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 돌아온 일자리와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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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함께 돌아온 일자리와 소비자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6.11.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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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명예기자
월마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다. 1962년 문을 연 이래 매일 '최저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저가정책을 추구해왔다. 소비자들은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고, 월마트는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월마트는 가격을 내리기 위해 직원들의 임금을 깎고 복지에 들어가는 돈을 줄였다. 납품업체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또한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미국 공장들을 내보내는 데 앞장섰다. 

 월마트의 회심 - Buy America & 제조업 서밋

그러던 월마트가 최근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미국을 삽니다(Buy America)' 캠페인을 벌이며 2023년까지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는데 2500억 달러를 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무조건 싸게 파는 전략으로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았던 월마트가 이제는 값이 나가더라도 미국산 제품을 팔겠단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서 제조업자들을 불러 모아 '미국 제조업 서밋'도 개최했다. 월마트는 이러한 노력으로 납품업체 40여 곳이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미국으로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미국 제조업 붕괴의 주범으로 꼽히던 월마트가 이제 와서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니,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인건비나 운송비 등의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일자리 창출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이 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아무리 이윤을 남긴다 하더라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물건을 사줄 소비자도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되찾는 일자리 투자

결국 월마트는 자신들의 소비자를 지키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일자리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월마트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것은, 기업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깨달음이 기업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업의 변화에 소비자들의 변화가 더해지고 있다.

스티브잡스,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 즐겨 신었던 것으로 유명한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의 판매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욕 맨해튼의 뉴발란스 매장 한쪽의 쇼윈도룸에서 직원이 직접 손으로 신발을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객들은 운동화 제작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자신이 지불하는 운동화의 가격 속에 한 사람의 노동이 담겨 있고, 한 사람의 일자리가 달려있음을 깨닫는다. 뉴발란스는 운동화의 70퍼센트를 미국에서 생산한다. 운동화에 'Made in USA'를 크게 새겨 넣을 정도로 자국 내 생산을 중요한 브랜드 가치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일자리를 구매하는 소비자

뉴발란스 고객들은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제품을 구입하면서 자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비를 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원에 힘입어 뉴발란스의 매출액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최근 4년 사이 매출이 10억 달러가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런 움직임은 뉴발란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 프랑스, 독일을 제치고 자국 생산품 선호도에서 1위를 기록했다. 무려 80퍼센트의 미국인이 자국 생산품을 선호한다고 답한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자국 생산품을 선택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90퍼센트의 사람들이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미국인들이 합리성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공존의 가치에 공감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공감의 힘은 미국 사회에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년 전 미국 출장여행에서 뉴욕 맨해튼 인근 브루클린에 산재해 있던 봉제공장들과 맨해튼에 널려있던 많은 디자이너실과 봉제부속품 매장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일자리 회귀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LA 자바시장 인근에 있던 수많은 봉제공장을 보면서도 미국 소비자들이 이왕이면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제품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윈의 진화론 - 경쟁과 협

일자리는 새로운 IT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만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공존과 협력의 가치를 선택할 때 생겨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나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물려 고용을 유도하거나,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찰스 다윈하면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을 떠올리지만, 그를 사로잡았던 또 다른 중요한 화두는 이 자연계에 왜 경쟁만큼이나 협력이 가득할까 하는 것이었다.

다윈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 때문에 협력이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화론적으로도 혼자서 살아남은 개체는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승자독식이 이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공생과 협력이 더 큰 파이를 나눠 갖게 한다. 암사자는 혼자 사냥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지만 무리와 같이 사냥하고 먹이를 나눈다. 그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자리 회귀는 다윈진화론의 '공존의 진화' 바탕 위에 국민 모두의 소비의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회귀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공생과 협력이 바탕이 되는 '공존의 진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해외로 빠져 나갔던 공장들이 다시 회귀하는 시대가 와서 일자리 창출에 큰 몫을 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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