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복 70년, 말모이 대작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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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복 70년, 말모이 대작전이 필요하다!
  • 이신욱 동아대 정외과 교수
  • 승인 2015.08.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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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욱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모스크바 국립대 정치학 박사)
  요즘 길거리를 보면 태극기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민족의 단결과 화합을 통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거리거리에 태극기 물결을 만들고 있다. 광복절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3.1운동이다. 1919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일어난 조선백성들의 일제에 대한 피땀 어린 저항이 씨앗이 되어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희생이 오늘의 자주독립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35년의 일제강점기는 우리역사에서 암흑기였으나, 역동적인 민족성과 진취성은 수많은 영웅들을 배출시켰다. 만주에서 독립군단을 이끌었던 홍범도, 김좌진 장군과 동양평화를 외치며 하얼빈에서 침략의 수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던 안중근 의사(장군), 상해에서 일본침략군 수괴를 처단하여 중국 장개석 총통에게 극찬을 받았던 윤봉길의사, 어둠의 시절 상해임시정부를 이끌며 일제에 투쟁했던 김구 선생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광복의 기쁨이 있게 한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들이다. 독립투사들의 일제에 대한 저항은 우리 독립운동사에 길이 빛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잊혀진 독립운동도 있다. 바로 ‘말모이 작전’이다. 말모이란 ‘말을 모으다’라는 순수 한국말이다. ‘말모이 작전’이란 1929년 민족말살정책을 자행한 일제에 대항하여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모인 한글학자 33인이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비밀리에 시작한 작전이다. 한반도 전역에서 초중학생 500명을 비롯해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일제의 눈을 피해 각지의 방언을 수집하였고, 그 결과 최초 우리말 사전인 ‘말모이’가 탄생했던 것이다. 비밀리에 진행됐던 말모이 작전은 1942년 일제에 발각되어 말모이 작전을 이끌던 한글학자 29인이 투옥되었고 말모이 작전의 자료는 사라져 전 국민이 참여했던 말모이 작전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는 듯 보였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황국신민화정책의 일환으로 내선일체(內鮮一體), 문화통치, 창씨개명을 앞세워 대한독립의 기세를 끊고 한반도 영구점령을 위해 매진해왔다. 3.1운동을 경험한 일제는 한국의 정신을 꺾지 않고는 영원한 식민지화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라는 조선어학회의 뜻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었고, 말모이 작전의 자료를 찾아 폐기하기 위해 한글학자 29인을 체포, 고문하여 그 행방을 찾고자 했다.

  1945년 9월 8일은 기적의 날이다. 경성역(서울역) 창고 한구석에서 종이뭉치들이 발견되었다. 종이뭉치들은 바로 일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조선팔도의 말들을 수집한 총 2천 6백 쪽 분량의 말모이 작전 자료들이었던 것이다. 한글은 광복과 함께 부활 하였다.

  흔히 대한독립과 광복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산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한독립은 3.1운동과 더불어 전 국민이 참여한 ‘말모이 작전’으로 인해 우리는 이미 정신적인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고, 지금도 우리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한글을 쓰는 자랑스러운 민족이 되었다. 전기 독립운동의 중심은 3.1 운동이었으나, 후기 독립운동의 구심점은 ‘말모이 작전’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북한 김정은 정권은 평양 시(時)를 내세워 마치 민족의 정통성과 자존을 선전하고 있다. 또한 일본 아베정권은 제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숨기며 미화하고 다시금 동북아 패권을 잡기위해 우경화로 매진하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의 도전과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지역패권에 둘러싸여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도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동북아 주변국들에 대항하여 우리에게는 민족의 독립과 자유, 번영을 지켜야 하며 통일한국으로 진군해나가야 하는 큰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 시 한번 큰 민족적 대작전을 시행해야 한다.

  바로 민족의 ‘말’ 즉 한글을 모으는 ‘말모이 대작전’을 제안한다.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라는 조선어학회의 표현처럼 우리를 연결하고 단합시키며 발전하게 하는 긍정적인 정신문화이기 때문이다. ‘말모이 대작전’을 통해 우리는 사라지고 있는 민족의 정신적 통합과 자긍심의 회복, 나아가 통일한국의 기초를 마련하는 거대한 목표가 실현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5천만 동포들이 국외에서는 720만 재외동포들 그리고 2천만 북한 동포들이 참여하는 전 민족적 ‘말모이 대작전’은 통일한국과 선진 대한민국의 건설에 큰 구심점이 될 것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부터 70여 년 전, 일제의 눈을 피해 말모이 작전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21세기 말모이 대작전은 우리민족 누구나 자발적이며 창의적인 생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벽을 넘어 북녘 동포들까지도 아우르는 전 민족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고 민족의 중흥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하나’ 되는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 우리가 ‘말’로 하나 될 때 통일은 거대한 물결처럼 다가올 것이다.

  광복 70년, 분단되고 수많은 외세가 대한민국을 넘보는 이때, 우리는 새로운 도약과 번영 그리고 통일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 시 한번 저력을 보여야 한다! ‘말모이 대작전’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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