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포기 절차 관련 - 차규근 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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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포기 절차 관련 - 차규근 변호사 인터뷰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7.03.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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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이탈 신고에 1년이 걸려야 하나?

미국 영주권자인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1995년 7월 생 주 양은 최근 미국 유명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돼 한국에 입국하려고 A3 비자 발급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복수국적자 신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주 양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시민권자지만 출생 당시에 부모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영사관에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에 복수국적을 가지게 되었다. 주 양은 22세가 되기 전인 2017년 1월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에 국적이탈 신고를 했기 때문에 수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국적이탈신고 처리 기간이 문제였다. 총영사관 담당자는 국적이탈신고 수리에는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주 양은 수개월 내에 비자를 받지 못하면, 미국 유명 장학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얻은 '한국 유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 양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본지에 알려온 차규근 변호사와 이번 사례에 관해 자초지종을 살펴 보았다.

▲ 법무법인 공존 차규근 변호사
▶ 주 양의 소식을 어떻게 접하게 되셨습니까?

자녀 주 양에게 아직 한국 국적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신 주 양의 어머니가 올해 1월 말경 부랴부랴 국적이탈신고를 현지 영사관에 접수했는데, 이때 처리되는데 1년 정도 걸리겠다는 얘기를 영사관직원으로부터 듣고서 다급한 마음으로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인터넷에 있는 저의 재외동포신문 연재칼럼을 보고 미국에서 저희 사무실로 전화를 주시면서 접하게 됐습니다.

▶ 주 양 케이스의 경우 어떻게 진행되리라 보십니까?

현재 국적이탈신고 처리는 12개월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므로, 빨라야 내년 1월이 돼야 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 사건과 관련,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 허가업무가 아닌 신고업무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탈신고업무는 2~3 개월 걸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시간이 늘어나더니 이제는 1년이나 되는 긴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 국적을 포기(이탈)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신고업무에 1년이나 되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민원인으로서는 막상 국적이탈신고를 접수하기 전까지는 이탈신고가 수리되는 데에 얼마나 걸리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실질적으로 해외에 기반을 두고서 그 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어 우리 국적의 존재 자체에 대하여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어머니 이 씨와 같은 교민들은 더더욱 이탈신고 수리에 걸리는 시간을 알기 어렵습니다.

법무부가 홈페이지에 매월 초 공지하고 있는 국적업무처리기간표에도 국적이탈의 경우는 2016. 3.전까지는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민원인 입장에서는 국적이탈신고 수리에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참으로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해외공관에서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에게 국적이탈제도와 이탈 시 신고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사전에 공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또 모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 2011.1.1. 신 국적법 개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8. 6. 14. 국적이탈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된 이후 2011.1.1. 신 국적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10년 이상 국적이탈신고는 ‘신고를 한 때’에 우리 국적이 바로 상실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2011.1.1.부터는 ‘신고가 수리된 때’에 우리 국적이 상실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2011.1.1.전에 국적이탈신고를 한 사람은 신고를 하면 바로 원하는 효과를 얻었으나 2011.1.1. 이후에는 관공서의 업무처리 상황에 따라 효과가 발생하는 시점이 달리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규정이 변경됐던 이유는 이탈신고 수리에 실무상 병역기피 여부 등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구 국적법에서 효과발생 시점을 ‘신고를 한 때’라고 하는 것은 실무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신고를 수리한 때’로 변경했던 것입니다.

주 양과 같이 여성의 경우는 병역기피 여부에 대한 심사가 불필요하므로 종전처럼 신고 즉시 그 효과가 발생하도록 해도 별 문제가 없는데도 남성과 동일하게 처리됨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됐습니다.

또한, 2011.1.1.전 구 국적법 당시 이탈신고하면 바로 효과가 발생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교민들이나 2011.1.1.이후에도 이탈신고 수리에 2~3달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는 교민들이 교민사회에 많이 있기 때문에 교민들이 지금 현재의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국적법상 국적이탈 제한 사유가 전혀 없는 경우에도 수리에 장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적법은 국적이탈 제한 사유로 2가지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 제12조제3항의 ‘원정출산자(남성)의 병역해소 여부’와 법 제14조의 ‘외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경우에만 신고 가능’입니다.

그렇다면, 주 양과 같이 ‘외국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서’ 병역과 무관한 ‘여성’이라면 어떠한 법적 제한사유도 없으므로 이탈신고 수리에 많은 시간이 걸릴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무처럼 접수된 시간 순서대로 경직되게 처리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무에서는 접수된 시간 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만, 막상 감사원에 문의를 하면 담당부서가 빨리 처리하여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는 사례를 패스트 트랙으로 빨리 처리하는 것은 자기들이 문제 삼을 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즉,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사례를 빨리 처리하면 감사에서 지적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담당부서에서 유형을 세분화하여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하는 기준을 지침으로 만들어 시행한다면 감사에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감사원의 입장입니다.

▶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시겠습니까?

주 양과 같이 국적법상 이탈제한 사유가 없는 것이 명백하고, 또한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객관적 사유가 있는 사례들을 유형화하여 지침을 만들어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하도록 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생각해본 보완책이 있으시다면?

담당부서에서도 주 양의 민원을 접하고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족한 인력 때문에 갈수록 수리기간이 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되더라도 국민정서상 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외동포의 권익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면 사례를 유형화한 지침을 만들어 처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은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되어도 무방하지 않나 싶습니다.

① 해외 출생 후 외국을 실질적인 거주지로 하여 생활하여 온 경우
② 한국 여권을 만든 적이 없거나, 한국 여권을 만든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용횟수가 매우 적어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③ 국내 출생 후 국내에서 성장한 경우라도 부모나 조부모가 외국계로서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④ 국적법상 국적이탈 제한 사유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
⑤ 기타 국익과 인권의 관점에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등

그리고 재외공관에서 급행비자 심사할 때는 비용을 더 받는 것처럼, 패스트 트랙으로 국적이탈건을 수리하는 것에 대한 특별비용을 별도로 부담지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행정은 형사법분야와는 다른 소프트 로(soft law)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과감한 접근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마련된 특별비용을 외국인행정이나 사회통합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국민과 외국인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창조경제 개념에도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요?

▶ 주 양 이외에도 비슷한 사례를 접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러한 불편을 겪고 있는 우리 교민이 얼마나 됩니까?

교민사회에 주 양과 같은 사례는 의외로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적이탈은 우리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우리 정부가 빨리 해주느냐 하는 심리적 저항감도 담당부서 직원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유형처럼 조속히 처리되더라도 별다른 반감이나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는 사례들은 지침을 만들어 교포들의 애타는 마음을 해소시켜 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역만리 외국에서 현지 정착과 생계유지에 여념이 없는 재외동포들이 경직된 국적행정으로 인해 고국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보다는 유연한 국적행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국익에도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국적과 관련된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적업무는 매우 상징적이며 중요한 업무입니다. 담당부서 직원들도 이를 잘 알기에 매우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압니다. 국적업무는 동시에 민원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사안의 성격과 형평성을 고려하되 국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원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잘 헤아리는 섬세한 정책이 구현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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