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소프라노 홍혜란, 캄보디아를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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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소프라노 홍혜란, 캄보디아를 사로잡다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7.07.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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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불모지에 단비같은 홍혜란&최원휘 듀오리싸이틀에 관객들 감동

▲ 세 계3대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홍혜란이 7월 13일 캄보디아 특별공연 무대를 가졌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세계 3대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경연대회 우승자다운 환상적인 무대였다. ‘역시 홍혜란’이란 감탄사가 뜨거운 박수속에 관객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지난 7월 13일 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펼쳐진 소프라노 홍혜란과 남편이자 영원한 음악동반자인 테너 최원휘의 듀오 리싸이틀은 5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소프라노 홍혜란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2011년 쇼팽 콩쿠르와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라자베스’ 경연대회 우승자다. 유럽음악인들이 장악해온 클래식계에서 아시아출신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홍혜란이 처음이었다.

미국, 벨기에, 브라질 등 전 세계를 넘나들며, 10여 차례가 넘는 해외공연스케줄을 소화한 홍혜란은 올해 안에 예정된 러시아 볼셰이극장 갈라콘서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도 캄보디아를 찾아 큰 감동을 선사했다.

홍혜란의 캄보디아 특별공연소식은 클래식에 목마른 현지 음악애호가들에게 가뭄속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일반관객들에게조차 세계적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캄보디아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운이었다. 현지 TV와 신문 등 언론매체들도 소프라노 홍혜란의 특별공연에 큰 관심을 보이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었다.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프놈펜 왕립대학 내 CJCC홀에서 열린 특별공연은 예정된 공연시각보다 일찍 관객들이 삼삼오오 공연장 앞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현지 관객들도 많았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정상급 오페라가수들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환영해주었다.

“우리를 통해서 in Cambodia” 라는 제목으로 한 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순간도 관객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은 마음의 끈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펜바하의 유명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중 ‘클라인자크 아리아’가 첫 곡으로 선곡됐다.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 부부의 열정적 무대가 객석을 감동의 무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소프라노 홍혜란은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었다. 기대했던 그 이상이었다. 조금의 과장된 목소리연기도 지나친 음악적 기교도 없었다. 그저 자연스런 발성위에 절제되면서도 조화로운 감정표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숨을 죽인 채 눈을 지그시 감은 관객들의 표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마다 마음속은 이미 푸른 들판을 지나 잔잔한 물결 너머 파도가 일렁이는 깊은 바다로 빠져든 듯 했다.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갈고 닦은 홍혜란의 멋진 연기력과 무대매너 역시 압권이었다.
 
▲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의 열창 모습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로시니의 ‘피렌체의 꽃파는 아가씨’(원제:Fioraia fiorentina)를 부를 때는 무대에서 직접 내려와 관객들에게 꽃송이 나눠주는 퍼포먼스까지 펼치며 객석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에 화답하듯 객석에서 금새 웃음이 터져 나오고 박수가 연거푸 쏟아져 나왔다.

세계적 소프라노 홍혜란은 말 그대로 객석을 마음껏 흔들어놓았다. 자신감의 표현이었고, 홍혜란이었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였다.

이날 공연은 소프라노 홍혜란이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홍혜경의 계보를 이를 클래식음악계의 ‘큰 재목’이란 평가가 절대 과장이 아님을 확신케 해주었다.

함께 듀오로 나선 테너 최원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날 발견한 숨은 보석과도 같은 존재였다. ‘부창부수’란 표현만으론 부족했다.

그가 부른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대표명곡 ‘남몰래 흘리는 눈물’(원제:Una Furtiva Lagrima)은 그에게 정상급 테너가수라는 호칭을 써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임을 유감없이 증명해보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의 열정적인 눈빛과 진지한 표정속엔 놀랍게도 ‘어릿광대’가 숨어있다는 사실이었다. 주정뱅이처럼 술병을 들고 뒤뚱거리며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하는 유머러스한 제스처와 실감나는 표정연기는 배우로서도 흠잡을 때가 없어 보였다. 아직 젊은 나이기에 앞으로의 더 큰 성장과 활약이 기대되는 훌륭한 테너가수였다.

▲ 캄보디아 호산나청소년합창단&앙상블(지휘 김명환)과 협연을 펼친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

이윽고, 대중들에게 익숙한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Brindisi)를 부부가 춤과 함께 열창하는 것으로 1부를 마쳤다. 잠시 휴식을 가진 후 이어진 2부 순서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들로 채워졌다. ‘나를 통해서’, ‘하나님은 은혜’ 등 기독교인들에게는 익숙한 찬송명곡들이 울려퍼졌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알려진 이들 부부는 다정히 두 손을 맞잡고 열창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야말로 그 분의 은혜가 충만한 곡들이었다.

이어 피날레 무대로 호산나청소년합창단&앙상블과 멋진 협연 무대를 펼쳤다. 지휘를 맡은 김명환 교수(장로교신학교)는 테너 최원휘의 스승으로 매우 각별한 사제지간이다. 이번 캄보디아 특별공연 역시 이러한 인연 덕분으로 알려졌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호흡도 잘맞다. 이들이 펼친 협연 무대는 자연스럽고 보기 편안했다.

찬송가 ‘주를 위한 캄보디아’ 등을 클래식악기 연주속에 함께 불렀고, 기립한 관객들의 박수갈채와 앙콜 외침 속에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의 캄보디아 특별공연은 그렇게 아쉬움속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도 소프라노 홍혜란이 안겨다 준 잔잔한 감동과 진한 여운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았다. 마치 진한 위스키의 향이 혀끝에 전해주는 짜릿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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