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과 ‘글로벌 코리언’ 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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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가족’과 ‘글로벌 코리언’ 대폭 증가
  • 윤인진
  • 승인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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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 2014년 各界 18인의 예측

■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월간중앙4월호

기러기 가족’과 ‘글로벌 코리언’ 대폭 증가


사업투자 이민, 취업 이민이 늘어날 것이다. 조기유학과 영어 어학연수는 더욱 확산할 것이다. 자연히 자녀교육 때문에 가족이 떨어져 사는 ‘기러기 가족’도 점점 많아진다. 2004년 현재 3만5,000명 수준인 중국 유학생은 10년 후 수십만 명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다.

이민을 가리켜 ‘발로 하는 투표’라고 한다. 자기가 사는 곳이 불만스럽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더욱 기회가 많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이민은 인구압력을 줄이고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방안으로 여겨졌다. 특히 1997년의 외환위기와 같이 국내 경제 사정이 안 좋을 때는 해외 이민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0년 후에도 이민은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로 남을 것이며, 국내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재도약의 수단으로 이민을 선택할 것이다.

한국인의 해외 이민은 모국과 거주국 간의 기회구조와 생활 수준의 변화에 따라 그 규모와 특성이 변해 왔다. 자녀의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떠나고 아버지는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기러기 가족’은 이민의 한국사회의 새로운 풍속도다.

2002년에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해외유학을 떠나는 초·중·고생이 1만 명에 달했다. 부모의 해외 근무 및 이민으로 자녀가 동반출국한 학생들까지 합치면 해외 출국 학생은 2만8,000여 명을 넘었다.

한 TV홈쇼핑업체에서 내놓은 ‘캐나다 이민 알선 상품’에 수천 명이 몰리고, 급기야 자녀에게 미국 또는 캐나다 시민권을 주기 위해 출산을 앞둔 산모가 출국하는 소위 ‘원정출산’도 매년 5,000∼6,000건씩 일어난다. 한국인의 해외 이민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국내외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영향받으면서 그 규모와 특성이 변해 갈 것이다.

1998년 이후 이주하는 국가가 바뀌고 있다. 1998년까지는 미국이 해외 이주 국가 1위 지위를 지켰지만 99년부터는 캐나다에 밀리고 말았다. 이주 대상국이 바뀐 것은 캐나다가 자국의 경제 발전과 인구성장을 위해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의 연고 없이도 본인의 학력, 직업 경험, 영어 능력 등을 따져 이민을 허용하는 독립이민, 캐나다에서 사업이나 투자를 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민과 투자이민 비자를 미국에 비해 좀 더 자유롭게 발급한다. 호주 등도 이민자들을 유인하고 있어 앞으로 이러한 영연방 국가로의 한인 이민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되는 변화는 이주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가족이 초청해 이주하는 것이 주된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국내경제의 불안정과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으로 30대 중산층의 이민이 활발해지면서 사업 또는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이주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전문직, 관리직 등에 종사하면서 중산층을 형성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캐나다·호주 등지로 이주하는 주된 이유는 단지 한국에서 못 살아서라기보다 고용 불안정, 지나친 경쟁, 자녀 교육, 사회복지 등 소위 ‘좀 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전문직·중산층 이민 늘어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1997년 총 1만2,484명의 해외 이주자 중 46%가 초청 이주자였던 데 비해 99년에는 총 1만2,655명의 해외 이주자 중 26%로 비율이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업 또는 취업 이주자는 1997년 전체 이주자의 44%였던 것이 99년에는 62%로 증가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에서는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사업 또는 취업 이민자를 계속 받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이민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의 동향에 비춰 10년 후 이민의 형태를 예측해 보자. 모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이민 동기가 약화돼 영주(永住)이민하려는 사람들의 수가 연 1만 명이나 그 이하 수준이 될 것이다. 대신 학업·사업·여행을 목적으로 출국하거나 해외에 단기체류하는 사람들은 증가할 것이고 이들이 현지에서 단기비자를 변경해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다.

다음으로, 해외 이주는 모국 요인보다 거주국 요인에 의해 더욱 크게 영향받아 왔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의 현지 사회 정착 능력(예를 들어 영어 구사 능력, 교육 수준, 직업 배경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초청 또는 국제결혼을 통한 이민보다 사업·투자·취업을 통한 이민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럴 경우 이들 국가로 이민하는 한인 이민자들은 전문직과 중산층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또한 이들 국가로 유학갔다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선진국으로의 한국인의 두뇌 유출은 지속될 것이다. 현지에서의 적응 여부와 생활 만족도를 따진다면 중산층보다 노동자 계층이 이민하는 것이 낫겠지만, 이들은 이민의 높은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이민 기회에서 배제될 것이다.

영어교육의 조기화 정책과 영어권 현지 교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조기유학과 영어 어학연수는 더욱 확산할 것이다. 이 때문에 가족이 떨어져 사는 ‘기러기 가족’은 계속 늘어난다. 성공 사례도 있겠지만 외화 유출, 자녀 부적응 및 일탈, 이혼 등 부정적 측면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중국어 학습에 대한 욕구가 커져 중국으로 조기유학 또는 어학연수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2004년 현재 3만5,000여 명 수준인 중국의 한국 유학생은 10년 후 수십만 명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다.

끝으로 10년 후에는 조기유학의 결실을 볼 때이고 재외동포 2, 3세의 모국 진출이 지금보다 활발해질 것이다. 이들 중에는 다중언어와 다중문화 능력을 갖추고 모국과 전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인재들이 나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10년간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한국인의 이민은 더욱 쌍방향적 이동이 될 것이고, 어느 한 곳에 정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의 경계를 뛰어넘을 것이다. 한인들이 모국과 거주국에 동시에 다원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다중적 정체성을 가지고 민족에 대한 애착도 어느 한 국가나 사회에 국한하지 않는 ‘글로벌 코리안’들이 많이 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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