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천 베트남 영사의 용기와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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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베트남 영사의 용기와 결단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11.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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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 일가 외교부 인사개입 의혹 제기, 인사상 불이익 안돼

▲ 박정연 재외기자
대한민국 헌정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며 100만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베트남까지 불똥이 튀었다. 호치민 총영사관 김재천 영사는 최근 JTBC와 가진 단독 인터뷰를 통해 전대주 전 베트남 대사의 임명과 현 호치민 총영사 부임에 최 씨 일가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베트남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최 씨의 조카 장승호 씨가 민주평통자문위원에 임명된 배경과 교민 초청 대통령 만찬에 당초 명단에 없던 장 씨가 윗선(?)의 지시로 뜬금없이 참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동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윗선에서) 이러한 것이 왔을 때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면서 “호치민 총영사관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전례 없던 일 이었다”고 밝혔다.

전대주 전 베트남 대사의 임명과 현 호치민 총영사 부임과 관련해서도 김재천 영사는 “최 씨 일가가 대한민국 외교부 인사에 깊이 관여한 것이다. 한국ㆍ베트남 관계와 양국 경제 교류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데까지 영향을 미친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이런 일을 겪으면서 침묵하면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공무원들도 필요하다면 본인이 용기를 가지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업무가 최 씨 일가에 일부 특혜로 돌아간 것에 대해 자괴감을 토로했다.
사실 이 같은 베트남 영사의 폭로성 발언에 앞서 이미 수년전부터 베트남 교민 사회는 외교 분야 경력이 일천한 민간인 전대주 씨가 베트남 대사로 영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민주평통자문위원과 모 기업 법인장 경력이 전부인 전 씨가 베트남 대사로 전격 발탁됐다는 소식은 당시 베트남 교민사회에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 들여졌다. 일부 교민들은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숨겨진 내막을 모르는 대부분의 교민들은 그저 관운이 아주 좋은 사람 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말았다.

작년 4월 베트남 호치민 총영사에 박노완 전 베트남 공사가 임명된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직급이나 경험으로 볼 때 외교부 입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주호치민 총영사 자리는 고위직들이 은퇴하기 전에 거치는 자리로 특 1,2급 장관하고 동기(급)들이 왔다가 퇴직하는 곳인데 박노완 총영사는 직급이 낮았다. 더욱이 호치민에서도 한 번도 근무한 적이 없었다.

이 역시 외교부 라인을 넘어선 큰 빽(?)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김재천 영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듭 주장했다.

한편, 뉴스를 접한 베트남 교민 사회는 이제야 의구심이 풀렸다는 반응이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외교부의 반응은 기가 막힌다. 인사 과정에서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오히려 세간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김재천 영사는 인터뷰 도중 울먹거리며 다른 공무원들도 용기를 갖고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 공무원의 신분임에도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불이익과 사회적 파장을 감내한 그의 용기와 결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역으로 외교부를 포함한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는 깊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부분의 공관 직원들은 본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체 거부해왔다. 그저 진실을 은폐하기 급급하다. 최소한의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기 일쑤인데다가 오직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서 오히려 오해를 증폭시킨 일도 적지 않았다.

언론과 상대해봐야 손해라는 생각이 피해 의식처럼 기본적으로 뿌리박혀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직 자신의 안위와 영달만을 생각하는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주의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단, 반성이 필요한 것은 공무원 사회 뿐만 아니다. 동포사회도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 뼈아픈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최근 프랑스 파리 한인회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동포사회가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전 세계 상당수 한인회들은 여전히 불구경 하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100만 촛불집회의 민심을 단순 정치적인 이슈 정도로 폄하하며 시국선언 동참조차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있는 동포사회의 장들이 적지 않다.

많은 평범한 교민들이 고국에서 발생한 헌정유린 사태를 참지 못해 울분을 토로하며,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시국선언을 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과연 그들이 교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교민단체이며, 고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책임 있는 교민지도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의문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100만 촛불시위를 통해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이다. 이에 앞서 숨겨진 진실과 국민적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관련 책임자들은 반드시 역사의 이름 아래 단죄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라도 이번 외교부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김재천 영사의 공직을 건 용기가 결코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별개로 외교부는 진실을 밝힌 김재천 영사에게 상을 주지 못할망정 어떠한 인사상의 불이익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에게 공무원 비밀 준수 규정 같은 올가미를 덧씌워 그를 벌주려 한다면 외교부 인사권자들 역시 대한민국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의 부역자들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결코 잊어서도 안 되며, 100만 촛불 민심에서 보듯 지금 이 순간도 온 국민이 국가기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720만 동포사회 구성원 중 한명으로서 다시 한 번 김재천 영사의 용기와 결단에 아낌없는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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