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년을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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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년을 살아보니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6.08.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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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명예기자 (중국 소주 인산국제무역유한공사 동사장)

97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귀가 어둡지도 않고 목소리도 정정하며 지팡이조차 없이 걷는 그는 백세시대의 ‘행복론’을 매주 두어 차례 전국 각지에서 강연하고 지금도 새 책을 집필하고 있는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탐구해 본다.

그는 1920년 평양에서 태어나 성장한다. 그가 숭실중학 3학년 때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학교가 폐교되면서  동급생이던 윤동주 시인은 만주로 떠나버리고 그는 1년간 자퇴를 하고 매일 시골에서 7km 거리의 평양도서관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문학 철학 종교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보낸 시간이 그의 인생의 밑거름이 된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조치대학(上智大学)철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광복을 맞는다. 1947년 아내와 아이를 등에 업고 목숨을 걸고 탈북했다. 남한에 정착한 뒤 중앙중고교에서 7년간 교사를 거쳐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내다 퇴직한다. 84세에 20년간 투병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살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게 31년이었고 은퇴 후 일한 시간도 올해로 31년째다.

60년 넘는 시간을 교육에만 쏟아 부은 비결을 그는 “노년 이후를 미리 그려보고 준비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완전하게 성장하는 건 60세~75세인데, 그 때가 바로 황금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0대에 들어서면 75~80세에 내가 어떤 인생을 살겠는가라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갈수가 없다. 지식과 건강, 내적인 성장과 인간관계. 네 가지가 모두 인생에 다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건강의 비결을 물으면 그는 특별한 건 없다면서 매일 1시간의 걷기와 매주 세 번의 수영을 한다며 하지만 이런 운동보다도 더 강력하게 삶을 이끌어온 동력은 책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80대에 들어선 뒤 가장 힘을 쏟았던 일은 ‘독서 운동’ 이었다. 그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이 선진국가가 된 건 국민80% 이상이 100년 이상에 걸쳐 독서한 나라들이다.

50대 이상 어른들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후대에 보여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학에서 70세까지 강의를 하면서 늘 읽는 시간과  쓰는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군다나 좋은 책을 읽으면 늘 행복하다고 한다. “부를 가진 이도, 명예와 권력을 가진 이도 많이 만나 보았지만 행복에는 정답이 없더라”고 말한다.

노년이 되면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고 인간관계가 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사랑하는 사람과 백년해로하는 사람이 가장 고독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길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아흔을 넘으면서 자신에게 되묻기를 “죽음에 직면하게 될 텐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죽음이 두렵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그리고 현재도 책을 쓰고 있는데 책이 나올 때면 내 나이 99세가 될 거다. 지금도 나를 찾아 주는 제자들과 가깝게 지내온 이들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더 돕고 싶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것이 김형석 교수의 ‘유종의 미’인가 싶다.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이 글의 제목은 최근에 어떻게 백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는 것. 그 답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백년을 살아보니>의 책 제목이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부자나 권력자들이 결국은 불행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1960~1970년대 낸 저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이 다시금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철학자를 호출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엄청나게 분주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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