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이기를...
상태바
마지막 수업이기를...
  • 정채환
  • 승인 2004.06.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란 단편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그의 또 다른 단편 〈별〉과 함께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아멜 선생이 마지막으로 칠판에 "안녕 나의 프랑스... 나의 조국이여"라고 쓸 때엔 모두 숙연해지고 만다.
프랑스가 독일에게 패망하여 프랑스어를 쓰지 못하게 되는 환경과 한국이 일제 강점 하에서 억지로 창씨개명을 해야했고 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배경이 비슷해서 더욱 실감이 났는지 모른다. 특히 "설사 민족이 노예가 된다고 해도 제 나라 말을 지키고 있는 한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은 청소년시절 가슴을 뜨겁게 하는 명문장으로 남아 있었다.

◎ 노 대통령의 연세대 특강
지난 5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연세대에서 특강을 했다. 현재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세대학 총장을 지냈던 분이라 서로 서로 배려해서 그런 특강이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강의 대상이 젊은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상당하리라 여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젊은 층에겐 인기가 있어 '노사모'로 불리는 자생집단도 형성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무척 걱정스럽다. 우선 노 대통령은 자신이 진보적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면서 보수에 대한 정의를 아주 희한하게 내렸다.
그는 "보수는 힘이 센 사람이 좀 마음대로 하자.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거의 모든 보상을 갖자. 적자생존을 철저히 적용하자. 약육강식이 우주섭리 아니냐. 그렇게 말하는 쪽에 가깝다. 진보는 더불어 살자. 인간은 어차피 사회를 이루어 살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나.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설명했다. 그곳이 진보정당 출정식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엉터리 정의를 하며 핏대를 올렸는지 모르지만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사무총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노회찬 총장은 "노 대통령의 보수-진보관은 개인철학이나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부를 안한 탓이다. 학자들이 들으면 웃는다.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두 달 동안 공부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하며 무식을 탓했다.

◎ 보수를 적으로 돌리면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 있다. 학교의 선생이나 대학교수, 교회의 목사 등이 이런 직업에 속한다. 이들에게 말하는 시간을 뺐게되면 정말 입이 근질거린다고 한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정년퇴직을 하게되면 처음 얼마동안은 시원하다가 나중에 말을 못해 병(病)이 든다고 했다. 노 대통령도 변호사가 직업이었고 정치도 했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는 업종에 종사한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 쉽게 말할 기회가 없어 이런 증세에 빠졌는지 하여간 원고에도 없는 말을 자주 하면서 삼천포로 빠지고 꼭 말썽이 일고 있다. 그리고 그런 말썽을 언론이 잘못보도하고 있다며 남의 탓이라고 돌려댄다.
노자는 도경(道經)에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이라고 했다. 사람의 말도 많을수록 자주 막히는 바이니 그 말을 가슴속에 담아둠만 못하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사실 말이 많이 필요 없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 알게 되어 있다.
'가장 좋은 지도자는 아랫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알게 하는 사람이고 그 다음이 좋아서 칭송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여간 이번 연대 특강이 그야말로 마지막 수업이길 바란다.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 혼동을 주지 말고 정치개념을 멋대로 해석하는 일이 없어야 나라가 조용할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