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은 태권도인의 손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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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은 태권도인의 손에 맡겨야 한다
  • 김광섭 뉴욕주 태권도협회장
  • 승인 2016.07.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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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섭 뉴욕주 태권도 협회장.
금년 여름 시즌에 미국 동부지역 태권도 단체들 사이에서는 놀라운 이변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미국에서는 태권도를 사랑하는 재미한국인 교포와 현지 미국인과 각국 태권도 단원들을 모아서 꿈에 그리던 태권도의 성지인 국기원 방문을 연례행사처럼 해왔습니다.

하지만 금년 여름에는 국기원 방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전 미국 대학대표팀 코치 김재호 회장의 미주 동부 전 태권도 챔피언모임 태우회 뉴저지 협회와 전 국가대표 세계 챔피언 곽동수, 김광섭 회장의 뉴욕주 태권도협회가 2016년도 한국 국기원 방문단 100 여 명의 선수단들의 국기원 방문을 전격 취소하고 만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는 전 세계의 태권도의 성지 국기원에 태권도인이 아닌 정치가가 국기원장에 임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태권수련생들은 한국의 K-POP이 좋아서, 혹은 한국 고유 전통무도인 태권도를 지극히 좋아하는 한류 팬들의 원조들입니다. 그들은 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 방문을 꿈으로 여기면서 현지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10 여년 이상 땀과 눈물로 수련을 거쳐 국기원의 1단증을 받으려는 꿈을 가진 단원들입니다.

피파(FIFA)나 올림픽(Olympic) 같은 국제스포츠 무대에서는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각종 이권과 권력들이 개입되어 신성한 스포츠를 더럽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제명시키고 있습니다. 태권도가 올림픽 경기 정식종목에 든 이후에 전 세계 태권도 위상은 더욱 커졌고, 이제 태권도는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의 스포츠 무도로서 국기원과 함께 우뚝 서 있습니다.

더구나 평생을 태권도로 뼈가 굵은 훌륭한 태권도 지도자와 우리들이 존경하고 우상으로 삼는 많은 태권도인들 제쳐두고 왜 대한민국 국가 무도의 상징인 국기원에 태권도인도 아닌 정치가를, 그것도 태권도인들의 의사도 무시하고, 태권도 대표기관의 수장으로 세워놓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먼 해외에서 단원들을 이끌고 국기원에 가서 태권도인들에게 그들이 존경하고 우러러볼 수 있는 태권도인 국기원장을 그들에게 소개하고, 그 분의 명예로운 사인이 새겨진 1단 자격증을 그들의 손에 쥐어 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단원들에게 국기원 원장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지, 그 분을 정치가로서 소개하고 싶지 않습니다.

태권도의 성지가 정치 논리로 오염되고 있는데도 그 사태를 가볍게 여기고 방관하면서 쉬쉬하는 고국의 일부 태권도인들과 대한민국 정부와 체육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기원은 전 세계 태권도를 사랑하는 무도인들로부터 규탄받고 반감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 지역 태권도인들이 여름 국기원 고국방문단을 취소한 것도 그런 잘못된 처사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 것입니다.

소림사에는 소림권법의 우상이 지도자로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대한민국 태권도의 국기원장은 세계 태권도의 위상을 갖춘 태권도인이 지도자로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국기원을 정치적 이해관계와 권력 게임의 자리로 여기고 그대로 두면 전 세계의 태권도 지도자들의 반감을 살 것은 물론 나아가서 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앞으로 국기원에서 발급하는 단증을 거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사태가 오면 각국 태권도가 국기원 역할을 대신하는 새로운 국기원을 세워 독립하거나 한국에서도 새로운 국기원을 설립하게되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우리는 그런 사태를 원하지 않습니다. 국기원은 정치가가 한 자리 차지하는 몫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태권도인의 한사람으로서, 태권도를 사랑하는 태권도인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태권도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김광섭 뉴욕주 태권도 협회장은 동성고등학교, 경희대학교를 졸업했으며,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제대했다. 1990년도에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며, 현재 맨하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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