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한국 바다로 인식하는 나라는 한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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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한국 바다로 인식하는 나라는 한국뿐"
  • 김영기 기자
  • 승인 2015.11.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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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HO 동해 병기안 운동 펼치는 VoKA 피터 김 회장

미주한인의목소리(VoKA) 피터 김 회장은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미 주류사회에도 꽤나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백악관에서도 반려한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 동해병기 법안을 미주 한인들과 합심해 통과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2017년 국제수로기구회의(IHO) 동해 병기안 통과를 위해 미주 전역에서 ‘동해 병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가 10월부터 12월까지 약 두 달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순회강연을 하고 있다. 재미동포들만의 과제이기 전에 국내동포들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운동 동참이 절실히 필요한 '중요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 미주한인의목소리 피터 김 회장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 ‘동해 병기’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면서 미국 내 50개 주의 공립학교는 모두 동해 병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출판물들이나 매체에는 여전히 일본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이는 더욱 심각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동해라는 지명이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버지니아주 교과서 동해병기 법안 운동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절감했던 것은 인식의 문제라고 피터 김 회장은 운을 뗐다.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안 통과를 위해 미국의 정치인들을 처음 찾아갔을 때의 첫 반응은 ‘대체 동해가 뭐냐?’였습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라고 설명을 해줬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 일본해?’ 정도에 그쳤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동해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죠. 그러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단 한명도 예외 없이 동해병기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국제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피터 김 회장은 전한다. 그간 한국에서 여러 차례 동해 관련 강연을 진행하며 국민들 역시도 세계 속의 동해에 관한 인식이 부족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동해를 한국에서만 동해로 표기하고 세계적으로는 일본해로 표기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이상 해결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해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합니다.”
 
 김 회장이 두 달이라는 장기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바로 이런 인식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찰나 광주광역시 교육청으로부터 강연 제의가 왔고, 김 회장은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지금은 25개 초중고 학교와 각종 단체들을 돌며 ‘버지니아주 동해 병기 법안 통과와 2017년 국제수로기구(IHO) 동해 병기 통과’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동해가 처한 입장을 설명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IHO 동해 병기 통과 운동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는 중이다.
 
 그런데 왜 하필 IHO 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을까? 김 회장에 따르면 국제사회에서 동해라는 표기가 실종되기 시작한 것은 1929년 모나코에서 열린 IHO 회의에서부터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 통치로 인해 대표를 파견하지 못했고, 일본 측은 이를 틈타 회의에 참석, 동해를 일본해로 등록해버렸다. 그 후 IHO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책자를 펴냈고, 이 책이 전 세계지도 제작의 표준이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도에서 동해가 사라지게 됐다. 피터 김 회장이 2017년 열리는 IHO 회의에 주목하는 이유다.
 
▲ 지난해 2월 동해 병기 의무화 법안 하원 전체 회의 통과 후 기자회견 중인 피터 김 회장
 그러나 IHO 동해 병기 통과 운동은 버지니아주 법안 통과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피터 김 회장은 전한다. 미국 내 한 주가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김 회장은 정부, 미주동포,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3박자론’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력 총가동입니다. 그러나 정부에만 기대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마냥 정부만 바라보며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언제 해결될지 모를 노릇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두 번째가 바로 미주 한인사회의 결집입니다. 200만 미주동포들의 힘을 모아 미국 정부의 입장을 동해 병기 찬성 쪽으로 돌려놓는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한 가지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바로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함께 들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동해에 대해서 별말을 하지 않으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들도 동해를 일본해라고 받아들인 줄 압니다. 이런 착각을 깨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동해 표기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렇게 3박자가 맞아떨어졌을 때 세계인들도 그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김 회장의 강연은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강연을 끝마치고 나오는 길에 학생들로부터 싸인 요청까지 받을 정도다. 한 학생은 강연 덕에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민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전해오기도 했다. 움직임에 동참하는 국내 단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동해표기 사이버 외교사절단으로 잘 알려진 반크에서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으며, 재외교포문제연구소, 고양시, 인천 서부신문 등도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반응에 김 회장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한일정을 마치는 대로 김 회장은 워싱턴에서 400개 한인 단체장을 소집해 단합대회를 열고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서명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연방 하원에 동해안 병기 결의안도 상정한다. 또한, 내년 8월에는 대선후보가 확정되자마자 공화당과 민주당 양 후보 측 캠프에 접촉해 동해 병기와 관련된 공약을 약속받을 작정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500만 명을 목표로 한 IHO 동해 병기 통과 서명운동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런 모든 과정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김 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제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한인들의 결집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식을 바꿔 모두 함께 들고 일어납시다!”
 
 [재외동포신문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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