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 능력과 사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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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 능력과 사전 사용
  •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정영국 교수
  • 승인 2016.05.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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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국 교수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전 세계적으로 외국어, 특히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 기회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표현 활동을 위한 영어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그 결과 어떻게 하면 영어 표현 능력을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과제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한때는 영어의 이해 기능, 즉 읽기와 듣기 능력이 어느 정도 생기면 쓰기나 말하기 같은 표현 활동을 위한 언어 능력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많은 경험과 연구를 통해 이해 기능이 반드시 표현 기능을 수반하는 것이 아님이 드러났다. 표현 능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표현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표현 활동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학습할 때 많은 경우 개별 단어를 하나씩 익히게 되는데 각 단어의 발음과 뜻을 안다고 해서 실제 의사소통 때 이들을 제대로 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는 이미 알고 있는 개별 단어들을 임의로 하나씩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법과 사용 맥락에 맞게 적절히 조합해서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라면 ‘오랜 친구’와 같은 표현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이런 표현을 하나의 굳어진 표현으로 익히지 않은 채, ‘오랜’을 배우고, 이것을 ‘친구’와 결합해서 이러한 표현을 스스로 만들 수 있으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만약 영어 원어민 화자가 영어의 ‘old friend’라는 표현을 생각하고서는 ‘늙은 친구’라고 한다면 우스꽝스런 표현이 될 것이다. 즉 효과적인 표현활동을 위해서는 개별 단어 단위가 아닌 구 단위의 표현을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랜 친구’처럼 개별 단어들이 서로 짝을 이루어 자주 사용되는 표현을 연어(collocation)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에 발행된 <한국어교육을 위한 한국어 연어사전>에서 ‘친구’ 항목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표현들이 제시돼 있다.

친구

새 ~, 옛 ~, 오랜 ~ / 가까운 ~, 그리운 ~, 다정한 ~, 영원한 ~, 좋은 ~, 친한 ~ (친구를) 두다[만나다, 사귀다] / (친구로) 삼다 [지내다]

요즘에는 대용량의 언어 자료인 말뭉치를 컴퓨터로 분석하여 특정 언어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이런 연어 표현들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영어에서 ‘collocation’이라는 용어가 문헌상 처음 사용된 것은 17세기 초반이다. <옥스퍼드 영영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 인용된 용례에 따르면 프랜시스 베이컨이 1605년에 <학문의 진보>라는 저술에서 사용한 것이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초에 발행된 어느 영한사전을 보면 용례로 ‘연어’ 표현들을 상당수 사용했다는 언급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collocation’이나 ‘연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 영어교육에서 의미 있게 사용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며, 아직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영어 학습자를 위한 영어 연어사전은 1986년에 발행된 BBI Combinatory Dictionary of English를 필두로 하여 옥스퍼드 대학출판부(2002), 맥밀란 출판사(2010), 롱맨 출판사(2013) 등에서 출판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 연어사전>에서 표제어 friend를 찾아 이를 수식하는 형용사 부분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제시돼 있다.


friend

best, bosom, close, dear, fast / intimate / faithful, loyal, real, true, trusted / lifelong, long-standing, long-time, old

영어 표현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개별 단어 단위의 공부보다는 이런 연어사전에 제시된 표현들을 찾아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영국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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