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동포를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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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동포를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 김지태 기자
  • 승인 2015.11.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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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리더> 저자 이민호 통일일보 서울지사장

‘벼랑 끝에서 일어선 재일교포 성공담’을 테마로 한 <자이니치 리더>에는 이희건 신한은행 회장, 서갑호 사카모토방적 사장, 한창우 마루한그룹 회장 등 자이니치 경제인에서부터 이영근 통일일보 창립자, 오기문 재일본대한부인회 창립자 등 자이니치 사회운동가, 김희수 중앙대학교 이사장, 조규훈 오사카 백두학원 창립자 등 자이니치 육영가 그리고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화가 이우환, 건축가 이타미 준 등 스포츠, 예술인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서 성공한 자이니치들을 포괄하고 있다. 

 
 저자 이민호 통일일보 서울지사장은 1996년 통일일보에 입사한 후 20여년 동안 재일동포사회와 일본사회의 현상을 취재하고 국내에서 돌아가는 소식들을 일본으로 발신하는 일을 해 왔다. 
 
 일본 땅에서 한민족의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을 꾸준하게 기사화해 온 이 지사장은 그 동안 재일동포들이 이루어 온 업적에 비해 평가를 못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1세대 이후 교포들이 일본사회에 동화되면서 언어의 어려움도 있고 자기 자랑을 자제하는 일본 정서의 영향도 있으리라고 이 지사장은 본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하게는 재일동포들을 곱지 않게 보는 한국사회의 시각도 크게 작용한다고 이 지사장은 말한다. 특히 비주류사회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일구어 온 인물들에 대해서는 평가가 더 야박하다고 이 지사장은 말한다. 
 
 “예를 들어 한록춘 후지관광호텔 사장은 오사카 중심부에 한국 영사관을 세운 인물입니다. 70년 당시 오사카에 영사관이 없을 때 당국에서는 오사카 외곽에 세우라고 했는데 이에 적극 반대한 인물이 한춘록 사장이에요. 한 사장은 자신이 주동이 되어 오사카의 중심지인 ‘미도스지에 태극기를’이란 슬로건을 걸고 교포들을 규합해 나갔어요”
 
 재일교포사회에서 한춘록 사장은 호텔 사장 이전에 ‘전설의 주먹, 한국계 야쿠자’로 먼저 알려졌다. 따라서 그를 보는 한국사회의 시각도 야쿠자 두목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그러나 그 후 오사카 한국영사관을 세운 일이나 사업을 하면서 벌인 활동들이 그 편견으로 인해 묻혀서는 안된다는 게 이 지사장의 입장이다. 
 
 “한 사장은 한국영사관 건립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여 수 많은 단체로부터 상찬을 받았습니다. 영사관 건립 건 하나만 봐도 이건 진정한 조국애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일을 협객정신에 의한 이벤트로 치부하면 안 되죠.”
 
 흔히 ‘파친코 황제’로 불리는 한창우 마루한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파친코 왕국을 건설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고 이 지사장은 말한다. 
 
 “한창우 회장은 1970년대 초반 교토에서 한국학원을 설립하면서 차세대를 위한 시설들을 마련했어요. 그때 사비로 5천만 엔을 썼다고 들었어요. 당시는 지금과 같은 마루한그룹이 아니라 클래식다방에서 차를 팔던 시절이었어요. 차 한 잔에 60엔 했다고 하는데 엄청난 거금을 투자한 것이지요.”
 
 <자이니치 리더>에서 이 지사장은 한창우 마루한그룹 회장을 ‘눈은 세계로, 가슴은 조국으로 봉사하는 파친코 황제’라고 부제를 달고 그의 인간적인 면을 인터뷰를 통해 부각시켰다. 이렇듯 개인의 흠결만을 강조하고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의 인생을 조명하면서 업적이나 공과를 널리 알리자는 것이 <자이니치 리더>의 입장이다. 
 
 이 지사장에 따르면 88올림픽 당시 재일교포들은 한국돈으로 542억원을 모금해 고국에 전달했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 교포들 전체 모금액이 6억원여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물론 돈으로 애국심을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재일교포들의 조국애는 남다른 면이 있다고 이 지사장은 말한다. 
 
 재일동포들의 이런 조국애는 역사도 깊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이 파견될 때도 재일동포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파견 자체가 불가능했다. 런던으로 향하던 한국 선수단은 요코하마 항에 들러서 재일동포들로부터 64만엔을 지원받았다. 정부수립도 되지 않아 아무 것도 없던 시절 돈과 배지, 기념품 비용까지 다 재일동포들의 도움을 받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재일동포들 642명이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자이니치 리더>에도 등장하는 오기문 재일본대한부인회 창립자는 길거리에서 모금운동을 펼쳤다. 모금에 그치지 않고 일본정부와 적십자사 등을 찾아가 페니실린 등 상비약을 구걸하다시피 구해서 한국으로 보냈다. 
 
 이 지사장은 재일동포와 관련한 이런 자료들을 샅샅이 찾아 정리했다. 대략 1948년부터 2008년까지 60여년 정도 되는 귀중한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했다. 이런 문헌정리 작업을 7~8년 정도 한 후, 직접 인물들을 인터뷰 하면서 원고를 집필했다. 인물들과 대면 인터뷰를 한 이유는 사료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 이야기를 쓰고자 함이었다. 
 
 십 수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자이니치 리더>는 ‘벼랑 끝에서 일어선 재일교포 성공담’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 이야기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그들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함께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갖자고 저자 이민호 지사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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