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한국거주 고려인 동포의 차별인식 수준
상태바
[기획연재]한국거주 고려인 동포의 차별인식 수준
  • 임채완 교수
  • 승인 2015.07.29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 시리즈”-⑥


  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은 2014년 재외동포재단의 연구용역과제인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486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근로환경, 주거환경, 지역주민과의 관계, 보건의료 환경, 한국어교육 환경, 법·제도적 환경 및 정책 욕구 등 7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재외동포신문은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의 협조를 얻어 이번 연구 결과를 시리즈로 기획연재한다. - 편집자 주 -

  한국에서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가 경험하고 있는 차별인식은 비교적 심각한 상태이며, 실제적으로 이들을 위한 법률적 환경도 아주 열악한 실정이다. 거주국 사회의 차별을 피해 한국으로 돌아온 고려인 동포의 49.1%는 한국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으며, 17.1%만이 차별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반응하고 있다. 고려인동포, 정 애스미라드는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못하는 고려인을 무시하고, 바보 취급한다고 하였다. 고려인 동포들은 한국에서 아무런 권리가 없기 때문에 차별받는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탄하였다. 신 나탈리야 역시 한국 사람이 고려인 동포를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항상 한국 사람이 주인이고, 고려인 동포를 외국인 취급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였다.

  국내거주 고려인 동포의 전반적인 한국 생활에 대하여 고려인 동포 39.8%는 한국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고려인동포 60.2%가 한국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한편, 한국 입국 전 대비 한국 생활의 만족도를 보면, 44.0%의 고려인 동포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56.0%의 고려인 동포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고려인 동포의 한국 생활만족도가 4.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허 스베틀라나는 한국 생활 초기에 한국어를 전혀 사용할 줄 몰라서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할 때도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 힘들었다고 토로하였다.

  최근 한국거주 외국국적 동포의 영주자격 취득 및 F-4(재외동포) 비자 부여 확대 등으로 고려인 동포들의 장기적 한국체류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한국 사회 내에서 고려인 동포의 열악한 상황은 여전하다. 실제적으로 고려인 동포가 인식하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면, 영주권 및 국적취득의 어려움을 경험한 고려인동포는 34.2%로 가장 많았으며, F-4 비자의 취업 제한이 24.6%로 나타났다. 또한 고려인동포는 H-2(방문취업) 비자에서 F-4 비자로 갱신의 어려움(20.9%), 미성년 자녀의 양육 및 교육 미지원(11.8%), 까다로운 출입국 규제(8.4%)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거주 고려인 동포는 한국에서 거주국 보다 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새로운 터전을 잡고 생활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고려인 동포의 장기적인 체류에 대한 까다로운 절차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정 애스미라드는 F-4 비자도 쉽게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고려인 동포들은 언어 문제, 연령 제한 등으로 인하여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하였다. 박 알렉산더는 H-2 비자가 임시적인 비자이고, 3년이 지나면 누구도 고려인 동포의 삶을 보장해줄 수 없기 때문에 영주권 취득 과정을 단순화시켜 한국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고려인 동포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길 바라고 있다. 김 나탈리야는 F-4 비자나 F-5(영주) 비자를 받으려면 3천만 원이 있어야 되고, 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도 까다로운 상황에서 힘들게 돈을 모아 생활하고 있다며, F-5비자의 취득요건을 최소화해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3만여 명의 국내거주 고려인 동포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한민족의 후손으로서 마땅히 모국에서 평등하게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국국적 동포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사회에서 또 다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모국과 거주국의 경계에서 언어 및 문화, 사고방식 등의 차이로 인하여 정체성의 혼란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고려인 동포와 같은 외국국적 동포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편견과 차별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기본지침을 삼아야 한다. 나아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이 모국 사회에서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된 법·제도적 환경을 개선하여 이들의 법적 지위 및 권리 향상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임채완(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