 이유가 상표나 방송에 있다. 참 아쉬운 일이지만 상표를 틀리게 쓰거나 방송에서 자주 실수를 하여서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표로는 <오뚜기>가 있다. 오뚜기는 카레 등으로 유명한 상표이다. 쓰러져도 일어나는 불굴의 상징이기에 회사명으로 썼을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국민들이 더 오뚜기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뚜기가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뚜기의 표준어는 <오뚝이>이다. ‘오뚝’에 이가 붙어서 형성된 어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형성과정은 모르고 설마 회사가 이름을 잘못 썼을 리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오뚝이가 맞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지 않는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나드리> 같은 상표도 발음 나는 대로 쓴 표기이다. 원래 맞춤법은 발음보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나들이>라고 해야 한다. 나가고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발음하기 편하고 보기 예쁘다는 이유로 상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비교적 이 어휘는 많이 틀리지는 않지만 혼동의 원인이 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또 어떤 상표는 우리말을 영어로 보이기 위해 애쓴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어휘는 아예 한국어와 외국어를 합쳐서 새로 어휘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식으로 단어를 만들다 보면 우리말에서는 이상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소지움>이라는 상표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 상표를 만들 때 <콜로세움>과 같은 어휘와 <미소짓다>를 합쳐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건물이라는 의미로 작명을 한 듯하다. 생각은 좋았지만 한국어로는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 상표를 본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왜 저 건물은 미소를 지우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미소를 짓게 만드는 건물이 아니라 미소를 지우는 건물로 의미 오해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외래어인 경우에 더 많이 일어난다. 분명히 외래어 표기법이 있음에도 고유명사라는 미명(美名) 하에 마음대로 상표명을 붙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렇게 상표를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일반인들은 맞춤법을 오해하고 틀리게 된다. 기업이 틀린 말을 상표로 썼겠냐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상표의 위력을 역으로 실감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영화 속의 무서운 상어인 죠스(조스)는 아이스크림이나 떡볶이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당연히 죠스가 맞는 표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말 외래어 표기에서는 지읒이나 치읓 다음에는 이중모음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조스>가 맞는 표기이다. 하지만 수많은 곳에서 죠스라고 쓰니 혼동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쏘나타(소나타), 까스 활명수(가스), 훼밀리(패밀리) 등도 상표에 쓰일 때 틀린 표기를 사용하여 문제가 된다. 우리말에서는 외래어에 된소리 표기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당연히 소나타, 가스라고 써야 한다. 어쩌면 상표를 만드는 사람들은 역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표기를 썼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표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말의 외래어 표기법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상표나 사람들의 폭넓은 오용에 있지 않을까 한다. 기본 원칙이 무수히 안 지켜진다. 동네를 다니다보면 상점 간판에 수많은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틀린 것을 발견하면 상금을 준다고 했다가 망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슈퍼마켓, 카센터, 커피숍 등등의 어휘들도 틀린 글자가 엄청 나타난다. 한 번 외래어 표기법을 공부한 후 동네 길을 걸으면서 찾아보시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다.

물론 외래어 표기법이 복잡해서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외래어 표기법이 혼동될 때가 있어서 좀 더 쉽게 만들거나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을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정해져 있는 외래어 표기는 가능하면 잘 배워서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기업이나 방송의 역할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케챂(케첩), 캬라멜(캐러멜), 바게뜨(바게트)’ 등의 어휘를 고유명사라는 이유로 그냥 두어야 하나 고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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