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글학교교사 대상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온라인실습 현실화 방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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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한글학교교사 대상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온라인실습 현실화 방안 시급
  • 김지태 기자
  • 승인 2016.03.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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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국제언어교육원장 육효창 교수
“외국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들은 그동안 온라인 강의 및 실습을 통해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어요. 실습까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어 교육을 위해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이 없었죠. 그런데 지난해 말 국립국어원 방침에 따라 온라인 실습은 허용이 안 되게 됐어요. 그 적용이 2018년부터이지만, 저희는 물론 재외동포재단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2008년부터 재외한글학교 교사들을 위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운영해 온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이하 서울문예대) 국제언어교육원장 육효창 교수의 말이다. 한글학교 및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에 대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쟁점사안과 개념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2005년 국어기본법이 만들어진 후 문체부에서 한국어교원자격증 제도를 만들었다. 학과나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아도 120시간의 단기 양성과정을 마치면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해외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 국내의 다양한 한국어교육 종사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자격증을 받고 싶어 했다. 
 
육효창 교수는 사이버대학이면서 오프라인 실습에 강한 서울문예대의 특성을 살려 2008년 재외한글학교교사들을 위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온라인으로 교육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최초로 실습까지 온라인 교육을 하기 전에는 양성과정 120시간이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해외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들도 한 두달 한국에 들어와서 공부를 해야 했는데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서 획기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전 세계 각국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들을 위한 한국어교원양성 교육을 하는 재외동포재단에서는 온라인 교육에 관심을 보였고 이듬해 2009년 재단과 서울문예대는 MOU를 체결했다. 
 
“업무협약을 맺고 유럽으로 날아가 한글학교 교사들에게 설명회를 했는데 굉장한 호평을 받았어요. 그 후 매년 200~300명의 한글학교 교사들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 학교가 실습에 관한 한 선진적 기술과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온라인 실습도 가능했고, 2009년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온라인 실습을 인정받았어요.”
 
4년이 흐른 후 2013년 서울대 평생교육원이 온라인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재외동포재단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글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위탁교육을 서울문예대와 서울대 평생교육원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즈음부터 한글학교 교사 뿐만아니라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어교원 양성을 하는 학점은행제 등에서도 온라인 강의 및 실습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온라인 실습을 둘러싼 문제도 이 즈음부터 비롯됐다고 육 교수는 지적한다. 
 
“전 온라인 실습 강의를 처음 만들었지만 온라인 만능주의자가 아닙니다. 온라인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고 오프라인 실습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실습을 온라인으로 할 이유가 없죠. 제가 온라인 실습을 고안한 것은 ‘해외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들을 위한 차선책’으로서였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국내에 있는 교육생들에게도 온라인 실습이 남발되기 시작한 거에요.”
 
육 교수가 고안한 온라인 실습교육은 학교에 있는 시설을 이용해 심도깊게 연구한 결과물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실습보다 더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한다. 
 
“교육 대상자에게 동영상을 몇 번씩 찍어 보내게 하고 그에 일일이 피드백을 하는, 한 마디로 진을 뺄 정도로 어려운 과정입니다. 시간이 들더라도 교육생 20여명 당 교수 한 명을 배정해서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보조를 맞췄어요. 그런데 온라인이 만능화 되면서 교육생 수백, 수천명에 교수 한 명이 배정되는 온라인 실습이 무분별하게 진행된 것이죠.”
 
육 교수는 2014년 11월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 학술대회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고 한다. “오프라인 실습시설이 없는 곳일지라도 학점은행 인가를 받으면 온라인 실습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점을 지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 결과 실습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부적격 자격증 소지자가 대거 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초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사건이 보도되자 학점은행제로 쉽게 자격증을 따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9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학점은행제를 부실하게 운용하는 기관에 벌점제를 도입하는 등 행정처분을 강화했다. 
 
온라인 교육기관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국립국어원은 2015년 12월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국어교원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실습과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운영지침은 실습의 내실화를 위해 수강생과 담당교수가 실제 한국어교육현장을 참관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온라인 실습 관리, 감독을 느슨하게 하다가 뒤늦게 대책을 내 놓은 것인데, 결론은 ‘온라인 실습이란 없다’는 입장인 것이었죠. 무분별하고 무성의한 온라인 실습을 단속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단 여건상 해외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들만은 특수성을 인정해 차선책을 마련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온라인 실습이 허용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육 교수가 제안하는 방안은 한글학교를 실습기관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오프라인 실습만 허용하는 현행 체제에서는 해외에서도 실습시설이 있는 기관에 가서 실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종학당 같은 곳이지요. 그런데 미국이나 호주 등 큰 나라에는 세종학당과 각 지역 한글학교가 거리상 매우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당한 불편이 뒤따를 수 밖에 없지요.”
 
한글학교를 실습기관으로 인정해 주면 실습에 관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인데 국립국어원의 판단은 유보적이다. 전 세계 각 지역에 있는 한글학교가 규모나 시설 면에서 천차만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도 규모나 시설이 되는 한글학교들 위주로 실습기관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해결책은 나오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육 교수는 한글학교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한글학교를 ‘한국어교육경력기관’으로 인정받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어교원 자격증 3급을 딴 후 5년 이상 경력을 쌓으면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학교가 한국어교육경력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한글학교 교사들은 5년 이상 근무해도 그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요. 한글학교가 경력기관으로 인정받으면 실습기관 인정도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되리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전체 한글학교를 일괄로 인정할 수 없겠지요. 자격과 시설 등을 갖춘 내실있는 한글학교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육 교수는 EBS TV <한국어 쉬워요>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국내 이주민과 외국인,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을 위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재미있고 쉽게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 과연 어떻게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해 왔습니다. 지난 해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에서 주최한 학술대회도 고민의 연장선상으로 주제가 ‘한국사회의 다문화 다문화사회의 한국문화’ 였습니다.”
 
▲ 육효창 교수가 진행을 맡고 있는 EBS TV <한국어 쉬워요> 프로그램 (사진 EBS)
 
서울문예대 한국언어문화학과는 한국어 교원 과정 외에 다문화사회 전문가 과정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법무부로부터 다문화전문가 교육기관 위탁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어 교육과 다문화전문가 교육이 따로가 아닌, 함께 가야 한다”는 육 교수의 신념과 노력이 EBS의 기획의도와 맞아 떨어진 작품이 <한국어 쉬워요> 프로그램이다. 
 
“저희 학과인 한국언어문화학과와도 컨셉이 맞고 해서 방송 전인 지난 1월부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어 초급과정을 막 마치고 중급에 진입하려는 외국인 및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촬영 일정이 고되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와 다문화사회의 조화에 일조를 한다는 생각에 즐겁게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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