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방총리의 잦은 교체와 한인사회의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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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방총리의 잦은 교체와 한인사회의 정치력
  • 이숙진 호주 톱미디어그룹 발행인
  • 승인 2015.11.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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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숙진 호주 톱미디어그룹 발행인
말콤 턴불 연방총리의 취임으로 호주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연방총리가 5차례 바뀌면서 4명의 연방총리가 탄생했습니다. 케빈 러드(노동당), 줄리아 길라드(노동당), 케빈 러드(노동당), 토니 애벗(자유당), 말콤 턴불(자유당)…

 우리 한인이민역사의 초창기 시절인 1983년 봅 호크 연방총리(노동당)가 취임한 이후 2007년까지 24년에 걸쳐 단 3명(봅 호크, 폴 키팅, 존 하워드)의 연방총리만 탄생했던 기억이 오히려 생소해질 뿐입니다.

 아무튼 존 하워드 이후 연방총리가 다섯 차례나 바뀌었지만 이들 가운데 아직 정부 임기 3년을 채운 총리가 단 한 명도 탄생되지 못하고 있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런 상황을 빗대 호주 정치권뿐만 아니라 주변의 몇몇 나라 언론들마저 “호주의 회전문 연방총리”라는 용어를 동원해 비아냥대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이런 현실을 개탄한 케빈 러드 전 총리는 노동당의 당수 선출 방식을 의원총회 50%, 당원 50%로 지분을 양분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토니 애벗은 ‘빗발치는 여론조사’와 언론의 ‘마녀 사냥 식의 선정적 보도’ 탓으로 돌리며, 언론의 자정을 촉구했습니다. 물론 토니 애벗이 지목한 언론이 ‘패어팩스’와 ‘ABC’임은 삼척동자도 주지하는 바입니다.

 나름 진보성향이라는 본연의 특성을 차치하고 이들 언론사들은 왜 그토록 토니 애벗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일까요?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동성결혼이슈”가 토니 애벗 축출의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을 강력히 제기합니다.

 동성결혼을 결사적으로 지지하는 주류 언론계의 편집 실무진과 호주사회의 핵심 여론 주도층이 바라본 동성 결혼법 허용의 최대 장애물은 바로 토니 애벗이었다는 나름 설득력 있는 ‘가설’에 따른 추론입니다.

  실제로 노동당의 타냐 플리버세크 의원을 비롯 동성결혼허용법을 적극 지지하는 계층은 자유당이 의원 자율투표(conscience vote)만 허용하면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레퍼렌덤은 물론이거니와 플레비사이트 제안에 대해 극구 반대하는 것입니다.

 토니 애벗은 ‘의원 자율투표’에 대한 거센 사회적 요구를 거부하고 ‘동성결혼반대 당론투표’ 사수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동성결혼 허용 지지 의사를 누차 공표한 말콤 턴불에 의해 축출됐습니다.

 논리적 비약의 개연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한인사회는 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과 이 사회에서 이른바 ‘성소수자들’이 보여온 힘의 존재를 한번쯤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인 만큼 정치 지향적인 경우도 드물다는 것은 다문화주의 사회에서 오랜 세월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인식하는 바일 것입니다. 정치 지향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정치적이지 못한 민족도 우리 한인사회임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그 이유는 호주한인사회의 일부 인사들이 정치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데만 혈안이 되면서, 정치인을 통해 우리의 원하는 바를 성취시키려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력이 퇴색돼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에 기대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일부의 소아적 행위는 결국 전체 한인사회를 무기력화시키고, 한인사회의 일부 인사들을 그저 부화뇌동하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은 늘 한인사회에서 배출하는 정치인이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될 것이라는 순진한 환상과 망상을 심으려 노력하면서 이를 제대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 우리 한인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힘 있는 정치인을 통해 우리 한인사회 구성원들 다수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는 노력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치인과 유권자들의 역학관계이고 우리 한인사회가 필요로 하는 집단적 로비에 근거한 정치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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