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간질로 유럽 분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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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간질로 유럽 분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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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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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찬반으로 갈라지는 갈등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을 통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설 수 있는 하나의 유럽을 지향해온 동서유럽 국가들이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말처럼 늙은 유럽과 젊은 유럽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헝가리 폴란드 덴마크 체코 등 유럽 8개국 정상들은 30일 이라크를 무장해제시키는데 유럽대륙이 미국과 함께 앞장서야 한다는 촉구성명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를 통해 발표했다. 8개국 정상들은 미국과 유럽대륙의 관계가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의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스페인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등은 성명에서 "우리의 힘은 통일에 있다"며 "유엔결의 1441호는 사담 후세인이 자유롭게 무장해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우리는 독재자가 이같은 결의안을 훼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타임스는 유럽 8개국 정상들의 성명은 31일로 예정된 미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 회동에 앞서 이라크 전쟁을 추진중인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에게 격려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성명은 애초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스페인 총리의 제안에서 비롯됐으며 그는 성명 초안을 작성해 다른 정상들에게도 회람시켰다.
  
  독일ㆍ프랑스 "왜 우리가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에 자동 개입해야 하나"
  
  그러나 이들 8개국 정상들의 성명은 벌써 독일과 프랑스 등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에 의해 '늙은 유럽'으로 지목된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이 추진하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전쟁보다는 더 철저한 유엔의 무기사찰에 의해 이라크의 무장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와 관련 유럽 8개국 정상들의 이라크 전쟁 지지성명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전체 유럽국가들의 입장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8개국 정상들에게는 미국에 대한 신뢰의 표시가 이라크 전쟁을 거부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판명됐다는 것이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이에 앞서 이라크 전쟁이 자체적인 역동성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독일은 자동적으로 전쟁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유엔 무기사찰단의 업무가 중요한 것이다. 사담 후세인 또한 완전한 무장해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의문점에 대해 제한을 두지 말고 철저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셔 장관은 또 "유엔 무기사찰단은 사찰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며 "우리는 이를 통해 이라크 전쟁의 위기를 감소시키거나 혹은 완전히 없앨 수 있다. 평화적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이 시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상이한 입장에 대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서로 다른 역사와 이해관계, 자국의 역할에 따른 전통을 갖고 있어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유럽연합 건설에 있어 결정적인 단계에 와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또한 지난 22일 독불정상회담에서 "전쟁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고 언제나 최악의 해결책이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모든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며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유럽 분열 전략 주효한 듯
  
  이같은 유럽 국가들의 분열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확대에 주력하며 기존 동맹국인 프랑스와 독일보다 중부와 동부유럽 국가들, 그리고 러시아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자기 주장이 분명한 부유한 독일과 프랑스보다는 미국의 지원을 절실히 바라는 동유럽 국가들과 영국 스페인 등 미국의 노선에 충실히 따르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늙은 유럽'과 '젊은 유럽'으로 유럽연합의 통합을 지연시키고 분열시키는 미국의 전략을 눈여겨 볼 때다.  

이영태/기자  
2003-01-30 오후 5: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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