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한국돈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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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한국돈 넘쳐난다
  • 매일경제
  • 승인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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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중심, 로스앤젤레스(LA)에 한국에서 몰려든 돈이 넘쳐나고 있다.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이 돈은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식당 세탁소 비디오가게 등을 닥치는 대로 구입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

권리금조의 프리미엄만 해도 조그만 점포 하나가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

또 최근에는 현지 동포들과 연결해 투자그룹 형태의 법인을 결성, 골프장 호텔 쇼핑몰 오피스빌딩 등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물건을 속속 매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지 동포들은 한국 돈 유입이 교포사회의 경제력을 신장시킨다는 점에서 긍정 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묻지마 투자` 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권리금 월 매출액의 최고 12배=LA지역에서 베스트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성 수 사장은 "한국 신문을 보면 젊은이들이 미군 보고 나가라고 한다는데 왜 그 렇게 많은 한국 사람이 미국에 몰려오려 하는지 모르겠다" 며 "미국 경기가 살 아나고 있는 것도 원인이지만 몰려오는 한국 돈이 이 지역 주택ㆍ건물 가격을 크게 올려놓고 있다" 고 진단했다.

현재 LA 다운타운의 한국인 대상 점포는 한마디로 웃돈을 주고도 사기가 어려 운 실정.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예를 들어 월 매출 5만달러짜리 세탁소는 1~2년 전까지만 해도 월 매출액의 4~ 5배인 20만~25만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하 8배인 40만 달러의 권리금을 줘야 가게를 인수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비디오가게는 월 매출액 대비 10~12배의 프리미엄이 붙는 실정이다.

권리금이 이처럼 높은데도 한국 가게를 고집하는 것은 그나마 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비디오가게를 구입해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는 "미국에 와서 보니 어설 프게 사업했다가는 망하기 십상" 이라며 "투자에 비해 버는 돈은 적지만 그나 마 생활을 할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고 밝혔다.

◆ LA 다운타운 현금 거래 활개=LA 한인타운의 경우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금박치기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 등으로 거액을 모은 사람들이 최근 미국 서부지역의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수백만 달러 이상의 물건을 현금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 이다.

김성수 사장은 "미국에서는 은행이 감정을 맡아 부족분을 빌려주면서 특정지역 거래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관례인데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면서 가격만 크게 올리고 있다" 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큰 손해를 입게 될 것" 이라고 염려 했다.

그는 자신도 얼마 전에 260만달러짜리 건물을 중개하면서 구입자가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전한다.

현재 코리아타운의 60%는 한국인 소유로 추정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임대료도 올라 세입자들은 실제 수입은 적으면서 고생만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 LA 인근 주택가격도 30~40% 뛰어=한국인들이 몰려오다 보니 한인들에게 인 기가 있는 LA 인근 주거지역의 주택가격도 가파르게 뛰어오르고 있다.

불과 1~ 2년 사이에 30~40% 정도 올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봉제업을 하는 문 모씨는 최근 자신의 집을 120만달러에 팔고 인근에 200만달 러짜리 집을 사서 이사했다.

그는 "집을 팔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사려는 집값 이 너무 올라 망설였다" 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는 80만달러에 구입한 주택을 1년 만에 130만달러에 팔아 크게 재 미를 본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오는 사람들은 일단 다운타운에서 거주하다 다소 형편이 나아지면 교외로 나가는 것이 관례였지만 요즘은 곧바로 교외에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학군이 좋아 한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토렌스, 플로센, 센프라노밸리 지역 은 넘쳐나는 한인으로 집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 얼굴 없는 기업형 자금도 출현=최근 한국에서 들어오는 돈에는 대형 투자 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형 자금도 상당수 있다.

뉴팜오프캘리포니아라는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는 박상원 사장은 "한국의 기업 형 자금과 교포사회의 인맥이 손을 잡으면서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이나 골프장 및 콘도 투자 등 수천만 달러를 웃도는 대형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다" 면서 " 한국 전주들은 철저하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관례" 라고 말한다.

최근 한인사회의 은행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규모 환치기 등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현지 한국계 은행을 통해 합법적인 자금으로 세탁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한국계 은행들의 실적과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교포사회는 "어찌됐든 한국에서 밀려오는 돈으로 인해 교포경제 규 모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 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계 은행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 동안 미국 은행에서 외면당했던 한국 업소들도 쉽게 대출을 받고 있다.

박 사장은 "한국 정부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염려하는 것은 이해하지 만 결국 미국에 흘러들어와 투자되는 돈이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의 국부가 아 니겠느냐" 고 반문했다.

<뉴욕 = 전병준 특파원>


2004년05월26일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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