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숙-동영, 그리고 탈북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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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숙-동영, 그리고 탈북여성
  • 김원동
  • 승인 2004.07.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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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매사 [단정]을 짓는 버릇은 그리 바람직하진 못하다. 세상의
변화가 어제와 오늘이 판이하게 다르게 전광석화처럼 요동을 치는 판국이니 특정
사안에 대해 미리 예단을 하거나 섣부른 단안을 내리는 것은 차라리 위험스러울
수 있다. 한번 단정 지어버리고는 빼도박도 못하게 요지부동의 고집을 부리는 많
은 경우도 '단정'에서 비롯된다. 단정은 곧 선입감과 직결돼 있어 사안에 대한 첫
느낌과 예견은 어지간해선 잘 바꿔지지 않는 속성도 있다. 얼핏 부정적 요소가
강한 '단정'의 습성은 그러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필요한 성향
이 될 수도 있다. 다시말해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학자든 공무원이든 적어도 자
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고 명확한 답변과 설명을 해줄 수 있어야 한
다는 것이다. 즉, 적어도 사회-국가의 리더그룹에 속할 정도라면 자기가 관장하는
일에 관한 한 사통팔달의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알고 있다] [그
런 얘기를 들은 적 있는것 같다] [아마 그럴 것이다] [혹 그럴 수 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따위의 뭉게구름식 발언은 전문인의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말들이 아
니다. 자기 맡은 일에 충실해 그 분야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낼 인재들은 언
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아, 그건 이렇습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습성이 있다. 자신
이 있다는 얘기다.
집권여당의 대표 자리와 맞바꿔도 거스름이 있을 만큼 대한민국 통김워ㅏㄴ일부장관의 자
리는 막강엄중하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요 가장 긴장감 높은 지역에서 민주-
공산이념의 마지막 각축장이 된 국가의 통일장관이니 위세당당함이야 지극히 당연
한 일이다. 그런 막중한 자리에 앉은 장관이라면 적어도 [북한]과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추종불허의 전문가라야 할 터이다. 몰라서 묻든 알고 묻든 [북한]을 논
하고 [통일]을 따지는 상대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경륜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통일-대북정책의 수장이라는 통일부(원)장관이 사태를 잘못 인식하
고 있거나 왜곡된 정보를 현실로 알고있는 자가당착을 범한다면 한반도 통일을 위
해 대단히 불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 대한민국 국회에서 손봉숙 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장관간의 [탈북자 공방]이 있었다. 손 의원이 물었단다.『중국내
탈북자 규모가 30만을 넘어섰으며 75%는 여성에,그 대부분은 또 2-30대 여성이다
. 이 탈북여성들의 실태를 알고 있는가?』 예의 정 장관이 답변했단다. 대개는 아
마 가사노동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음식점에서 일한다든지 그런 사례로 알고있다.
이게 말인가 뭔가. 그 짧은 답변 한마디에 장관은(탈북자 현실에 대한) 자신의 무
지함을 세번 드러냈다. 첫째, [대개는 아마...]라고 했다. 차라리 [잘 알지 못한
다. 파악해 보겠다]라고 답했으면 솔직함의 동정이라도 얻었을 것이다. 장관의 그
답변 첫마디는 뒤집어 얘기하면 정확히 아는건 하나도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 둘째, [가사노동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음식점에서...]라고 말해 탈북자 밀집지
역인 연변 등지의 경제구조에 조차 전혀 아는게 없음을 고백한 셈이다. 30만 탈
북자의 70%가 여성이라면 그 수는 21만명 안팎이다. 21만명의 탈북여성을 고용해
가사일이나 돕게 할 경제력을 연변 중국인들이 지니고 있을까. 그 많은 여성이 취
업할 수 있을 만큼 그쪽은 온통 식당 천지인가. 셋째, [그런 사례로 알고있다]고
마무리함으로서 무지함의 극치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국회의원의 질문에 앉은 자
리에서 통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태현황에 대해서는 줄줄이 쏟아내는 무슨 데이터
정도는 머릿속에 입력돼 있어야 '북한'을 다루고 '통일'을 화두 삼을 수 있는 통
일장관의 최소요건이라면 무리일까. 손의원의 개탄이 듣는 이의 가슴에 경련이 일
게 한다. 『고상한 정보만 갖고있다. 탈북여성들은 몸 팔아 생계를 잇는다. 심지
어 한 집에서 두 남성에게 몸을 파는 여성도 있다. 알고있는갱. 최고통치자의
오른팔 통일장관은 여기서 또한번 우리를 경악케 하는 거만스런 답변을 내뱉았다
. 『처음 들었다』
정동영은 정녕 탈북자 특히 탈북여성들이 가사노동에 음식점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가. 몸을 팔아 먹을 것을 구한다는 그간 탈북자들의 증언은
전연 헛소리로 들었는가. 그런 관념이나 실태감각으로는 북한정책을 주무르고 통
일을 실현하는 대업을 이루는 기반을 조성할 수 없다. 통일장관이 국회에 나와 바
닥없는 무지함을 드러내는 억지답변이나 내뱉는 정도라면 한반도 통일은 그 형식
이나 형태가 어떠하든 물건너 간 일이다. 탈북자 사태에 대한 [코드]가 정립되지
않고서는 감히 통일방책을 논의할 수 없기에 그렇다. 생각해보라. 집 뛰쳐나온 가
솔도 정리하지 못하는 마당에 '살림 합치기'를 의논할 근거란 전혀 없잖은가. 당
당한 통일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하라. 남쪽의 누
가 북쪽의 누구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다는 단편잡사로 통일이 이뤄지는게 아니
다. 통일을 이뤄낼 방법을 만드려면 북한을 철저히 알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철저
히 공부해야 한다. 엊그제 집권당 당사에서 가장 큰 방을 쓰다가 갑자기 '김정일
공화국'을 상대할 자리에 앉아 스스로 당황하고 있을 장관이 안쓰럽다. 그러나 그
것보다 더 큰 걱정은 바로 이 장관이 '차기대권' 운운하는 화두에는 항상 정점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여명은 아무래도 한참 더 기다려야 하는가보다
. (金元東)

Canada toronto (코리아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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