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노믹스의 승자와 패자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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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노믹스의 승자와 패자 (上)
  • 엄인호 경제학자
  • 승인 2017.02.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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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인호 경제학자

1월 20일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에 “예측불가능이 자신의 외교정책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행보(정치, 외교, 안보, 경제, 환경, 이민, 등)에 대한 불안감이 세계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정책과 초불확실성시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에 걸쳐 발전-진화된 국제기구와 국제규범(UN, WTO, NATO, EU, 세계화, NAFTA 등)들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 예측된다. 트럼프의 충동적 성품에 의해 백악관은 불확실성의 진원지가 되었다. 동시에 세계는 초불확실성(age of hyper uncertainty)시대로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기치 하에 수많은 공약을 했으나, 그중 무엇을 실제로 이행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때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다시 강조 한 바 있다. 특히 미국에서 제조된 상품구매와 미국인 고용을 주축으로 하는 미국우선주의를 재확인 한 것으로 볼 때, 세계화로 다른 나라에 빼앗긴 일자리(특히 중국, 멕시코, 등)를 되 찾아오고 더 이상 일자리를 다른 나라로 내보내지도 않겠다는 고립주의정책이 트럼프의 통치 철학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들여 만든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은 1월 23일자 행정명령으로 탈퇴했고, 보호무역주의(예를 들면, NAFTA 및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 또는 일방적 폐기, 멕시코의 대미 수입품에 35% 국경세 부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명, 45%의 국경세 부과 등)가 미국우선주의 실현을 위한 통상정책의 핵심도구가 될 것이다. 보호무역에 기초한 일자리 쇄국 정책과 함께 금융규제완화 및 세금인하(기업법인세와 개인소득세), 대규모 인프라 투자(약 1조 달러)가 트럼프노믹스의 핵심경제정책이다.  미국 내에 일자리 2,50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보호무역주의, 일자리 쇄국, 금융규제완화, 대규모 인프라투자

국경세의 대상은 미국의 교역상대국 중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 멕시코, 캐나다, 한국, 일본, 독일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 무역흑자국들과의 협상에 실패하면,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에 무역정책을 전담할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 위원장으로 대 중국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교수)를 임명한 것으로 보아서 멕시코,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상대국들과 무역마찰을 감수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할 것이 확실시 된다.

국경세 부과대상이 대미무역 흑자국에서 생산된 수출상품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또는 흑자품목에만 국한될지 아직 불확실하다. 또한 중국,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미국회사의 제품으로서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상품을 대상으로 할지도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제조업 일자리 복원을 위한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겁주기 정치’를 이미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경세부과공포’는 단순한 협상용 카드라기보다는 무역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신호탄 이다. 

포드, GM, 캐리어 등의 멕시코 공장 건설을 주저앉힌 데 이어, 외국기업(도요다 자동차)의 멕시코 공장건설까지 제동을 걸었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으면 엄청난 국경세를 물리겠다는 압박에 일본 및 중국의 대 기업들이 줄지어 미국에 투자 하겠다고 계속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의 국경세는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보복관세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교역 당사국 모두 손해를 볼 것이다. 트럼프의 ‘일자리 쟁탈 전쟁’은 국경세를 부과한다는 협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피할 수 없다. 트럼프식 기업유치공포전략은 다른 나라(특히 시장규모가 큰 중국, 인도, EU 등)들이 잇따라 모방해서 자기나라에 물건을 팔려면 자기나라 영토 내에 공장을 세우라고 압박하는 새로운 기업유치 패턴이 될 것이다. 

캐나다와 한국처럼 국내시장이 좁고 미국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앞으로 수출상대국들의 국내시장에 의무적으로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며 일자리가 부족한 현 시점에서 더 일자리가 사라질것이 우려된다.  

1930년대 뉴딜과 대공황의 교훈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트럼프노믹스를 1930대의 대공황 직전의 뉴딜(New Deal) 정책과 유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일시적인 호황이후 10여년에 걸친 대경제공황에 빠져버린 역사를 환기 시켰다. 1930년대 경제정책이 대공황을 불러온 사실을 잘 아는 경제학자들은(1월초에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국경제학회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5명을 포함) 1930년대의 경제정책과 닮은 트럼프노믹스가 불러올 파장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1930년대 미국 경제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30년 대공황으로 미국의 기업들이 줄이어 도산하고 실업자가 속출하자, 경제학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근린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인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of 1930)을 도입,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끌어올리자 미국인의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소폭 늘어났다. 그리고 수입이 줄자 수입 대체재 생산을 위해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했으나, 피해를 입은 무역상대국들의 보복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는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의 수출과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세계시장의 교역량이 1929~32년 사이 63% 감소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대공황을 악화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에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별 이견이 없다. 

미국 중하류층 서민들의 미래 전망

트럼프의 경기부양책 (예, 1조 달러 인프라투자와 군비증강, 세금감면 등)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승자는 세금감면을 후하게 받을 소수의 부자층 과 트럼프의 ‘기업공포전략’으로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물가 와 금리상승으로 중·하류층의 삶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쌍둥이 적자(재정과 무역적자)로 국가의 부채가 급증해서 빈곤층을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 마저 존립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일자리 때문에 보호무역정책을 선택한 트럼프의 정책은 시장경제원리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막대한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시켜,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에서도 손해를 보는 피해자들이 혜택을 받는 승자보다 더 많아질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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