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빈민가 소웨토를 변화시키는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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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빈민가 소웨토를 변화시키는 ‘태권도’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12.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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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단련 및 인성교육이 아이들부터 변화하게 만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권의 최대 빈민가인 소웨토 쎄베사농 초등학교(Tshebedisanong Primary School)에서 12월 10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태권도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소웨토는 남서부마을들(South Western Townships)의 머리글자를 따서 칭하는 말로, 요하네스버그 인근에 농촌지역 흑인 노동자들이 몰리며 형성된 빈민지역이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때 정부에서 흑인 주거지로 설정한 곳이기도 하다. 남아공 흑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1976년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한 소웨토 봉기가 있었고, 남아공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도 오랫동안 이곳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남아공에 흑인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곳의 경제사정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빈곤과 교육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치안이 좋지 못한 지역이며, 특히 어린 아이들이 일찍부터 술과 담배, 무분별한 성관계에까지 노출돼있어 문제가 심각했다. 현지 백인과 교민들도 이 지역은 안전문제로 꺼리는 지역이다. 

▲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태권도 한마당’행사에서 각자 만든 탈을 쓰고 단체사진을 찍은 참가자들. (사진 주 남아공 대사관)

이런 지역에 언제부터인가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로 태권도 수련을 통해서다. 필립 루파사(Phillip Lufasa) 씨는 2016년 2월부터 이곳에 태백 태권도(Taebaek Taekwondo)라는 클럽을 열고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매주 각 학교에서 2회씩 태권도 교실을 열고 매주 토요일에는 2개 학교 학생들이 공원에 모여 합동 훈련을 한다. 수련생으로부터 한 달에 20랜드(약 2천 원)을 받고 있으니 거의 무료에 가깝다. 

태권도로 강인한 정신을 단련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상대를 존중하는 인성교육을 받게 되자 어린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점차 동네 주민들도 태권도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며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같이 참가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주 남아공대사관과 국기원 파견 태권도사범인 조정현 사범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사관은 도복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했고, 남아공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조정현 사범은 특별지도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소웨토를 방문했다. 이곳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지난 10월에 열린 대사 배 태권도 대회에서는 개막식 시범을 맡기기도 했다. 

▲ 필립 루파사 사범.

이번 행사는 태권도를 수련 중인 소년·소녀들과 학부모, 친척, 아직 태권도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 모여 태권도를 다시 돌아보는 행사였다. 태권도 클럽 수련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당찬 모습에 뿌듯해 했다. 주 남아공 대사관에서 마련한 전통 탈 만들기 체험과 한국영화 상영회, 불고기 등 한식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소웨토 태권도를 이끌고 있는 루파사 씨는 “그동안 보여준 한국의 관심과 지원에 감동했다”며 “내년부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태권도 교실을 열기위해 지역 중학교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자신도 “남아공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내년 무주에서 열리는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가한 남아공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 음고치(V. P. Mogotsi) 의원도 “당장 손자에게 태권도를 시작하라고 하겠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 공원에서의 합동훈련.

대사관 관계자는 “소웨토는 비록 빈민가지만 끈끈하고 결집력이 강한 커뮤니티라 태권도의 효과가 알려지면 기대 이상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며 “내년에는 그런 성과들이 모여 태권도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문화축제로 발전되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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