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절차 밟는 한진해운 유럽본부, 최덕림 상무 인터뷰
상태바
파산절차 밟는 한진해운 유럽본부, 최덕림 상무 인터뷰
  • 김복녀 재외기자
  • 승인 2016.11.18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 그리고 유럽이여 안녕!” (Auf Wiedersehen, Deutschland !)
▲한진해운 유럽본부 영업 마케팅 총괄 최덕림 상무.

● 독일이여, 유럽이여 안녕 - 한진해운

독일 함부르크 지역 최대의 한국기업이자 국제 해운회사인 한진해운 유럽 지역 본부가 본사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2016년 10월 26일부로 독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의 각국 유럽 법인들이 순차적으로 청산 및 파산 수순을 밟고 있다. 

‘한진’은 독일에서도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항구에 정착된 배들과 한진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트럭들을 보면서 한인들은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기도 했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함부르크 당국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유럽법인 파산으로 인해 11월 1일부로 한진해운을 사직하고 11월 중순 함부르크를 떠나는 한진해운 유럽본부 영업 마케팅 총괄 임원인 최덕림 상무와 이야기를 나눴다. 


● 최덕림 상무님의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우선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게된 유럽 각국의 거래처 및 협력사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저는 1992년 한진해운 서울 본사에  입사해 그동안  한진해운 프랑스 법인장, 본사 유럽 마케팅 팀장, 본사 글로벌 영업팀장, 유럽 지역본부 항로 개발 팀장을 역임했고 유럽 지역본부(함부르크 소재) 영업 마케팅 총괄을 맡아 일했습니다. 유럽은 이번이 세 번째 발령으로 프랑스 법인에서 5년, 독일 유럽본부에서 5년 근무했고, 올해 1월 독일 함부르크에 발령을 받아 11월 중순까지 일했고, 모두 20여년을 근무 했습니다. 


● 한진해운 유럽 지역본부를 함부르크로 정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26년 전까지는 유럽 본부가 영국 런던에 소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런던의 내부적인 문제가 있었고,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함부르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유럽본부도 함부르크로 옮겨졌습니다. 함부르크는 컨테이너 비즈니스가 유럽에서 가장 발달된 도시로 세계 유수 선사들뿐 아니라 다수의 인터내셔널 물류 업체 및 선주들의 본사 및 유럽 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유럽해운의 중심 도시입니다. 


● 한진해운이 독일이나 함부르크에 기여한 것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인가요?

*함부르크가 인정하는 최고의 글로벌 선사
당사가 26년 동안 함부르크 시에 기여한 바는 큽니다. 유럽 최대항인 함부르크에서 한진해운의 물량이 전 세계 선사 중 1위(Eurogate 기준)를 기록 한 적도 있습니다. 독일 제 2의 글로벌 선사인 Senator-Line을 인수하여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유럽 선사를 인수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또한 몇 년 전까지도 함부르크가 본사인 독일 최대의 선사 Hapag Lloyd와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추진하며, 20여 년 간 한국 기업의 명성을 떨쳐 왔습니다. 

독일 내에서 200여 명의 고용 창출을 하였고, 유럽 내에 600여 명의 직접 고용, 유럽 내 1,000여 명의 대리점을 통한 고용 등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 지역의 고용 확대에도 큰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유럽 각지의 고용과 경제발전에 기여
함부르크에 위치한 한진해운 유럽본부는 유럽 내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이태리, 스페인 , 체코 등 10개 국가의 법인조직의 유럽본사 역할을 해왔고, 스칸디나비아, 아프리카, 러시아, 동 지중해 각국 등 20여 개국의 독점 대리점 조직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매년 10여 차례의 범 유럽회의를 이곳 함부르크에서 개최해 직·간접적인 지역경제 소비 확대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연간 10조 원의 매출 중 2조 원 내외를 이곳 함부르크가 중심이 된 한진해운 유럽에서 창출했으니 지역사회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작고하신 조수호 전 회장님이 함부르크 시로부터 최고 명예 훈장을 수여 받았고, 함부르크에서 외국 기업으로는 가장 기여도가 높은 기업 중 하나로 시 정부로부터  많은 찬사와 지원을 아낌없이 받아왔습니다. 


● 이번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세계 해운시장의 악화와 정부의 무관심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나 무엇보다도 정부의 해운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한진해운의 지속적인 경영악화를 이유로 취해진 조치였고 결과적으로 경영자의 책임도 피할 수 없으나, 사실상 경영실패의 근본 원인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 급증으로 인한 세계 해운 수요와 공급 불균형 및 리먼 사태 이후 세계 경제 침체로 과거 7~8년 동안 세계 해운시장의 악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국내외 해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세계 각국 글로벌 선사들, 정부지원으로 소생
2015년의 경우, 뼈아픈 원가 절감 노력으로 한진해운의 영업 이익이 세계 모든 글로벌 선사 평균 영업 이익율보다 우위에 있었고 대부분의 해외 글로벌 선사들은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독일의 Hapag Lloyd나 프랑스 국적선사인 CMA-CGM, 중국의 Cosco-China Shipping, 덴마크의 Maersk Line 등도 한때 재정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으나, 수년에 걸친 정부나 시 정부의 수조 원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소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운업은 한때 전자, 반도체 조선, 자동차 와 함께 대한민국 5대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 외에도, 각종 사회문제 해결, 문화발전, 정치적 쟁점 등 수많은 문제가 산재되어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직접 종사원수가 적고, B2B 산업의 특징상 일반인에게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적어, 해운산업의 중요성이 간과되어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은 득실 비교가 안돼
삼면이 바다인데다 북으로 가는 무역 통로가 막혀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운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금융논리로 해운업을 파괴시켰다는 점에 대해 외국 언론들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혈세를 운운하지만, 법정관리 이후 물류 대란으로, 결국에는 국민의 혈세로도 감당 못할 손실을 입었고, 전 세계를 상대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겠지만, 여러 기관에서 수차례 사전 경고를 했음에도 이를 과장된 것이라 무시한 결과는 물류업체 및 화주들의 피해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함부르크 이 모 영사  같은 분은 저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활동해주었고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이번 사태의 피해와 후폭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세계 각국 협력업체들의 피해 
우선 가장 큰 후폭풍으로는 각 나라마다의 물류 대란으로 인한 협력업체(터미널, 선주, 벙커 업자, 철도, 트럭, 컨테이너 장비, Feeder 업자, 데포 업자 등등)들의 피해입니다. 법정관리가 선언되는 순간 모든 한진해운 이해관계자들의 채권은 동결되고,  한진해운과 거래하는 많은 협력업체들은 신용으로 주었던 거래대금을 회수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손실이 큰 채권단, 선주, 벙커 업자 등은 자산이 되는 선박, 콘테이너를 압류하기 때문에 선박의 정상 운항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화주들이 예약한 화물은 같이 압류 되거나, 압류를 피하기 위해 선박은 외항 또는 공해상에서 대기하거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화주들의 피해는 최대 수십조 예상  
2차 피해는 화주 즉 고객들이 입게 됩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독일 및 유럽 전 지역에서 수백, 수천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를 입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대형 포워딩 업체의 피해는 약 5,500만 유로에 달한다고 합니다.

유럽 전역에 의류, 잡화 가을 상품 소매판매에 큰 지장이 발생됐고,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어 기계류, 화학류, 생산에도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전체 클레임은 최대 수십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국가 3.5~4% 에 해당되는 엄청난 물량이 억류되거나 공해상을 떠다니다 지연 도착으로 인해 화물의 잔존가치가 사라지면, 세계 해상 물동량 변화 및 각 국가별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글로벌 한국선사의 대외신용도 물거품
세 번째로 대외 신용도입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이전 기준 세계 7위의 해운 선사로 현대상선과 더불어 5대양 6대주를 커버하는 한국 선사였습니다. 해운업의 특성상 한국과 연관되어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는 전체의 8%~9% 정도 수준이고 대부분 (90% 이상)의 비즈니스가 외국 대 외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바, 고객층 역시 매우 글로벌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삼성, LG, SK, 한국 타이어 등 한국 업체 외에도 Microsoft, Nike, HP, Siemens, Walmart, Target Store, Sears, Carrefour, Ikea 등 전 세계 수백여 글로벌 업체들이 한진해운을 수년간 이용했습니다. 수조 원을 들여 수십 년 동안 만들어온 이러한 노하우가 한 순간에 공중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글로벌 해운인력 군단 상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아까운 3천 여명의 우수한 글로벌 해운인력들이 길거리로 내쳐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만 여명의 한국 협력업체 종사자들, 그리고 70여 개국의 수많은 한진해운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한 순간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공해상에 떠있는 수천 명의 선원들도 식량부족의 고통과 해적 출몰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끝까지 화물 양하와 선박의 정상운항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항해를 마치면 대부분의 선원들이 일자리를 잃겠지만, 수십 년 동안 선적해준 화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박을 무사히 정박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신 선장님 이하 모든 해상 직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해운업계의 유럽전문가로 20 여년 동안 한진해운에 근무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들을 말씀해주세요.

노선 개발, 고객 발굴, 고객 가치 기반 창출을 통한 세계 글로벌 기업 및 각 유수의 선사들과 맺은 수많은 인맥들이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국제적 인맥과 글로벌 평판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가장 큰 자산이고 재산입니다.

본사에서 글로벌 영업 팀장 시절 미국과 유럽 의 유수 글로벌 기업 본사와 계약 체결 및 관계형성을 하며 국제적 비즈니스 토대를 구축했고, 국내의 다른 산업군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형성해 왔습니다. 

한진 해운은 6년 전부터 서아프리카에도 진출했는데, 개발 당시 서아프리카 각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파트너를 만나고 거래처 계약을 하며 만들어나간 노선이라 개인적으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노선 개설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각 국의 장관과 항만청장 그리고 대통령 경제고문까지 만나 설득하며 얻어낸 성과였습니다.

베냉(Benin) 공화국에서는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설명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서아프리카 각국을 돌아다니면 현지 물류 해운계에는 한국인 최초의 아프리카 노선 개발자로 저를 반가와하는 현지 아프리카 정계 및 물류계 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함부르크에서 항로 개발협력을 위해 당사 경영층과 함께 Maersk, MSC, Hapag Lloyd, Hamburg sued 등 유수 유럽 선사 회장 및 주요 경영자들을 만나 관계를 쌓아 온 것도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는 제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경험입니다. 끝까지 한국해운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해운 물류산업에 대한 정부의 많은 지원을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 유럽법인 청산으로 한진해운 및 함부르크와 작별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현재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저희 고객과 협력업체에 누를 끼친 부분과, 이번 사태로 정든 직장을 잃게 된 저를 포함한 모든 한진해운 직원들의 진로 문제입니다.  

저희를 믿고 끝까지 한진해운을 애용하여 왔으나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큰 피해를 보게 된 저희 고객들과 협력업체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어린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유럽에 남아있는 기간 동안, 이 소중한 고객들과 협력업체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된 독일을 위시한 유럽 각국의 현지 직원들과 본사 후배들을 위해 최대한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나름대로 모든 거래처들과 긴밀히 연락하며, 단 몇 명이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장 실업자가 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마지막 정리를 위해 남는 직원들을 보면서, 정말 그 동안 프로의식을 가진 귀한 동료 후배들과 일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 한진해운 유럽의 현지 직원들은 “그 동안 한진해운에 몸담으면서,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몸소 알게 됐다. 나중에 다른 회사를 가더라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라는 중요한 자산과 큰 자부심을 가지고 떠난다”고 마지막 말들을 남기며 하나 둘씩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서도 서로 위로하며 고마움의 마음을 남기고 가는 소중한 우리 180 여 독일 직원과 600 여 유럽 각국 법인 직원들 그리고 유럽 각 나라 대리점 직원들로부터 저는 큰 고마움과 큰 배움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가슴에 묻고 갑니다. 이들이 있기에 저도 이 세계 해운시장 어딘가에 남아서, 이들과 같이 계속 항해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마지막까지 그 동안 함부르크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신 김성영 본부장님, 이석헌 목사님, 이동규 영사님, 오동환 법인장님, Mr. Lothar Romer, 어성일 코트라 관장님, 박길영 사장님, 박재형 사장님, 정성희 사장님, 강정원 지점장님 등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재외동포신문 김복녀 재외기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