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 호주인 교장들 한국 다녀오게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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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호주인 교장들 한국 다녀오게 했더니…
  • 김영기 기자
  • 승인 2015.07.0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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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5일부터 14일까지 9박10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호주 교장 및 교육행정가 등 31명은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경제적 발전상,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핀 아름다운 자연, 첨단으로 발전한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삼성 디지털 숍, 다양한 한국음식 등을 체험하면서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시드니한국교육원)

  ‘주정부, 한국어.한국인.대한민국 괄목할 인식 변화’
  濠 한국어교사회, 연례회의 및 워크숍서 전략 토의
  “이제 연방정부 움직임 본격화 할 모임 결성할 때”

  '백문이 불여일견'

  학생들 못지않게 교사들에게도 체험 학습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호주 교장단의 한국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9년 시드니한국교육원과 시드니한국총영사관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와 함께 주도적으로 기획, 전개한 호주만의 독특한 교육사업이었다.

  호주 연방 외교부 산하기구인 호한재단(AKF)도 처음부터 적지 않은 금액을 출연했고 그 사이 2011년 4월 총영사관에서 분리된 시드니한국문화원도 다양한 방식으로 호주인 교장들의 한국 연수를 지원했다. 

  이렇게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에 대한 호주인 교장들의 인식이 날로 긍정적으로 변화됐고 주정부 교육당국 관계자들도 '한국을 다녀온 호주인 교장들의 반응이 무척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애초 이 프로그램은 5년만 한시적으로 운용하기로 했지만 안팎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꾸준히 시행하기로 했다.

  2009년 첫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86명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호주의 한국어 채택 및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방문단 중 호주 교장 및 교감, 교육행정가 26명을 합치면 총 112명의 교장과 교육행정가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NSW주 교육부와 한국 교육부는 시드니-서울 왕복 항공료와 한국 체제비를 들여 10명에서 많게는 30명의 교장들을 매년 한국으로 보냈다. 처음 총대를 멘 조영운 원장과 김한주 후임 원장에 이어 현재 강수환 원장에 이르는 동안 짧은 기간 한국을 더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프로그램의 짜임새와 깊이가 더해졌다.

  한국을 다녀온 교장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비약적인 발전상, 한류로 표현되는 글로벌한 한국 공연문화, 유구한 역사의 고풍스러움에 매료됐고 호주로 돌아온 뒤에도 한인들과 새롭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호주인 교장은 한 교민신문 인터뷰에서 "노쓰(North)와 사우쓰(South) 코리아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외로 많은 서양인들이 남북한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도 그들 중 하나였는데 이러한 통념을 깨게 된 계기가 됐다며 감사함을 전한 것이다.

  이 교장은 머지 않아 한국어 수업을 실험적으로 개설하기로 한 데 이어 개교 기념일에 태극기를 교정과 강단에 게양하며 자신이 한국에서 받은 감동과 고마움을 학생들에게 전하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시드니 소재 어밍턴웨스트 초등학교의 샤넌 저지 교장은 “한국 방문 연수 전에는 솔직히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 한국인이 자국 문화와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며 교육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과학기술을 보유한 나라로서 한국인의 마음이 따뜻하다 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번 한국연수를 통해 스스로에게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됐고, 지속적인 교류방안이나 자매학교 등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호주의 언어학교 교장인 리아 테데스코 교장을 비롯한 많은 참가자들도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경험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며, 한국어를 채택하도록 적극 노력할 뿐만 아니라, 호주 학교의 한국 수학여행을 추진함과 동시에 한국 학교와 자매결연을 통해 학생교류를 증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교장들 뿐만 아니라 주정부 교육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점차 이들 사이에서 한국어 교육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됐고 이런 변화는 정책으로 실현됐다. 좀처럼 한국어 교육만 부각되기 어려운 다인종 다민족 사회인 호주에서 유독 한국어 교육 여건이 눈에 띄게 바뀐 데에는 호주인 교장들의 한국어 체험 연수가 밑거름이 됐다는 시각이 많다.

  올해까지 호주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는 58개교, 7897명이며, 그 중 3분의 2는 한국 배경이 없는 호주 학생들이다. 이는 한국 교육부의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채택사업의 일환으로 호주 교장단 초청 연수 및 호주내 한국어교사 인건비 및 학습자료 구입비 지원, 호주 내 한국어 교사회와 한인 커뮤니티 등의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초 NSW교육부 학무국은 내년부터 대입수능시험(HSC)에서 비한국계 학생들이 응시하는 한국어 초급자 과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엄밀히 말하면 부활이다. 초급과정은 10년 전 시험 중지 결정을 받으며 사실상 퇴출위기에 내몰렸었지만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되면서 한국어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휘진 시드니총영사와 강수환 교육원장은 주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추가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주정부 교육 관계자들을 관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는 교육부 학무국의 토마스 알레고나리아스 총재와 폴 휴잇 국장, 하워드 제이콥스 장학관 등이 초대받았다. 이중 가장 직위가 높은 토마스 알레고나리아스 총재는 지난 4월 교장단 연수에 함께했고 한국에 대한 아름다운 인상을 갖고 돌아왔다고 한국측에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휘진 총영사는 "한국어 교육을 위해 총영사관 차원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지난달 29일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어 교사 연례회의에서 한국어 진흥에 힘써온 교사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 한국어교사회(회장 유진숙, KOLTA NSW)가 주관한 '한국어 교사 연례회의 및 워크숍'이 지난달 29일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주시드니한국교육원)

  호주 한국어교사회(회장 유진숙, KOLTA NSW)가 주관한 이날 회의 및 워크숍은 한국어교사들이 상반기 활동을 평가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이었다. 한국어 교사들도 주정부의 움직임에 힘을 얻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연수에는 방학 기간임에도 교사 20여 명이 참가해 한국어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연례회의에서는 KOLTA 유진숙 회장이 1년간의 활동과 재정을 보고했고 회원들과 함께 교사회 발전을 위한 협의회를 진행했다.

  강수환 교육원장은 교육원의 호주 초중등학교 한국어 학습자료 구입과 '한국의 날' 행사, '학생 한국문화 경연대회', HSC 초급자 과정 개설 학교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강 원장은 "호주 연방정부 차원의 한국어교육 정책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한국어교사 네트워크 형성 등을 위한 호주 한국어교사회 연합모임을 결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어 교사들은 이날 워크숍에서 초등과 중등과정으로 나뉘어 영역별 한국어 교육방법과 전략을 협의했다.

  이 시간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들은 효과적인 교수방법을 공유하면서 실습하는 기회를 가졌고, 10세 이후에 이민을 왔거나 유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Background 과정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HSC 기출문제를 보며 고득점을 위한 지도방법을 공유했다.

  또한 호주에서 태어나거나 10세 이전에 이민을 온 학생을 대상으로 한 Non-background 과정 교사들은 내년 도입될 예정인 HSC 초급과정에 대한 학생들과 학교의 현황과 확산 전략 등을 협의했다.

  영역별 워크숍 후 교사들은 NSW교사연합에서 초청된 관계자를 통해 교사 인증제와 교원 보수 계획 등에 관한 강의를 듣고 질의 응답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시드니한국교육원과 시드니한국문화원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안신영 한국문화원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해 교육원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소영 세종학당 팀장은 문화원에서 실시하는 학생들의 1일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세종학당 한국어교육 프로그램, 찾아가는 문화원 등에 관해 안내하기도 했다.

  김영기 기자 dongponews@hanmail.net
                   tobe_ky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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