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문턱 높아졌지만 여전히 교육과 취업 기회 많은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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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문턱 높아졌지만 여전히 교육과 취업 기회 많은 싱가포르
  • 김지태 기자
  • 승인 2016.01.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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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국립대 한인학생회 회장 김대연 씨

김대연 학생은 2007년에 처음 싱가포르에 와서 10년째 싱가포르에 체류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면서 한인학생회 회장을 함께 맡고 있다. 학생회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활발한 활동은 없지만 앞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 및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의 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외국인들에 대한 문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싱가포르는 기회가 많은 나라라고 김대연 학생은 말한다. 그로부터 싱가포르의 교육과 취업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싱가포르는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5만 달러가 넘는 아시아 최고 부국이자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한국에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은 청년층이 실제 체감하는 싱가포르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혼자 유학하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싱가포르가 얼마나 부국인지 체감으로 잘 느끼기 어려워요. 개인적 생각인데, GDP 수치상의 차이만큼 한국과의 생활수준 차이가 나지는 않는거 같습니다. 반면 집값이나 찻값 등 물가는 한국보다 높은 편인이에요. 그렇다고 임금이 한국과 비교해서 크게 높은 편도 아닙니다. 
 
싱가포르 국립대 졸업생들의 경우 평균 초봉은 어느 정도 되나요?
 매년 발표되는 싱가포르 국립대 졸업생들의 평균 초봉을 보면 S$3000~3500대로 원화로는 200만원 후반에서 300만원 초반 대입니다. 싱가포르가 수치상으로는 명실상부한 부국이지만 소득불평등에 대해서 종종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격차가 심한 편이에요. 부자는 엄청 부자이지만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도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 잘사는 나라임은 확실한 거 같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도 알려져 있는데 학생들의 취업 현황은 어떤가요?
 싱가포르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많이 알려진 것은 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상주해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덕분에 취업 기회도 많다고 할 수 있어요. 또 싱가포르 정부의 친기업정책 때문인지 많은 대학생들이 대기업 취업 말고도 벤처기업 취업이나 창업에 관심이 많은 거 같습니다. 
 
싱가포르는 이주민 비율이 30%를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계나 기업체에는 고학력의 이주민들이, 3D업종에는 인도와 동남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데 직접 느끼는 현황은 어떤지요?
 싱가포르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매년 높은 숫자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싱가포르에 취직하러 오는데 인도나 중국같은 주변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스카우트되어 오는 외국인들도 많아요.  
 
한국에서 오는 분들도 많이 있나요?
 요즘 특히 극심한 취업난 때문인지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취업을 위해 싱가포르에 오시는 거 같아요. 하지만 외국인들에 대한 싱가포르 취업의 문도 점차 좁아지는 추세입니다. 싱가포르 현지 청년들은 주변 동남아 노동자들 때문에 자신들의 임금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선진국에서 온 고학력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취업 기회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해 현지 청년들이 불만 혹은 불안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요?
 불만은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 크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얼마 전 있었던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지금까지 친이주민 정책을 펴온 집권당이 외국인들의 이주와 취업을 비교적 어렵게 했습니다. 단순한 일자리 뿐만 아니라 영주권 발행도 굉장히 까다로워졌고 외국인들과 자국민들의 차별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차별이라면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싱가포르의 수능인 A-level을 똑같이 치렀다 하더라도 외국인이면 싱가포르인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같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외국인 입학문도 좁아졌어요. 교수님께 들었는데 외국인 쿼타가 지난 해 13%에서 이번 해에는 11%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저희 유학생들도 예전보다 인턴이나 취직의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그로인해 유학생들이 위축되지는 않은가요?
 그래도 싱가포르 경제가 500만 싱가포르 국민들만이 지탱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사회 자체가 워낙 다문화사회이기때문에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외국인들에게 많이 오픈한 편이고 취직의 문도 열여 있다고 봅니다. 
 
▲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상징하는 고층건물들
 
한국에서는 싱가포르가 다문화정책으로 성공한 나라라고 홍보가 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다문화정책이 실효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싱가포르는 본질적으로 인구가 적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자국민만으로는 인재들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국에서 많은 이민자 인재들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고, 그 덕분에  싱가포르 경제가 발전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도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다문화정책이 그나마 큰 반발없이 정착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역시 다문화정책에서 비롯된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점들일까요?
 자신의 나라에서 살아온 이민자들이 싱가포르로 이민을 간다고 해서 한순간에 싱가포르 사회에 융화되지는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이민자들과 싱가포르인 사이에서 이해가 부족할 수 있고,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다문화정책 때문인지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싱가포르의 아이덴티티 또한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국민들의 애국심 또한 약한 편입니다. 한편으로는 많은 싱가포르 국민들이 중국과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온 이민자들을 괄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이는데 앞으로 싱가포르 다문화정책의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적 견해로는 앞으로는 이전만큼의 다문화정책은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주권이나 취업비자도 예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많은 싱가포르인들이 40% 가까운 외국인 비율에 반발하고 있고, 선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육이든 취업이든 앞으로 외국인에게 문턱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 사항을 어쭙겠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로 진로를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싱가포르 공립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대학교를 미국 쪽으로 갈 생각이었어요. A-level을 준비하면서 SAT1과 SAT2도 병행해 준비했었습니다. 운 좋게 좋은 미국대학교에 붙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 있는 기간 동안 주변사람들 얘기도 들어보고 생각도 많이 해본 결과 싱가포르 국립대로 진로를 정하게 됐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많은 분들이 실리적인 부분을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비싼 학비도 부담이지만, 미국에서는 대학교 나와도 외국인이면 취업이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졸업 후 3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정부에서 학비를 반 이상 보조해줘요.
 그래서 비교적 저렴한 학비에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이런 장점이 점차 한국에도 알려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한국 외국어고등학교에서 바로 싱가포르 국립대로 오는 케이스도 많이 늘었습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이라고 했는데 어떤 시스템이 그런 평가를 가능하게 할까요?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요?
 제 생각에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철저한 경쟁이에요. 보통 싱가포르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시험인 PSLE, 고등학교 입학시험인 O-LEVEL, 대학교 입학시험인 A-LEVEL 총 3개의 국가고시를 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런 시험에 의해서 철저하게 반과 학교가 나뉘어지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야 돼요. 결과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은’ 학생들만 대학을 가기 때문에 학생들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할 사람만 공부하라는 정책이군요. 두 번째 사례는 뭔가요?
 두 번째는, 국가의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에는 사립을 제외하고 종합대학이 총 3개뿐이었습니다. 적은 수의 대학교 때문에 정부가 대학들에게 지원을 집중해 줄 수 있는 거 같습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대학교가 6억7900만 달러인 비해, 싱가포르 국립대는 무려 16억 2900만 달러에 이릅니다. 학생 수는 싱가포르 국립대가 3만 7천명으로 2만6천명의 서울대보다 약간 많은 편인데 예산이 두 배가 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교해 보면 지원의 규모가 크네요. 세 번째 요인은 뭔가요?
싱가포르 국립대가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교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한국 대학교의 학생들보다 똑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가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싱가포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요인은, 많은 수의 외국인들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에 다니면서 깜짝 놀란 게 외국인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주변국에서 인재들이 많이 유학을 옵니다. 싱가포르 정부도 적극적으로 외국인 인재 유치에 힘쓰고 있고요.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교수님들도 좋은 조건으로 많이 오시는 거 같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공부하는 한국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취업과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물론 개별적으로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경향이 있다면요?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공부하는 한국학생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우와 싱가포르에 남고 싶어 하는 경우.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싱가포르에서 필수적으로 최소 3년은 근무해야 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든 제 3국으로 가든 일반적으로 싱가포르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마음은 같습니다. 
 
한인 학생회의 활동은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현지 학생 혹은 현지 사회와의 교류도 활발한 편인지요?
 한인 학생회는 생긴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아직 친목 위주 활동이 주이고 현지 사회와의 교류는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현지 학생과 현지 사회와의 교류를 늘릴 계획입니다.대학교 내에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현지인들의 모임이 있는데 그 단체와 교류를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 진학을 꿈꾸고 있는 한국의 학생들 혹은 학부모들에게 조언을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유학하면 미국을 많이 생각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싱가포르 국립대를 강력 추천합니다. 동양인으로서 결국에는 서양보다는 아시아에서 거주하며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면에서 서양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중화권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싱가포르는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싱가포르 국립대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SAT 보다는 IB 나 A-level 준비를 추천합니다. 외국에서 바로 싱가포르 국립대에 입학한 많은 경우를 봤지만 SAT 시험 점수로 입학한 경우는 소수인 거 같습니다. SAT 자체가 사실 크게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기 때문에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좀 더 인정해주는 IB를 준비하시는 게 SAT보다 유용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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