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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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개혁
  • 정채환
  • 승인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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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고건 국무총리가 사표를 내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수리했다는 공식발표가 나왔다. 따라서 후임 총리가 지명되고 국회인준을 거칠 때까지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총리직을 대행한다. 물러난 고건 총리도 대통령 탄핵기간 동안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였는데 이 정권은 이제 겨우 1년을 갓 넘기면서 대통령직과 총리직 모두 대행체재를 경험하는 희귀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대행체제가 이렇게 연달아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개혁이라는 말의 포장으로 원칙 없는 짓들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편법과 불법이 우선 편하긴 하지만 그것은 개혁과는 반대로 가는 길이다.

◎ 위법을 예사로 여기니
우선 노 대통령은 법을 전공한 사람인데도 법질서 준수에 대한 의지가 너무 형편없다. 그가 5공 청문회 때 인기를 얻은 것도 증인들을 세워놓고 명패를 집어던지고 행패를 부렸기 때문이다. 당시 워낙 사회분위기가 암울하였기 때문에 이런 용기(?)가 세인들의 막힌 가슴을 휑하게 뚫어주면서 그가 스타 반열에 뛰어오른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아닌 법질서의 위반임은 틀림없는 사건이다. 그리고 데모 현장에 나가 "법보다 밥이 우선"이라고 소리 지른 것도 당사자인 노동자에겐 아주 속시원한 발언이나 법을 우습게 보는 그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또 대통령이 되고 나서 선관위가 위법이라고 분명히 지적하였는데도 우기고 말도 안 되는 재신임을 들고 나온 것도 그랬다. 모두 헌재에서 위헌, 위법이라고 발표하였으니 본인이 아니라고 우겨도 될 일이 아니다. 이렇게 평소에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계속 개혁한다고 떠들어대니 그 개혁이 도무지 어떻게 되겠는가? 원칙도 없이 그저 기분 내키는 데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덕을 그들은 개혁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개혁은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것만이 아니고 그야말로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 물러나는 총리에게 제청을 하라니
그런 변칙은 이번에도 여실히 나타났다. 고건 총리 후임으로 김혁규인지 뭔지를 지명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그리고 측근인 몇 명을 장관에 앉히려고 물러나려는 고건 총리에게 각료제청권 행사를 졸라댄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즉 준법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이름만 빌려달라고 떼를 쓴 것이다.
이것도 위헌 소지가 있는데 그 심부름하는 김우식 비서실장은 명색이 연세대학 총장하던 사람 아닌가? 그런 학자요 사학명문의 총장까지 하던 사람이 대통령에게 이건 안됩니다 하고 건의 한 번 못하고 말도 안 되는 심부름을 3번씩이나 했다. 고건 총리도 입장이 난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건 총리는 난색을 표명하다 이를 거절하고 사표를 제출하였는데 아마도 고 총리 일생에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고건 전 총리는 총리 2번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서울시장 2번, 장관 3번 등의 면모를 보듯 저항하는 스타일이 아닌 합리적 성품이다. 이런 그가 끝까지 각료제청을 거부한 것은 국회에서 명패 던지는 것보다 훨씬 더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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