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좋지만 가끔 숲을 온전히 느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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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좋지만 가끔 숲을 온전히 느껴야 할 일이다
  • 김지태 기자
  • 승인 2015.11.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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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숲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의 유명 산들은 단풍놀이 온 사람들로 법석거린다. 그러나 아름다운 단풍 구경만 하고 숲을 떠난다면 매우 애석한 일이다. 숲은 그 아름다움 못지않게 위대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 온 날 경북 문경에 위치한 국립대야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아직 절정에 이르진 않았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잎들이 숲을 예쁘게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사람들 눈에는 아름다운 오색 향연이지만 나무들 입장에서는 분주하게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여름동안 양분을 받아들인 잎들이 기능을 다 하면 나무는 잎을 변색시키며 떨궈 버린다. 날이 더 추워지면 앙상한 가지들로만 겨울을 난다. 죽은 것 같지만 다음 해 봄 새순을 틔우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숲은 이런 자연의 위대한 순환을 태고적부터 이어오고 있다. 대야산에서 만난 숲해설가는 그래서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 고향이자 어머니의 품’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숲해설가를 하기 이전부터 조물주는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 왜 병이 들었을 때 치유방법은 쉽고 간편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혹시 간편한 치유방법이 있는데 인간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현대 의술에만 의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그 의구심이 그를 숲으로 이끌었다.

  그 스스로 숲과 함께 생활하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효과를 봤고, 많은 사람들이 숲과 친해지면서 질병을 치유하는 것을 보았기에 숲의 자연치유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누군가 숲을 가까이 하면 정말 건강해 지냐고 물을 때 간단하게 대답한다. “그렇다”고.

 물론 숲이 모든 것을 당장 고쳐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고적부터 오늘날까지 한번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환해 온 숲은 산업문명 이후 비정상적인 순환에 길들여 온 인간들에게 자연의 순환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더울 땐 춥게 지내고 추울 땐 덥게 지내며 잘못된 생활습관에 젖어 온 우리는 숲을 만나면서 수십 년간 숲의 삶을 통해 각인된 DNA를 일깨울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숲들은 단풍을 다 떨굴 것이다. 단풍이 없으면 어떠랴. 가지만 앙상한 나무만 있더라도 숲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고 우리에게 생명의 원천을 느끼게 해 준다. 다행이도 우리나라는 둘러보면 다 산이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훌쩍 숲을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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