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외교는 씨를 심고 물을 주는 정원사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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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외교는 씨를 심고 물을 주는 정원사의 마음으로”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16.07.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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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완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의 문화외교·공공외교
▲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응접실에서 회견을 가지고 있는 송영완 대사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송영완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가 부임 후 2014년 6월부터 개최한 ‘한국문화축제’는 해마다 규모와 내용 양면으로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제3회 축제가 6월 27일부터 7월 3일 까지 7일 동안 진행됐다.

비엔나에서의 한국문화축제

무형문화재·명창들로 구성된 한국 전통음악 연주회, 백건우 초청 피아노 독주회, 홍혜란·안종도의 ‘통일과 평화’-영화음악 연주회 등의 수준 높은 공연이 비엔나의 자랑인 뮤직페라인과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개최됐다.

비엔나 시내 중심가 부어그 키노 영화관에서는 3일간 한국영화제가 열렸고 한인문화회관에서는 K-Pop대회 지역예선, 통영 오광대의 한국 탈춤 공연이 열렸으며, 도나우 시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비엔나 태권도 페스티벌’도 교민들에게 큰 감동을 심어줬다.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은 또 하나의 문화외교행사를 앞두고 있다.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트라이히 주의 주도 린츠 시의 브루크너하우스가 주최하는 2016년 가을음악축제에서 한국은 파트너국가로 참여하기로 했다. 9월 18일 개막식 리셉션에서는 한국 궁중 요리를 선보이고, 축제 기간에는 한국인 연주자들과의 협연 등이 예정돼있다.

문화예술과 공공외교

7월 12일 오후 3시 반, 비엔나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에서 송영완 대사를 만났을 때도 자연스럽게 대사관의 문화예술 행사, 공공외교문제가 화두가 됐다.

“부임기간 2년 반을 돌아보면, 우리 대사관이 관여한 문화행사가 꽤 많았습니다. 대사관 직원들의 수고와 현지 동포들의 협력이 힘의 원천이 됐어요. 문화외교를 통해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큰 그림이기도 합니다.”

송영완 대사는 문화외교, 공공외교는 기초가 없이는 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선임 대사들이 구축해놓은 훌륭한 공공외교 인프라가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반기문 현 UN사무총장이 대사 시절 구축한 한·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국가 브랜드 홍보기구로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 사는 상품

송영완 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상품’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문화외교는 결국 현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서, ‘대한민국이라는 상품’을 마음으로 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대사와 비엔나 주재 국제기구 한국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송영완 대사는 국가와 국민보호가 가장 중요한 임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각국 국제기구 대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문화외교가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와의 협조관계 형성에는 비엔나를 중심으로 한 음악 공공외교가 한 축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화외교로 단번에 효과를 거둘 수는 없습니다. 저 또한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요. 하지만 앞으로 50년, 100년간 이어지면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굉장한 문화외교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그동안 정원사로서 한·오 필하모닉이 잘 자라도록 정성껏 물을 주고, ‘한국문화축제’라는 새로운 씨앗을 또 하나 심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후, 사람들이 ‘송 아무개라는 대사가 와서 씨를 뿌렸는데, 이렇게 자랐구나’ 하면, 크게 만족할 일이지요. 문화는 계속 물을 주고 잘 가꾸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 대사관 벽에 걸려 있는 독도 그림 앞에 선 송영완 대사

젊은이들을 만나는 특강

송영완 대사는 부임하자마자 빈 국립대학을 비롯, 잘츠부르크, 인스부르크, 그라츠의 국립대학들과 비엔나의 미국계 웹스터 대학 등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특강을 가져 왔다. 유엔대표부 공사에서 미국 시애틀 한국 총영사로 부임하자마자 워싱턴 주의 여러 대학을 중심으로 한국특강을 다닌 경력의 한 발전적 행보로 보인다.

“오스트리아에 부임한 후 조금 의아했던 것은 오스트리아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오스트리아의 미래를 담당한 젊은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꿈을 심어 주자는 생각으로 ‘부상하는 아시아와 한국’이란 테마로 특강을 돌기 시작했어요.” 송 대사는 이 특강도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제 특강을 듣겠다고 온 사람들은 최소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왔을 거예요. 이러한 젊은이들의 머리에 한국이라는 꿈나무를 심어 호감을 키우고, 언젠가 그 꿈나무가 자라 한국을 이롭게 하는 일들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특강을 시작했습니다.”

국제기구 활동과 방문동포 보호

송 대사는 국제기구의 다자외교 활동에서도 중책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오는 12월에 있을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보 각료급 국제회의에서 채택될 장관급 선언문 도출을 위한 작업반회의 공동의장직과 NSG(핵공급국 그룹)의장,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 공업개발이사회 의장대행직을 함께 맡아 수행 중이다. 

송 대사는 마지막으로 ‘한국동포 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남겼다. 대사관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오스트리아 동포사회에 대한 감사를 전한 그는 현지 정착 동포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는 본국 동포들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40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오스트리아를 찾을 것으로 예상돼 동포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더욱 힘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씨 뿌리는 농부, 물 주는 정원사

“문화외교나 현지 차세대를 대상으로 한 한글 교육 등은 강한 국력과 오랜 문화적 바탕, 인재 등이 갖추어져야 실시 될 수 있습니다. 문화와 교육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눈앞의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씨 뿌리는 농부, 물 주는 정원사의 마음가짐으로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비엔나 그레고르-멘델 슈트랏세 25번지 주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문을 나서는 순간, 여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누스도퍼 우반 역으로 가는 동안 송영완 대사의 마지막 말이 여름 비와 함께 내 마음을 촉촉히 적셨다.

[재외동포신문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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