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떠나며, 코이카 백숙희 소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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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떠나며, 코이카 백숙희 소장의 편지
  • 백숙희 코이카 캄보디아 사무소장
  • 승인 2016.08.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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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 반가운 미소 한 장의 스틸 사진처럼"

국제무상원조기관 한국구제협력단(KOICA) 캄보디아 소장으로 지난 3년간 재임하고 이 나라 번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한 백숙희 소장이 지난 8월23일 이임을 앞두고, 그동안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더불어 캄보디아의 미래와 희망에 관한 글을 본지에 보내주셨다.
[편집자주]

▲ 백숙희 코이카 캄보디아 사무소장.
인생에서 꽤 많은 시간에 해당하는 해외 근무는 힘든 점도 많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어려웠던 기억은 사라지고 그립고 잘 되기만을 바라게 된다. 미얀마와 이집트를 거쳐서 세 번째 해외근무지인 캄보디아에서의 3년이 화살처럼 날아갔다.

미얀마나 이집트와는 달리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가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우연히도 내가 근무했던 국가들마다 민주화 혁명이 일어났고 미얀마는 작년에 민주화를 이뤄냈다. 캄보디아는 최소한의 고통으로 민주화가 성취되기를 소망한다.

코이카는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마련한 국가 협력 전략에 따라 연간 약 2,300만 불 내외의 예산으로 보건, 교육, 농촌개발, 인프라 건설 등 4개 중점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매년 200 여명의 공무원이 한국에 가서 우리의 발전 경험을 배우고 약 25명이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150 여명의 한국인 봉사단원과 자문단원이 캄보디아 16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민관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민간단체 협력사업, 대학 협력사업, 기업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사업 중 대표적인 것으로 노로돔 가에 위치한 앙두엉안과국립병원을 꼽을 수 있다. 2015년 5월 개원한 이래 국립안과 전문병원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사업 초기부터 김안과가 함께하고 있다. 이 외에 코이카가 관여한 씨엠립 모자보건센터, 바티에이주립병원, 깜뽕츠낭주립병원, 국립소아과병원이 캄보디아 보건의료 향상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지구촌의 여러 유적지들에서 유적 복원에 참여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많이 부러웠었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문화 ODA 일환으로 앙코르 톰(Angkor Thom)의 북동 편에 위치한 프레아피투 사원 복원사업을 2014년도부터 시작해 2018년도까지 1단계 사업을 실시하고 2019년도부터 약 10년간 2단계 사업을 실시해 완전히 복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씨엠립 프레아피투 사원을 방문한다면 백범 김구 선생의 소원처럼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농촌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새마을운동 사업은 캄보디아 주민들의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대부분 정부나 민간단체가 마련한 계획을 마을 주민들이 수동적으로 실시해왔다. 이번에 실시된 새마을운동 사업은 우리정부 지원으로 최초로 캄보디아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논의해 계획을 세웠고 필요한 자금이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되어 숙원 사업이 실시됐다.

처음에는 정말로 코이카가 마을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냐고 반신반의했던 마을 주민들은 1차년도 사업이 종료되는 지난 7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크뇸 앗 트워 반’ 구호를 함께 외치며 트봉크몸 주, 깜뽕스프 주, 따게오 주의 30개 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행복했던 그 시간은 나에게 한 장의 소중한 스틸사진으로 남아 있다.

뜨몽끄몸 주 마을 이장 한 분은 늘 술에 취해 있어서 부이장이 마을 사업을 총괄해야 하는데 나이 드신 부이장이 힘들어 보였다.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내가 사용하던 휴대전화 외장충전장치를 드리고 1등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1차년도 마을사업 종료 시 다시 방문해보니 부이장님은 신이 나서 사업결과를 설명하시다 나를 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미소를 보여주셨다. 캄보디아에서 힘들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이었고 그 밝은 에너지는 내가 힘들 때 나를 응원하는 기억으로 남았다.

마을 주민들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나는 캄보디아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지난 12세기 앙코르제국 자야바르만 7세 시대를 상상했다. 지금 당장은 이 나라 국민들이 나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과거 자신들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잠재력과 재능이란 유전자가 그들의 핏줄기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

부디 우리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이 하루 속히 성공적으로 안착하길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정부가 더욱 확대 발전시켜 농업에 종사하는 약 70%의 가난한 이 나라 국민이 모두 잘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많은 성원과 관심을 가져주신 교민 여러분들과 전국 각지에서 캄보디아 주민과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서 항상 모범을 보이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150 여분의 봉사단원들과 자문단원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물설고 낮 설은 타지에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 분들의 노력이 기반이 되어 캄보디아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또한 캄보디아에서 코이카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건축 관계자, 민간단체 관계자, 사무소 직원들 및 기타 모든 사업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전 주한미국 스티븐스 심은경 대사처럼 캄보디아 봉사단원 출신이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로 부임하는 날을 기대하며 캄보디아로부터 날아오는 신나는 소식들이 항상 앙코르의 미소처럼 피어나기를 고대한다.
쏙써바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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