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세계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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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가 세계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 김지태 기자
  • 승인 2016.07.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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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조명진 박사 인터뷰
"브렉스트를 택한 영국은 더 이상 EU를 통해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점에서 브렉시트의 파장은 기존 국제안보 균형에도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결론적으로 브렉시트는 신 양극 체제에서 EU뿐만 아니라 나토를 포함한 서방 진영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 강의 중인 조명진 박사
 
브렉시트의 파장이 크다. 경제적인 부분과 안보적인 부분의 영향은 무엇인가?
 
브렉시트가 가져온 직격탄은 무엇보다도 당장 세계 증시에서 3,500조원라는 천문학적 액수가 증발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일년 국가 예산의 10배에 해당되는 이와 같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브렉시트는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제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를 지지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캐머런 총리의 발언 가운데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먼저 그는 국민투표 한 달 전 “영국이 유럽에 등을 돌렸을 때 마다 후회해 왔다(Every time Britain turned its back on Europe, it had come to regret it)”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찬성에 대한 투표 결과에 대해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리더십은 당혹함으로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더군다나 재투표를 청원한 수가 400만이 넘어선 것을 보면 이 발언대로 영국은 후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캐머런 총리는 이렇게 강조했다.  “영국은 유럽연합 내에서 더 안정하고 더 강하다(The UK is safer and stronger in the EU).” 이 같은 발언은 안보 문제와 직결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 전 외무장관 사이먼 프레이져 경은 “브렉시트는 세계에서 영국의 역할을 감소시킬 것이다(Brexit would diminish Britain’s role in the world.)”라고 경고한 바 있다. 비록 영국이 UN안전보장이사회 5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로서 거부권을 갖고 있지만, 이는 EU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과는 다른 차원인 것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국방 문제는 EU에 의존하지 않아도 나토가 책임져준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는 유럽의 안보와 국방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단편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유럽의 안보와 국방 문제는 3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인 개별 국가 단계, 둘째 나토라는 집단안보체제 단계, 셋째 유럽연합 차원의 공동 안보 및 방위정책 단계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3단계가 서로 중복되기도 하고 교차되어 상호의존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점이다.
 
 
유럽 연합(EU)의 독자적 공동안보 방위 정책(CSDP)이 나오기까지의 역사적인 배경은 어떠한가?
 
지난 25년간 유럽 연합은 공동 외교 및 안보 정책(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을 공들여 진전시켜왔다. 서류상의 공동 외교 안보 정책이 아닌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와 같은 실질적인 집행도 이루어져왔다.
 
유럽에서 공동 방위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48년 영국, 프랑스, 베네룩스 3국이 브뤼셀 조약에 서명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조약에는 상호 방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1990년대 말까지 이어져 온 서유럽 동맹 (Western European Union)의 근간이 되었다.
 
서유럽동맹(WEU)은 나토와 더불어 유럽에서 안보 국방에 관한 자문과 대화 통로 역할을 했었다. 1999년 암스테르담 조약을 통해 유럽연합이 외교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취지로 공동 외교 및 안보 정책(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 대표부가 설립됐다. 
 
또한 1999년 베를린 플러스 협정 (Berlin Plus agreement)을 통해서 유럽연합(EU)이 나토의 군사 장비와 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 조약에 의해 EU의 공동 안보 및 국방 정책(Common Security and Defence Policy)이 구성됐고, 이를 관장할 부서로 유럽대외관계청(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이 2011년에 설립됐다. 
 
이처럼 유럽연합의 안보와 국방 정책은 서유럽동맹(WEU)에서 공동안보국방정책(CSDP)까지, 비록 유럽연합 조직 내에 국방부를 두고 있지는 않으나, 상당한 진전을 보여 온 것 주지의 사실이다. 
 
 
유럽연합에서 동원할 수 있는 독자적인 병력이 있는가?
 
CSDP의 실질적인 전투 동원 병력으로서 EU 배틀 그룹(EU Battlegroups)의 구성은 유럽연합의 국방력에 있어서 괄목할 만 한 성과이다.  EU 배틀 그룹은 대대 규모로 구성된 2개 이상의 유럽연합 회원국 의 실전 투입 기동부대로서 작전 승인 5일 안에 배치가 가능하고 120일간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07년에 첫 배틀 그룹이 만들어지고 현재 9개 배틀 그룹이 있다. 아직 실전 배치된 적은 없지만 9번째 배틀 그룹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브렉시트는 EU 배틀 그룹에서의 영국의 이탈로 인해 이미 짜여있는 작전 수행 개념을 새로이 수립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다국적 방산업체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가?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포함되는 영국의 다국적 3개 방산 업체인 비에이 시스템즈(BAE Systems), GKN, 롤스로이스(Rolls Royce), 콥함(Cobham)이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 방산 업체와의 협력을 공고히 해왔다.
 
영국은 6개국이 참여하는 유럽의 다국적 무기 획득 기구인 합동무기획득협력기구 (Joint Armaments Cooperation Organisation: OCCAR) 정회원국이다. OCCAR에는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OCCAR에서 진행하는 공동획득 사업 11가지 가운데 가장 큰 프로그램인 M 400 전술 전략 수송기 같은 공동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도 지장을 준다. 총 170대를 생산할 목표를 갖고 있는 M 400 프로그램에서 영국은 22대를 주문한 상태이다. 
 
영국 방산 업체들이 압도적으로 영국의 EU 잔류를 희망했던 이유는 브렉시트가 하이-테크 분야인 방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GKN의 CEO 니겔 스타인은 “영국의 방위 산업은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기에 영국의 EU회원권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에어버스 영국 지사장인 폴 칸은 영국이 EU에서 탈퇴 하면 A350 여객기의 날개를 제작하는 영국의 브루튼과 북 웨일즈에 있는 이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측면에서 브렉스트는 56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보이고 있는 영국의 항공 방산에 타격이 될 것이다. 
 
 
현재의 세계안보질서를 ‘신 양극 체제(New Bipolar System)’ 라는 용어로 설명한 바 있다.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제 안보 상황은 '신 양극 체제(New Bipolar System)'로 설명이 된다. 나는 2009년 미래전략연구원 ‘21세기 나토의 위상과 역할’ 제목의 기고문에서 ‘신 양극 체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2010년 출간된 <우리만 모르는 5년후 한국 경제>에서 구체적으로 다뤘다.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소멸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의 존재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소련과 바르샤바동맹국에 의한 군사적 위협은 없어졌지만 유럽주둔 미군은 감축된 상태로 그대로 잔류하고 있다.
 
동시에 나토는 작전 반경을 유럽 밖으로 뻗치면서 친 서방 또는 친미의 범세계적 집단안보체제인 '파토(PATO: Pro-American Treaty Organization)'로의 확대일로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유럽 밖의 친미 국가인 일본, 호주, 한국을 나토와 협력관계를 통해 범세계적 집단안보체제로의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금융 위기 후에 중국은 최대 외환 보유국으로 등장한 반면 러시아 증시 폭락을 경험하게 된다. 즉, 서구세계에 큰 목소리를 높일 기회를 잡은 중국과 서구 자본력에 러시아 경제의 무기력함을 인정한 러시아 실세들의 심기일전이 상해협력기구(SCO)내에서 더욱 결속을 강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SCO를 둘러싼 현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상해협력기구(SCO)는 소련의 붕괴 후인 1996년 창설됐다.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키르기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이 정회원국이다.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려는 중국, 옛 소련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러시아, 그리고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체제 유지가 절실한 중앙아시아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강력한 구심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정복 실패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구 소련 공화국인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접경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환영할 이유가 없다.
 
러시아는 SCO를 통해 나토에 대한 견제를 시작한 상황이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은 중국입장에서는 미국의 포위정책(Encirclement Policy)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고, 러시아입장에서는 남진 차단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SCO에서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협력적 전략 관계를 다지고 있다. 
 
즉, ‘신 양극 체제’란 나토와 친 나토 진영 ‘파토’를 한 축으로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해협력기구(SCO)와 친 SCO 진영을 다른 축으로 한 대립 양상을 표현한 것이다. 신 양극 체제는 20세기 냉전 시절 자유 민주 진영과 공산 진영이 대립했던 양극 체제가 이념을 버리고 세계화(globalisation)라는 이름 하에 경제 우선 논리에 몰입된 21세기 형 국제 안보 구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면 브렉시트는 서방 세계 국제 안보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는 유럽연합(EU)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브렉시트를 택한 영국은 더 이상 EU를 통해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점에서 브렉시트의 파장은 기존 국제안보 균형에도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결론적으로 브렉시트는 신 양극 체제에서 EU뿐만 아니라 나토를 포함한 서방 진영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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