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르로서의 '케이팝'
상태바
[기고] 장르로서의 '케이팝'
  • 성지담 음악감독
  • 승인 2017.02.02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성지담 음악감독
요즈음 발매되는 수많은 가요들, 그중 특히 세계 시장에 한류의 주역인 아이돌 그룹들의 곡들은 한국 작곡가가 아닌 외국 작곡가의 곡들인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메이저 기획사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작곡가, 작곡팀들로부터 곡을 수집하여 소속 가수들의 음반을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제작된 곡들을 가지고 가수들은 케이팝 아티스트로 소개되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작곡가들과 가수들이 국적을 초월하여 다양한 노래들을 선보이고 예전과 같이 하나의 곡에 한두 명의 작곡가가 아닌 여러 작곡가로 이루어진 작곡팀의 집단 창작체계 아래에서 작업되는 방식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생각해볼 것은 과연 해외 작곡가가 작곡한 곡을 케이팝이라 부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가사가 한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케이팝이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확실히 언어는 어떠한 콘텐츠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히 문학뿐만 아니라 노래에 있어서도 언어는 그 노래가 담고 있는 철학과 분위기를 청자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멜로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어떠한 언어로 노래하느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는 분명 바뀌어 버린다.

하지만 케이팝 가수들의 곡들 중에는 영어가 섞인 곡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현지 팬들을 위하여 중국어, 일어, 영어 등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번안되어 노래되고 음반이 발매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곡들 역시 여전히 케이팝이라 불린다.

이런 의문들에 '한국 가수들이 부르면 케이팝이다' 라고 답한다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이 요즈음 각 기획사들의 아이돌 그룹 멤버 구성을 보면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외국인 멤버가 포함된 경우도 많으며 특히 요즘처럼 해외시장 진출이 당연시 되는 현실에서는 팀 멤버 국적의 다양화는 어찌 보면 중요한 전략적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 또한 현실이다.

또한 해외 국적을 가진 교포출신 가수들의 경우도 가요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케이팝 아티스트라 칭해지는 것을 보면 단순히 가수의 국적 또한 케이팝의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했듯이 전 세계 수많은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수집하고 해외에서 재능 있는 멤버들을 발굴하여 가수 혹은 팀을 제작하는 기획사가 한국 회사라면 그것을 케이팝이라 볼 수 있는가? 하지만 이미 적지 않은 해외 자본이 투자된 제작사, 기획사들도 계속해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케이팝은 단순히 음악적 요소 이외에도 가수 혹은 팀이 보여주는 무대 혹은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이는 퍼포먼스, 스타일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가 되어 나타나는 모습 그 자체를 지칭하는 장르적 용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많은 해외 팬들 역시 케이팝의 이미지는 단순히 한국음악을 지칭하기 보다는 한국 아이돌 그룹 특유의 음악을 먼저 떠올리며 그들의 노래와 함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여지는 여러 이미지들을 함께 연상하게 된다.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국경을 초월한 협업방식이 투자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 걸쳐 활발히 일어나고 있고 그렇게 생산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역시 예전과는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 가요 콘텐츠의 제작 과정의 한 예를 들자면 중국의 자본이 투자되어 스웨덴의 작곡팀이 곡을 만들고 한국인 작사가가 작사를 하고 미국의 안무가가 참여해 무대 퍼포먼스를 만드는 것처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그렇게 제작된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가수들도 비단 한국인으로만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이러한 케이팝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색깔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고 거기에는 우리가 한국의 대중가요라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특유의 멜로디, 가사, 사운드, 안무와 퍼포먼스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케이팝이라는 용어 자체의 정의를 단순히 어떠한 한두 가지 요소의 유무로서 정의할 것이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에 뿌리를 둔 세계화된 음악스타일을 지칭하는 종합적인 용어로서 이해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