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군복이 자랑스러웠다”
상태바
“대한민국의 군복이 자랑스러웠다”
  • 신지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6.30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임 앞둔 캐나다 국방무관 최장민 대령
▲ 캐나다 국방무관 최장민 대령 (사진 신지연 재외기자)

캐나다 오타와의 '2016년 6·25 전쟁 추모행사와 리셉션'을 마치고 국방무관 최장민 대령을 만났다. 다양한 종류의 찻잔과 한국을 상징하는 한복 및 탈 액자로 장식된 응접실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마치 한국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했다. 아울러 무관다운 예사롭지 않은 큼직한 칼 또한 인상적이었다. 대외적으로 크고 작은 행사는 몰론 홈 파티를 통해 그동안 한국을 얼마나 열심히 적극적으로 알려왔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국전 전몰용사비에서 6·25전쟁 추모행사가 성황리에 거행됐다. 이날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 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평균 나이가 80대 중반을 넘어가며 매년 인원이 줄고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중점을 둔 활동은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를 다져나가는 것과, 지난 60여 년 동안 가장 강력한 한국 지지세력 이었던 참전용사들의 정신과 가치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 6·25 행사 리셉션에서 캐나다 육군합창단(Army Choir)을 초청해 6·25 당시 군가와 아리랑을 부르게 한 것도, 어린이들이 참전용사들에게 손편지를 쓰게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다.

이번 6·25 추모행사가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대사관이 행사를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예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애국가를 행사 시작과 함께 먼저 연주하고, 한국계 군목이 한국어로 기도를 했다. 또한 국방무관의 한국어 참여 비중도 늘어났다.


추모행사 후 이어진 리셉션에서 토론토 재향군인회 및 월남참전고엽제회, 토론토 한인회가 수여하는 ‘공로패’를 받았다. 소감은?

토론토에 계신 분들이 먼 길을 찾아오셔서 공로패를 주시리라고는 생각지 못 했다. 과분한 영광이다. 감사함과 더불어 국민과 동포들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도 느꼈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가의 대표로서 언제 어디서나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는 8월 귀임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에서 새로운 일을 많이 이루어 냈는데 그동안 진행한 일을 소개한다면?

캐나다 국회 잔디광장 광복절 행사, 임진강 아이스하키경기 재연행사, 한국전/한반도 통일 심포지움, 해군순항전단 몬트리올 방문, 가평전투 기념행사 등은 무관부 주도로 처음 시작하거나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일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에 우리 고위급 대표가 처음으로 참석토록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모두 연례적으로 지속되고 확대될 수 있는 일들이다.

특히 임진강 아이스하키경기 재연행사는 캐나다 육군본부와 공동으로 주관하고, 육군참모총장이 정례적으로 참석하는 인기 있는 스포츠 행사가 되었다. 캐나다 육군, 보훈부 SNS에 게시되며 순식간에 수만 건의 검색이 이루어졌다. CBC National은 특집으로 취재해 캐나다 전역에 방송했다. 오타와 프로 아이스하키팀 세네이터스는 후원자로 나서 행사를 캐나다 전역과 미국에까지 소개했다.

대부분 군사외교, 보훈외교, 공공외교 차원에서 다양한 성과와 의미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캐나다 군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호의적인 입장이 늘어났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더욱 영예롭게 하는 기회가 늘었고 캐나다 대중에게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증가했다고 확신한다. 국방총장 반스 대장은 공식 석상에서 임진강 하키경기를 직접 언급했다. 보훈부 장관과 차관은 우리 대사관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참전용사 관련 행사에 사의를 표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을 진행하며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은?

대규모 프로젝트들도 다수 추진했었지만 잊혔던 참전용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세상에 드러나게 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2차 대전 중 전쟁 포로로서 일본군 위안소에서 노역한 존 플랭컨(John Fraken)씨를 SBS 광복절 특집 프로그램에 연결한 일, 50여 년 전 의상봉 공군 레이더 기지에서 복무하며 한국군 장교들을 지도한 캐나다 노인에게 의상봉 부대 방문을 주선한 일, 임종 직전의 참전용사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한 일 등 감동의 순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국 국군의 날 기념 포스터를 제작해서 신문에 광고하고, 캐나다 국방부, 육군·공군본부 현관과 복지단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것도 즐거운 기억이다. 캐나다 군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고 공군 참모총장이 한국 국군의 날을 축하한다고 인사말을 건넬 정도로 효과도 좋았다. 참신한 작은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일을 진행하며 아쉬웠던 것은?

참전용사들이 고령으로 접어들며 한국전참전용사회 활동이 크게 감소됐기 때문에 지난 60여 년 간 유지해온 한국과의 든든한 연결고리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였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참전용사 계승 프로젝트(Korean War Veterans Legacy Project)’를 구상하고 추진했다. 

참전용사회의 활동을 이어가며 관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먼저 6·25 관련 행사에 캐나다 한국전 참전부대의 참여를 확대하고, 한국 부대와 자매결연을 추진했다. 한국전에 참전한 캐나다 공군 426대대가 소속된 8비행단과 한국의 수송비행단과 자매결연을 맺어 정기 교류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캐나다 젊은 세대에게 한국전과 한반도 이슈에 대한 연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참전용사 후손모임을 결성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또한 캐나다의 대중들이 한국전과 참전용사들에 대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임진강 하키경기 재연행사 등 대중성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참전용사회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한국전 재단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전쟁과 전투 기념행사를 보훈부가 아닌 개별 재단에서 주도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에 제안돼 현재 연아마틴 상원의원실에서 조직 구성, 재단 법인등록(Korean War Veterans Foundation) 등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참전용사 계승 프로젝트는 상당부분 이루어 진 것들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들이 많고, 무관부의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인해 끝까지 추진하지 못 한 부분도 있다. 새로 시작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완전히 안정화시키지 못 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후임 무관에게 잘 인계하여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상적인 군인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한국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수 천 명의 캐나다 고위급 군인과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만났다. 좋은 캐나다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를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감정적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면 자원봉사로도 뛸 생각이다. 

주한 캐나다 국방무관으로 새로 부임하는 제이미 코터 대령 부부와 오타와에서 좋은 우정을 쌓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이들과 힘을 합하여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특히 정전 65주년이 되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임진강 하키경기 재연행사를 한국에서 캐나다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한-캐 국민 간 유대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하는 이벤트로 키울 생각이다. 지난 2년 오타와에서 주관했던 경험이 잘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 최장민 대령과 그의 아내 손은형 씨.

캐나다를 떠나며 그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분들에게 인사를 한다면?

3년간 매우 바쁘게 지냈지만 일이 휴가보다 즐겁고 보람 있었다. 수많은 행사에 참가하며 지난 30여 년 동안의 군 생활에서보다 오타와에서의 3년 동안에 정복과 예복을 더 많이 입었다. 대한민국과 한국군을 대표하는 일이었다. 대한민국 군복이 자랑스러웠고, 군인인 것이 명예로웠다. 

동포사회의 지지와 성원은 우리 부부가 일할 수 있었던 가장 든든한 기반이었다. 오타와, 토론토, 몬트리올 이외에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한인 동포사회는 한국전 참전용사회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들의 표정과 말 한마디에서 신뢰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동포사회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큰 빚을 졌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또한 대사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 특히 숱한 실무를 잘 감당해 준 무관부 황상현, 허소은 씨에게 감사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외동포신문 신지연 재외기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